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혼 후 양육비 모른 척하다 감치, 2년새 두배

손현성 2015. 9. 1.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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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감치 결정 늘어… 지난해 26건

단번에 4000만원 내고 풀려나기도

이혼 뒤 자녀 양육을 떠넘기고 양육비를 주지 않다가 감치 된 뒤에야 토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011년 2월 한 40대 부부는 미성년 남매를 아내 A(43)씨가 키우고, 남편 B(47)씨는 매달 양육비 10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협의 이혼했다. 그러나 B씨는 첫 달만 100만원을 주고 이후 '모르쇠'로 일관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3년 넘게 홀로 자녀를 양육하며 버텨온 A씨는 참다 못해 지난해 10월 "전 남편이 양육비를 주게 해달라"며 이행명령 신청을 냈다. 법원은 올해 2월 B씨에게 "미지급된 양육비 4,000만원을 올 3월부터 연말까지 10회로 나눠 월 400만원씩 지급하라"는 당연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B씨는 법원의 명령까지 나 몰라라 했다.

급기야 A씨는 지난 5월 다시 법원에 B씨를 구치소 등에 구금해달라는 감치 신청을 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1단독 정용신 판사는 최근 "B씨를 감치 25일에 처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곧바로 서울구치소에 구금시켰다. B씨는 "교통사고를 내서 재판을 받고 있고, 특별한 직업 없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어머니를 모시고 있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했지만, 정 판사는 "이행명령을 위반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치 효과는 일주일 만에 나타났다. B씨는 밀린 양육비 4,00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하고 당일 석방됐다. 가사 사건 심리를 맡아온 한 현직 판사는 "4,000만원을 단번에 내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경제력이 있으면서도 자녀를 홀로 키우는 엄마의 고통을 외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씨처럼 이혼 뒤 자녀 양육을 떠넘기고 양육비를 주지 않다가 감치 된 뒤에야 토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31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2011년과 2012년 각 12건이던 이 법원의 감치 결정은 2013년 20건, 지난 해 26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올해도 8월 19일까지 18건에 이른다. 전 배우자가 감치 신청을 하자 구금되는 게 두려워 뒤늦게 양육비를 지급하고 취하 받은 건수도 2011년 18건, 2012ㆍ2013년 각 16건, 지난해 22건, 올해 현재 14건이다.

양육비 등 이행명령을 세 번 어긴 이행 의무자에게 법원이 최대 30일까지 감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도는 오래 됐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적극 활용되고 있다. 형벌인 벌금과 달리 질서벌인 감치는 지급액이 차감되지 않으며, 설사 30일 감치를 버티더라도 법원은 양육비를 낼 때까지 감치 명령을 반복해 내릴 수 있다.

양육비를 16년이 넘도록 안 준 경우도 감치로 해결됐다. C(46)씨는 1997년 10월 이혼하면서 남편 D(52)씨에게서 딸의 양육비로 월 30만원을 받기로 했지만 한번도 입금 받지 못했다. D씨는 지난해 5월 C씨의 이행명령 신청에 따라 법원이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지만 무시했고, 결국 정 판사는 이달 11일 감치 15일 결정을 내리고 그를 서울구치소로 보냈다. 법정에서 "92세 노모의 안위가 걱정되니 감치를 면하게 해달라"며 호소했던 D씨는 감치 5일 만에 500만원을, 그 이튿날 1,000만원을 내고 다음날 풀려났다.

그러나 법원의 감치 결정이 나도 기관 간 비협조로 영장이 집행되지 않아 양육친의 경제적 고통이 끝나지 않은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비양육친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법원이 비양육친 주소지 관할 경찰서에 집행영장을 보내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현직 판사는 "경찰로선 구금 집행이 실적에 도움이 안 될 수 있지만,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감치 영장집행을 집행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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