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 팬들의 성원이 불꽃을 되살린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입력 2015. 9. 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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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올시즌 '불꽃 한화! 투혼 이글스!'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권혁(32)만큼 잘 어울리는 선수가 또 있을까. 그러나 뜨겁게 타오르다가도 한순간에 사그라지기도 하는 것이 불꽃의 특성이다. 장작을 일찌감치 소진한 권혁이 어느덧 최대 위기에 몰려 있다.

권혁은 올시즌 9승10패 15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44의 성적을 남겼다. 리그 최다패 및 최다 블론세이브(7개)를 떠안고 있지만 동시에 팀 내 최다승 투수에도 해당되는 특이한 기록이다.

그는 지난 30일 두산전에서 2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2실점을 기록, 팀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으나 값진 훈장 하나를 품에 안았다. 바로 2010년 정우람 이후 5년 만에 세 자릿수 이닝(101.1이닝)을 돌파한 불펜투수로 등록된 것.

KBO 리그 역사상 24번째에 해당되지만 최근 10년 동안에는 권혁을 포함해 단 3명밖에 도달하지 못할 만큼 분업화가 이뤄진 현대 야구에서는 희소성이 있는 기록이다. 또한 잔여 일정을 감안할 경우 본인이 삼성에서 최근 3년 동안 소화했던 총 이닝(120.1이닝)을 단 1년 만에 돌파할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문제는 시즌 일정을 거듭할수록 권혁의 위력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3~4월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했던 그는 5월 3.86, 6월 3.72로 여전히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으나 7월 6.27로 수치가 크게 상승한 뒤 8월 역시 5.50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피안타율 역시 월별 순서대로 2할4푼2리→2할5푼9리→2할7푼3리→2할8푼2리→3할4리까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반대로 탈삼진의 경우 26개→16개→17개→11개→9개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사실 수많은 전문가는 물론 팬들조차도 일찌감치 우려했던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듯 프로 입문 이후 권혁은 이처럼 많은 이닝을 책임져본 적이 없을뿐더러 2010년 73.1이닝을 소화한 뒤로는 50이닝조차도 넘어본 시즌이 없었기 때문.

그러나 올해는 3일 연속 등판한 경우만 7차례에 이를 만큼 때를 가리지 않았고, 26경기에서 2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등 한계를 정해놓지 않고서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도 잦았다. 때문에 '혹사 논란'이 시즌 내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8월 들어 권혁이 링거를 맞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선수 관리와 관련해 김성근 감독을 향한 비판의 수위 역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시즌 종료 이후 좀 더 미래의 상황까지도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각종 기록에서 권혁의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팀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김 감독 역시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권혁이 그동안 쌓아왔던 공마저 팬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힐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권혁이 불펜카를 타고 등장하는 순간 여전히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차곤 한다. 그러나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서는 어느덧 상당수가 권혁을 '희망의 수호신'이 아닌 '안쓰러움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활약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팬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권혁이라 쓰고 '투혼'으로 읽었다면 이제는 권혁이라 쓰고 '혹사'로 읽는 팬들이 늘어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성근 감독은 시즌 초반 의식 개선을 선수단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꼽았다. 그리고 권혁은 매 경기 불꽃 투혼을 발휘, 동료들에게 감독의 메시지를 행동으로 전달했으며, 승리를 지켜냄으로서 자신감과 사기를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책임졌다. 끊이지 않는 혹사 논란에도 언제나 "괜찮다"는 말로 팬들을 먼저 안심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남은 경기에서 제 아무리 부진한 모습을 노출하더라도 이미 권혁은 올시즌 주어진 모든 역할을 다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결국에는 "원 없이 공을 던지고 싶었다"며 험난하지만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본인 스스로가 선택했다.

이에 대한 존중만큼은 반드시 필요하다. 권혁의 100이닝 돌파에 찬사보다 우려의 시선이 먼저 쏟아지고 있는 데에는 그의 최근 부진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부득이한 면도 있다. 그러나 권혁이 꺼져가는 불꽃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무형의 장작은 걱정스러운 시선보다 변함없는 신뢰가 담겨있는 열렬한 성원이다.

올시즌 권혁은 홈 36경기에서 6승4패 9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04. 특히 대전 34경기에서는 5승3패9홀드 3홀드 평균자책점 2.86으로 원정(32경기 3승6패 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6.00)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우월한 성적을 남겼다. 홈 팬들의 함성을 등에 업은 권혁은 여전히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 모든 것을 쥐어짜내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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