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배트 던지기, 논쟁은 여전하다

2015. 9. 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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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의 뚝심마니 Baseball
홈런을 직감한 KIA 이범호의 표정. 사진=MK스포츠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러나 직접 그 손맛을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고 이야기한다. 낚시에서 흔히 오가는 말이지만, 정작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타자들이다. 투수의 공을 치는 그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다는 선수들은 다양한 방면으로 기쁨을 만끽한다. 그 중 하나가 배트 던지기다.

일명 '빠던', 미국에서는 '배트 플립'이라고 불리는 배트 던지기는 최근 야구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슈다. 특히 국내 타자들의 배트 던지기가 미국 언론을 통해 자주 소개되는 등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타자들의 세레머니에 관심을 보내는 듯한 눈치다.

최근 김하성(넥센)을 비롯한 일부 타자들이 과도한 배트 던지기를 한다는 이유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배트 던지기와 관련한 논란으로 야구계에선 갑론을박이 계속됐는데, 올해 유난히 타자들의 배트 던지기가 늘어났다는 이유로 팬들의 비난이 끊이질 않는다.

여기에 논란을 부추긴 것은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진행중인 제 27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다. 현재 대표팀은 B조 예선에서 남아공, 캐나다, 쿠바, 대만을 모두 제치고 4전 전승을 기록했다. 1일 이탈리아와 B조 예선 최종전을 가지는데, 이 대회를 지켜본 야구팬들은 하나 둘씩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첫 경기였던 남아공전에서 17 : 2 대승을 거뒀을 당시 타자들의 컨디션은 매우 좋았다. 그러나 세계랭킹 29위와의 맞대결은 누가 봐도 한국 대표팀의 절대적인 우세였다. 그런 가운데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황선도(대전고, 삼성 5라운드 지명)가 솔로포 때 배트 던지기를 선보였고, 고스란히 중계화면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그 이후 캐나다전에서도 김주성(휘문고, LG 2차 2라운드 지명)이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들의 화려한 세레머니에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프로 선수들을 보고 따라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고, '겉멋이 들었다'는 혹평 아닌 혹평을 들었다. 4전 전승이라는 결과, 물론 의미가 있지만 선수들은 팬들의 걱정을 주의깊게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홈런을 쳤음에도 배트를 그대로 내려놓으며 다이아몬드를 한 바퀴 도는 선수로 유명하다. 사진=MK스포츠
아마야구 전문가 서태웅(18) 군은 "고교 야구에서 모든 선수들이 '빠던'을 하진 않는다. 약간 증가한 경향은 있는데, 그건 프로의 영향이 적잖다. 영상이 곳곳에 돌아다니다 보니 증가한 게 아닌가 싶다."라면서 "프로처럼 막 나오진 않는다. 다만 배트 던지기는 아마야구에선 선수들의 인성을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야구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두산팬 이민규 씨는 "뜬공이 나와도, 안타가 나와도 (배트 던지기가) 나온다. 요즘은 담백하게 내려놓는 게 더 멋져보이기도 한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고 이사랑(19) 군은 "팬들에겐 볼거리가 될 수 있는데, 상대팀에겐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라고 밝혔다.

물론 다른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 안경현 해설위원(SBS Sports)은 "어릴 때부터 국내 타자들은 배트를 내던지듯이 스윙하라고 감독 혹은 코치한테 일률적인 방식으로 배운다. 아마 대부분의 학교들이 그럴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면서 배트를 던지는 타자가 대다수다. 쉽게 고치긴 어려울 듯"이라고 내다봤고, 김용성 씨는 "딱히 기준이 명확하게 없기 때문에 너무 과도한 게 아니라면 괜찮다."라고 소신있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이승엽(삼성)은 대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씨의 이야기처럼 이승엽(삼성)은 프로 데뷔 이후부터 줄곧 홈런이 나와도 스윙을 끝까지 가져갔다. 그건 일본 진출 후에도 변함이 없었고, 국내로 돌아와서도 똑같았다. 심지어는 지난 6월 2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9-3으로 앞선 8회초, 큼지막한 투런포를 쏘아올린 뒤 홈런인 것을 확신하고 배트 던지기 대신 고개를 푹 숙였다.

이 장면은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도 팬들에게 긴 여운을 안겨주었다. 그 장면에 대해 이승엽은 인터뷰를 통해 "상대 투수였던 후배 조현우의 기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는 심경을 밝혀 한 번 더 팬들을 놀라게 했고, 역시 '국민타자'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인터뷰로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구자욱과 더불어 신인왕 후보이자 화끈한 배트 던지기로 잘 알려진 넥센 김하성. 사진=MK스포츠
투수를 포함해 상대 벤치를 자극하고 지나친 겉멋이 들었다는 부정적인 시선과 선수 하기 나름이라는 시선이 함께 공존한다. 팬들의 논란만 존재하고 배트 던지기로 인해 그라운드에서 큰 논쟁이 벌어진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정확한 답을 내리기 힘든 게 사실이고,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6월 6일 두산전에서 노경은을 상대로 끝내기포를 친 김하성의 배트 던지기가 화제로 떠오르자 "우리 팀(넥센)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도 상관없다. 김하성 본인의 야구 스타일이다. 공을 친 뒤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이다. 절대 상대를 자극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며 논란을 잠재웠고, 그러면서도 "상대가 보기엔 과도한 행동이라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줄이라고 한다. 본인도 자제하려고 노력한다"며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감독들도, 선수들에겐 보이지 않는 민감한 문제다. 지켜보는 눈이 많은 현재로선 여론 의식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월드스타' 전준우(당시 롯데, 현재 경찰청)을 기점으로 던졌다 하면 연일 보도되는 '빠던'을 한 번 정도는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래저래 타자들은 홈런을 쳐도 기쁘지 못한 현실, 언제쯤이면 답을 찾을까.

[글 =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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