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문 여는 소리에 깼더니 집주인이.."

진경진 기자 입력 2015. 9. 1. 05:46 수정 2015. 9. 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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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도 포기한 '칠포세대'의 주거불안'<5>]3.3㎡ 당 월 임대료 타워팰리스보다 비싸지만 세입자 권리는 바닥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편집자주] |청년실업은 오래된 사회문제이자 여전히 우리 사회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등록금, 취업난에 높은 집값까지 사회·경제적 압박을 받는 20~30대가 혼자 살기엔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거나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기약 없이 미루는 '삼포세대'는 어느새 인간관계와 내집 마련을 포기하는 '오포세대'로 발전했다. 급기야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세대'라는 요즘. 상식을 뛰어넘는 주거비는 우리 젊은이들을 절망으로 몰아넣는다. 이들이 꿈과 희망을 포기했다는 건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음을 의미한다. 이들에게 희망을 되돌려주기 위해 현실을 바로 알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고자 한다.

[[꿈과 희망도 포기한 '칠포세대'의 주거불안'<5>]3.3㎡ 당 월 임대료 타워팰리스보다 비싸지만 세입자 권리는 바닥 ]

"한 번은 원룸에서 잠을 자다 소리가 나서 깼더니 주인아저씨가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거에요. 본인이 가진 여분의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온 거죠. 너무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그냥 잘 있나 궁금해서 와 봤다'고 하곤 나갔어요. 공포영화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나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 서지수씨(가명).

수도권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들이 월평균 50만~6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임대료로 지불하며 월셋집에 살지만 세입자의 권리를 누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일부 집주인은 나이 어린 학생이란 이유로 횡포를 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대학생 세입자들의 지적이다.

올해 초 민달팽이유니온과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가 서울시내 11개 자치구 69개 고시원 임대료와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2012년 10월 시세 기준) 임대료를 비교한 결과 고시원의 3.3㎡당 평균임대료는 약 15만2000원인 반면 타워팰리스는 3.3㎡당 임대료가 11만8000원 수준이다. 단순히 3.3㎡당 임대료만 놓고 비교했을 때 고시원의 임대료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셈이다.

하지만 대학생 세입자들은 지불한 임대료 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사는 대학교 2학년생 강인혜씨(가명)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5만원인 다가구주택에서 충격적인 일을 경험했다.

강씨는 "같이 사는 친구가 주말에 집에 내려가고 혼자 텔레비전을 보는데 술에 취한 집주인이 갑자기 문을 따고 들어와 월세를 안냈다고 나가라며 호통을 쳤다"며 "일단 집 밖으로 쫓겨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월세도 내고 영수증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고 했다. 그는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강씨는 해당 사건에 대해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지만 이는 명백히 주거침입에 해당한다.

법무법인 자연수의 이현성 변호사는 "비상상황이 아닌 이상 거주인의 허락 없이 임대인이 집에 들어오는 것은 주거침입죄에 해당된다"며 "집주인이 여벌로 열쇠를 갖고 있을 수 있지만 이는 비상시를 위해서일 뿐 비상상황이 아님에도 세입자 집에 마음대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했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세입자들의 기본권리를 침해하는 사례는 더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김선우씨(가명)는 "집주인이 건물 정문에 설치한 CCTV(폐쇄회로TV)를 통해 출입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혹시라도 친구들을 데려오는지 감시한다"며 "하숙집이나 고시원도 아닌데 왜 그런 부분까지 감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당수 대학생이 이같은 경험을 하지만 이 역시 불평등계약이다. 이 변호사는 "이전에 여러 번 친구를 데려와서 다른 세입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했다면 몰라도 임대차계약은 세입자가 독립적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빌려주는 것임에도 그 공간에 친구를 데려오지 못하게 하는 건 내용 자체가 부당하고 불평등하다"고 설명했다.

기본적 집수리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생 김선주씨(가명)는 "화장실 세면대가 고장나서 집주인에게 얘기했지만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며 "집주인과 말이 안 통해 중개해준 공인중개소에 말했더니 집주인과 이야기하라고만 한다"고 토로했다.

진경진 기자 jk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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