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구, 지독한 '공일증' 왜 벗어나지 못할까

조영준 기자 2015. 9. 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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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키는 작지만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팀. 볼 집중력이 뛰어나 상대 공격이 어느 곳에 떨어질지 예측하고 몸을 날리는 팀. 세계적인 공격수는 없지만 선수 대부분이 수비에 능하고 세터와 리베로가 안정적인 팀. 작은 신장을 빠른 플레이로 극복한 팀.

위에서 열거한 점을 갖춘 팀은 바로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이다. 일본 여자배구는 주니어 시절부터 시니어를 대비해 철저히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여자배구의 인기가 워낙 높아서 스폰서들의 후원이 뒤를 받쳐주고 있고 상비군은 대표팀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대회를 앞두고 급하게 선수들을 소집해 짧은 시간 손발을 맞추고 출전하는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러한 관습은 1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예선전에서 일본을 3-1로 이기기 전까지 22연패를 당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일본을 두 차례나 꺾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일본 여자배구 최정예 선수들은 같은 기간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뛰고 있었다.

한국은 8월 31일 일본 센다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 여자배구 2라운드 경기서 일본에 0-3(17-25 24-26 17-25)으로 패했다. 이번 월드컵은 일본을 잡을 기회였다. 세대교체에 들어간 일본은 예전과 비교해 전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고질적인 리시브 불안과 고비처에서 나오는 범실 그리고 수비 열세 등 일본과 비교해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까지 무산시킨 '女배구 공일증'

한국이 일본에 패했던 방식은 늘 비슷했다. 일본의 예리한 목적타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렸고 수비 싸움에서는 항상 패배했다. 또한 승부처에서 나타나는 집중력도 일본이 앞섰다. 한국은 2세트 24-23으로 앞서며 세트 승리에 1점만 남겨놓았다. 일본은 24-24 듀스를 만들었고 양 팀은 치열하게 랠리를 펼쳤다. 이 상황에서 일본의 주장 기무라 사오리는 강타 대신 가운데 중앙으로 밀어 넣는 연타를 때렸고 이 볼은 득점으로 연결됐다.

막판 집중력에서 앞선 일본은 결국 26-24로 2세트를 따내며 승기를 잡았다. 경기를 마친 이정철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은 "2세트 기회를 놓친 점이 아쉽다. 남은 경기를 통해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예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새로운 좌우 날개 공격수는 고가 사리나와 나가오카 미유다. 주전 레프트 공격수 에바타 유키코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이들은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고가와 나가오카는 나란히 15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 나가오카는 신장이 179cm지만 강약을 조절한 공격으로 한국 수비를 흔들었다.

강타 대신 연타와 페인트 공격을 주로 구사하며 한국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일본 공격수들은 힘과 높이에 의존한 공격 대신 상대 빈 코트를 노리는 영리한 공격을 구사했다. 장기인 끈질긴 서브로 볼을 올린 뒤 침착하게 상대 빈 코트에 밀어 넣거나 터치 아웃시키며 찬스볼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와 비교해 한국은 반드시 득점으로 연결 할 찬스볼을 많이 놓쳤다. 패인의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는 블로킹 싸움에서 패배했다는 점. 일본과 비교해 한국이 우위에 있는 것은 높이다. 반드시 이겼어야 할 블로킹 싸움에서 한국은 1-7로 패배했다. 일본의 주전 세터 미야시타 하루카는 빠른 토스로 한국 블로커들을 따돌렸다. 한국과 비교해 몇 박자 빠른 공격을 구사한 일본은 한국의 높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일본도 한국처럼 세대교체 중이다. 아직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한 선배들과 비교해 미흡한 점이 많지만 기본기는 탄탄했다.

볼에 대한 집중력과 끈질긴 수비 그리고 조직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일본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국제대회에서 경쟁력 있는 대표팀을 완성했다. 한국은 2012 런던올림픽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지만 대표팀 경쟁력과 선수들의 기본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공일증은 깨지지 않았지만 한줄기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 여자배구는 비로소 김연경에 의존하는 배구에서 조금 벗어났다. 일본과의 경기서 이소영(GS칼텍스)은 8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 50%를 기록했다. 김희진(IBK기업은행)은 13점을 기록했고 공격 성공률 52%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았다.

세대교체를 이룬 선수들이 많은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춰서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점이 중요하다. 세터와 리베로 포지션의 보강도 절실하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눈앞의 승리에 연연하지 않고 기본기 훈련의 비중을 높이는 점이 필요하다.

[사진1] 일본과 경기에서 공격 시도하는 김연경 ⓒ 국제베구연맹(FIVB) 제공

[사진2] 환호하는 일본 팀 ⓒ 국제베구연맹(FIVB) 제공

[사진3] 공격 시도하는 이소영 ⓒ 국제베구연맹(FIV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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