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박근혜 표' 문화융성, 수요일 밤에 박물관 가라?
[쿠키뉴스=정진용 기자]“3시부터라고요?”
국립박물관 특별전시회 매표소 앞에서 김모(56·여)씨가 직원의 말을 듣고 반색을 했다.
김씨는 “‘문화가 있는 날’이라는 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표 값을 할인해준다니까 좋다”며 “좀 기다렸다가 다시 와야겠다”고 되돌아갔다.
김씨같은 경우는 다행히 2시40분에 와서 잠깐만 대기했다가 할인된 표를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일찍 온 몇몇 사람들은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아쉬워하며 제값을 주고 입장하기도 했다.
‘문화가 있는 날’은 박근혜 정부가 3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을 내걸고 지난해 1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정부 사업이다. 취지는 국민 모두가 쉽게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문화시설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영화 관람은 6~8시까지 8000원에서 6000원으로 할인되고 몇몇 문화재나 박물관도 입장료를 50%까지 할인 또는 아예 무료로 하는 등 관람객들이 들으면 솔깃할 만한 혜택이 많다.
‘문화의 날’에 고작 2시간?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취재해본 결과 미흡한 면이 많았다. 8월의 ‘문화가 있는 날’인 지난 26일에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를 찾은 15명의 시민 중 절반 정도만 이 사업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혜택을 알고 있었던 시민들은 문화의 ‘날’ 이라고 해서 할인이 하루 내내 적용되는 줄 알았는데 특정 시간대만 해당이 돼서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어머니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오모씨(39·여)는 “지난달 올림픽공원에 있는 소마 미술관을 찾았다가 오후 6시부터 할인이 적용된다는 말을 듣고 황당했다”며 “박물관이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데 고작 2시간만 입장권을 싸게 팔면서 문화의 날이라고 하면 너무 생색내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당시 6시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그냥 제 값을 주고 들어갔지만 다른 일행들은 박물관 직원들에게 매우 화를 내고 되돌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전에 미리 시간 확인을 해보지 않았다가 3시부터 할인이 적용된다는 매표소 직원의 말을 듣고 되돌아가는 관람객들도 종종 있었다.
혼자 전시회를 찾은 채모(33씨)는 “평소에는 부담스럽던 전시회 가격이 할인돼서 좋지만 각 기관마다 시간이 너무 제각각이다”라며 “여기는 3시, 저기는 5시부터라고 해서 혼란스러운 것 같다”고 전했다.
왜 하필 수요일 밤? 직장인은 어떻게 하라고
‘문화의 날’이 평일인 수요일이 아니라 주말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관람객 박모(46·여)씨는 “영화관이나 미술관들이 오후 시간대에 표 값을 할인해 주는 것은 직장인을 배려하기 위한 것 같아서 이해는 간다. 하지만 수요일은 직장인이 시간 내기 힘든 날 아닌가”라며 “이 사업의 원래 취지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니만큼 수요일 보다는 주말로 바꾸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대학생 이모(24)씨는 “한 달에 고작 한번, 그것도 평일에 하면서 무슨 문화 융성이냐”고 지적하며 “요일을 바꾸거나 횟수를 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무가 아닌 자율적인 참여…일률적으로 강제하기 어려워
문화융성위원회 확산·홍보 담당자는 “기관들이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특성 상 일률적으로 시간이나 할인율을 정할 수 없다. 각 기관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운영진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하는 등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일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주말보다는 평일에 시민들이 여가를 즐길 여유가 없다.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된 배경이 평일 여가 활성화를 통해 일과 여가의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기 때문에 평일인 수요일로 지정된 것”이라며 “기관 입장에서도 주말이 가장 입장객들이 많고 수입을 가장 많이 올릴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에 주말로 정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현재로선 예산 문제도 있고 횟수를 늘릴 계획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jjy4791@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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