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이적 강행, 아버지의 고뇌는..

입력 2015. 9. 1. 03:06 수정 2015. 11. 3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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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정씨 '토트넘행 개입' 배경병역 해결 안된 아들 미래 염려.. 입대 전에 몸값 최대한 받게 해

[동아일보]
31일 축구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귀국한 손흥민(23·토트넘)의 곁에는 ‘사커 대디(축구선수 아들을 적극 뒷바라지하는 아버지)’ 손웅정 씨(49·손웅정 축구아카데미 감독)가 있었다. 해외 언론에 따르면 손 씨는 손흥민의 토트넘 이적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로서 ‘월권’을 행사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손흥민의 동료였던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의 하칸 찰하노을루는 “(손흥민이) 경솔했다. 아버지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손흥민 부자도 어느 정도 이런 비판을 예상했다. 그럼에도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적을 강행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우선 손흥민의 아버지는 아들의 불투명한 장래를 가장 우려했다는 분석이 많다. 손흥민은 4년 뒤에는 군에 입대해야 한다.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손흥민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해 동메달 이상을 따내거나 3년 뒤 아시아경기에서 우승해야만 한다. 문제는 두 대회 모두 목표로 하는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따라서 손흥민의 아버지에게는 아들이 입대 전 몸값을 최대한 줄 수 있는 구단으로 옮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토트넘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5년 계약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첼시 등 재정이 넉넉한 EPL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수 있다. 손흥민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는 것을 듣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경우 토트넘은 레버쿠젠에 준 이적료보다 훨씬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다.

이러한 결정 과정에서 손흥민 아버지의 역할이 컸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손흥민에게 아버지는 ‘조언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 기술을 가르쳐 준 아버지에 대해 손흥민은 “내가 유럽에서 뛸 수 있는 건 절반 이상이 아버지 몫이다”라고 말했었다. 손 씨는 한때 잘나가던 축구선수였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1990년 은퇴한 손 씨는 강원 춘천시에서 유소년축구 교실을 시작하며 “프로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아들을 직접 가르쳤다. 그는 같은 위치에서 슈팅을 100번 이상 반복하게 하는 등 스파르타식으로 아들을 훈련시켰다. 아들을 위한 손 씨의 관심이 지나쳐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아랍에미리트전에서 손흥민이 교체 출전해 17분여를 뛰자 손 씨는 “아들은 대표팀 즉시 전력감이 아니다. 소속팀에 적응할 때까지 대표팀에서 뽑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손 씨의 역할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손흥민의 믿음은 굳건하다. 손흥민은 “아버지는 나의 버팀목”이라며 “아버지는 흑백 TV로 해외축구를 보면서 꿈을 키우셨지만 이루지 못했다. 아버지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고난, 나를 통해 이루기 위한 노력을 듣고 보면서 잠시도 흐트러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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