삼성 지배구조 '불씨'안고 출범한 '합병 삼성물산'

입력 2015. 9. 1. 10:30 수정 2015. 9. 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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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직·대표체제·사옥은 그대로

주주 소통 강화 구체안 내놔야

국민연금 두달새 3900억 손실

신규순환출자금지 해법도 과제

의사결정 구조 불투명성 해소를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합병 삼성물산이 1일 출범한다. '이재용 체제'를 염두에 두고 2013년부터 진행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이른바 '예선'이 끝나고 '본선'이 시작될 참이라는 관전평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 주주와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해서 2020년 매출 60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조직은 현재 건설과 상사(옛 삼성물산), 패션과 리조트·건설(옛 제일모직) 등 4개 부문을 유지해서, 대표 체제도 최치훈 사장(건설), 윤주화 사장(패션), 김신 사장(상사), 김봉영 사장(리조트·건설) 등 각자 대표 체제를 그대로 꾸린다고 밝혔다. 합병 법인의 직원 수는 제일모직 4300여명, 삼성물산 8200여명으로 약 1만2500명이다. 삼성물산의 건설과 상사 부문은 서울 서초동 사옥에, 제일모직의 건설·리조트 부문은 서울 태평로 옛 삼성본관에 그대로 남는다.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만 서울 수송동에서 도곡동 군인공제회관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새로 출범하는 합병 법인은 추진 과정에서 합병 비율의 불공정성을 둘러싼 크나큰 논란을 빚으며 여러 과제를 남겼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번 합병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남은 과제를 둘러싼 논란은 언제든 재점화가 가능한 불씨로 살아 있다.

먼저 합병 법인이 총수 일가를 뺀 나머지 주주에 대한 소통 강화와 권익 보호를 실질적으로 얼마나 개선할지 시선이 쏠린다. 합병 전 삼성물산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합병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주주총회 표대결을 포함해 44일간의 전투를 치렀다. 이때 국내외 주주들에게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지지해줄 것을 간청하며 주주와의 소통 강화 등 약속을 제시했다. 또 '먹튀' 외국자본의 잇단 공격 우려를 앞세우는 '애국심 마케팅'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숱한 논란에도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합병안은 통과됐지만, 이런 결과가 총수 일가를 뺀 나머지 삼성물산 주주에게 당장의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상태다. 당장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요 주주로서 합병 발표 이후 두달 만에 3898억원(8월25일 기준)의 투자손실을 보았다. 합병 삼성물산은 출범을 하루 앞두고 일전에 약속했던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거버넌스위원회와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시에스아르(CSR, 기업의 사회적 책임)위원회 등을 조만간 꾸려 활동에 나서겠다는 계획 정도를 밝혔다. 하지만 이런 내용만으론 주주와의 소통 노력이 크게 진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 합병을 반대했던 엘리엇과의 갈등도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다.

두번째로 합병 법인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한 법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기존 순환출자 고리는 인정하지만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합병 삼성물산 등 합병 법인 관련 순환출자 고리에 대해 당장 시정 조처를 취해야 할지, 합병에 따른 예외로 유예기간을 두어야 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공정위는 9월4일 합병법인 등기가 끝나는 대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밖에 합병 과정에서 드러난 경영진 의사결정 구조의 불투명성도 해소해야 한다. 앞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추가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삼성물산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에 많은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합병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투명성 문제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는 권한과 책임의 괴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합병 삼성물산 이사진에 이재용 부회장이나 그룹 경영을 지휘하는 삼성 미래전략실의 고위급이 참여해야 한다"며 "아울러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합병 삼성물산은 합병법인 등기가 끝나면 9월14일 신주를 교부하고 9월15일 증시에 신주가 상장된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1938년 설립된 뒤 77년 만에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가 됐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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