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하게 던진 권혁에게 누가 돌을 던지랴 [강산의 릴리스포인트]

2015. 9. 1. 06: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좌완투수 권혁. 그는 선발투수가 아닌 필승 계투, 정확히 말하면 마무리투수다. 그런데 여타 마무리투수들과 비교해 많이 던졌다. 너무나 많이 던졌다. 이는 그가 한화 마운드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보여준다. 바꿔 말하면 한화 불펜에 확실한 믿을맨이 몇 안 된다는 얘기다.

31일 기준 권혁의 올 시즌 성적은 68경기 9승 10패 15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44. 세이브와 홀드 기록을 빼고 보면 선발투수라는 착각이 들게 한다. 세부 기록을 살펴보자. 101⅓이닝을 소화하며 총 1848구를 던졌다. 삼진 79개를 솎아내며 사사구 50개를 내줬고, 피안타율 2할 7푼, WHIP(이닝당 출루 허용)는 1.49다.

많이 던졌으니 그만큼 많은 승리와 패전 기록이 따라온다. 그런데 권혁은 올해 선발 등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소화 이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경기당 평균 소화 이닝은 1.49이닝이지만 2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총 26경기에 달하고, 이 가운데 3경기에서는 3이닝이나 소화했다. 경기당 평균 투구수는 27.17개로 올해 한 번도 선발 등판하지 않은 순수 구원투수 가운데 가장 많다. 이 부문 2위는 동료 박정진(총 1561구, 경기당 평균 21.38구)이다.

투수 부문 순위만 봐도 권혁이 얼마나 많이 던졌는지 알 수 있다. 올 시즌 최다 등판 2위, 최다이닝과 상대 타자 수(448명) 26위다. 규정이닝(118이닝, 팀 경기수)과 16⅔이닝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시즌 중반에는 규정이닝을 채우면서 평균자책점 순위권에 들어가기도 했다.

최근 권혁의 투구를 유심히 살펴보면 직구 구위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30일에도 최고 구속 148km까지 찍었다. 그런데 제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승부가 길어진다. 그만큼 투구수가 늘어난다. 특히 7월 이후 10경기에서 30구 이상을 던졌다. 40구 이상 던진 경기도 4경기다. 확실히 타 구단 마무리투수들과 비교하면 많은 수치다. 승부처에서 쓸 수 있는 계투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한화로선 권혁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게다가 최근 윤규진도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이탈하면서 권혁의 부담이 더 커졌다.

권혁은 2002년 1군 데뷔 이후 종전 한 시즌 최다이닝은 2004년 81이닝이었는데,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다. 특히 지난 10년간 계투로만 1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는 2007년 임태훈(전 두산, 64경기 101⅓이닝)과 2010년 정우람(SK, 75경기 102이닝) 말곤 없다. 정현욱(현 LG)이 2008년 137이닝을 소화했는데, 당시 그는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2009년 133⅓이닝을 던진 전병두도 마찬가지다.

김성근 한화 감독도 권혁의 잦은 등판이 안타깝다. 그는 지난 19일 "권혁은 당분간 쉬게 해주려고 한다. 본인이 OK 할 때까지 휴식을 주겠다"고 했다. 당시 윤규진까지 말소되면서 불펜 사정이 무척 좋지 않았다. 한때 선발요원 배영수를 필승조로 돌렸을 정도. 결국 권혁은 16일 이후 닷새 만에 마운드에 올랐고, 투혼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복귀 후 5경기 성적은 1승 평균자책점 4.15.

후반기 들어 위력이 떨어진 건 분명하다. 단순히 구속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전반기 50경기에서 7승 8패 1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01의 성적을 남긴 그가 후반기 18경기에서는 2승 2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5.76을 기록했다.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2점 가까이 올라간 부분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시즌 리그 최다인 7차례 블론세이브를 범했고, 후반기 들어 승리를 지키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권혁을 비난할 수 없다. 지난해 한화 불펜 평균자책점은 6.29로 리그 최하위(9위)였고, 리그 평균 5.20보다 1점 이상 높았다. 냉정히 말해 처참한 수준이었다. 새로 합류한 권혁이 버텨준 덕에 5위라는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현재 한화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47로 NC 다이노스(4.26)에 이어 리그 2위다. 박정진-윤규진-권혁이라는 확실한 승리조를 구축하면서 계산이 서는 불펜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것. 상황에 따라 3이닝까지 소화한 권혁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그가 느끼는 책임감은 어마어마하다. 입단 당시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어깨는 굉장히 싱싱하다"고 했던 그다. 순항하던 시즌 중반에는 "요즘 정말 행복하게 야구한다. 누군가 날 믿어준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 있는데, 혹여 지치지 않았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때도 "나는 괜찮다. 나도 사람이니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겠다"고 의연함을 보였다. 그의 책임감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누구보다, 어느 때보다 많이 던졌다. 이제 진짜 승부처다. 순수 구원으로만 100이닝을 넘긴 투수에게 투혼을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권혁은 또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권혁이 마운드에 오른다는 건 그만큼 한화가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많다는 얘기다. 그는 여전히 한화의 믿을맨이다. 권혁의 투혼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더 많지만 최근 부진으로 인한 비난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화 마운드에 권혁이 얼마나 큰 힘을 보탰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대체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지랴.

[한화 이글스 권혁. 사진 = 마이데일리 DB]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NO.1 뉴미디어 실시간 뉴스 마이데일리( 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