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으로 등록금 못 내린다더니.. 사립대 넘치는 곳간, 이자놀이까지

이대혁 입력 2015. 9. 1. 04:51 수정 2015. 9. 1.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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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금 8조원… 3년간 2744억↑

26개校는 증가액 100억 넘어

국내 149개 4년제 사립대 가운데 절반이 넘는 78개교(52.3%)에서 적립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은 2012년 이후 등록금 인하 및 동결 탓에 재정상태가 악화됐다며 등록금 자율책정을 요구해왔는데 그 근거가 희박해졌다는 지적이다. 적립금에서 창출한 이자를 다시 적립하는 행태도 드러나 대학들이'이자놀이'를 한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30일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아 분석한 '2011~2014년 4년제 사립대 적립금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대학의 적립금 총액은 8조855억원으로 2011년 7조8,111억원보다 2,744억원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건축적립금이 3년간 2,178억원이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으며 이어 장학적립금(679억원), 연구적립금(621억원) 순이었다.

전체 149개 사립대 가운데 과반인 78개교의 적립금이 증가했는데, 이들 대학의 적립금 증가액은 9,473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적립금 증가액이 100억원을 넘는 대학은 78개교 중 26개교에 달했다. 홍익대가 1,083억원이 늘어나 가장 많이 증가했고, 고려대(793억원), 성균관대(674억원), 연세대(671억원), 건국대(526억원) 등 5개교는 5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사립대의 적립금 운용계획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적립금 상위 20개 대학의 적립금 용도별 운용계획과 실제 사용액 및 적립액을 비교해 보니 대학들의 ' 적립금 쌓아두기'행태가 드러났다. 사용액은 3,870억원으로 목표(4,531억원)보다 661억원을 덜 썼고, 적립액은 5,490억원으로 목표(3,644억원)보다 1,846억원을 더 모았다. 이에 따라 887억원 줄었어야 할 적립액은 오히려 1,621억원이 증가했다.

적립금 상위대학들의 비중은 더욱 커져 적립금의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가속화했다. 적립금 상위 10개교의 적립금은 3조8,248억원으로 전체 149개교 적립금 총액의 47.3%를 차지했다. 이는 2011년 43.5%보다 3.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상위 20개교까지 확대하면 그 비중은 62.7%까지 올라간다. 적립금이 많은 대학은 이자 수입이 상대적으로 많아 이를 다시 적립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적립금 증가가 등록금 인하, 장학금 지급 등 학생들의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동안 사립대들은 적립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이자 수익 등을 통한 장학금 증액'을 위한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이자 수입만큼의 혜택을 학생들에게 돌리지 않고 다시 적립금을 증액하는데 이용한 것이다. 유 의원은 "대학이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등록금 규제 완화 조치를 요구했지만, 실상은 무분별한 적립금 적립으로 곳간을 채워왔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교육부는 대학의 적립금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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