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 타임스 "북한을 자극하는 남한의 '팝뮤직 공격'"

노창현 2015. 9. 1.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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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신나는 10대 취향의 팝 음악이 황량한 비무장지대에 울려퍼진다. 달콤한 캔디그룹 소녀시대가 휴전선의 엄숙한 표정의 병사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가 31일 A섹션 7면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휴전선 북한 지역으로 울려퍼지는 K팝 뮤직을 대서특필했다. 타임스는 '북한을 자극하는 남한의 팝뮤직 공격(To Jar North, South Korea Used a Pop-Music Barrage)'이라는 기사에서 "신바람나는 핫팬츠의 안무로 잘 알려진 달콤한 캔디그룹이 어떤 정치적인 성명보다 얼어붙은 한반도의 주요 무기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케이팝이 버무려진 전통적인 선전술이 미디어가 통제되고 김정은을 '반신반인(demigod)'으로 추앙하는 전체주의 사회를 괴롭히는 힘을 아직 갖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대북 심리전을 맡았던 한 전문가는 "전방의 북한 군인들이 그동한 한번도 들은 적이 없는 방송은 김정은의 권위와 통치 기반을 약화시키는 데 일조한다"고 평가했다. 대북 심리전이 한국전쟁 이후 60년 넘게 되풀이된 '도발-협상-재도발'의 순환 구조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 효과를 거두는 작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타임스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자유민주체제의 우월성과 남한 사람들의 행복한 삶, 북한의 실상에 관한 내용은 물론, 솜털처럼 부드러운 목소리의 아이유와 마초스타일의 보이밴드 빅뱅 등 남한의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팝송들이 제공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대북방송을 통해)북한 주민들이 세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방송은 휴전선 북쪽으로 약 12마일(약 20㎞)까지 퍼지는 반면 북한의 대남 방송은 전력 사정과 음향 설비의 낙후로 남쪽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확성기 심리전은 2차대전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주고받은 이래 1960년대 베를린장벽을 사이에 두고 동서 대결로 이어졌다.

한반도에서는 1962년 이래 북한이 남한 병사들을 상대로 '사회주의 낙원으로 오라'는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자 남한이 '자유 대한'을 홍보하는 초대형 전광 광고판으로 맞섰다. 남북은 상대의 귀순을 유도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밤낮으로 내보냈다.

심지어 북한은 경제가 극도로 안 좋은 1990년대 이후에도 확성기 방송을 멈추지 않았고 2004년 남북이 관계 개선을 이룰 때까지 계속됐다.

타임스는 대북 확성기 방송 외에 미국이 후원하는 자유라디오방송과 탈북단체들이 휴전선 인근에서 전단지와 트랜지스터, DVD, 컴퓨터 메모리스틱 등을 넣은 풍선들이 대북 심리전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것들이 김정은 정권에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며 "대북 방송과 전단지가 북한 주민들의 체제 저항과 남한을 동경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없다"는 북한 전문가의 말을 덧붙였다.

rob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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