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철권통치' 마하티르, 왜 민주화 시위 나섰나?

2015. 8. 3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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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전 총리

후계자 나집 총리 퇴진 시위

"내가 반정부 시위할 줄이야"

국영기업 돈 7억달러가 나집 총리 계좌로반부패위원회는 조사 뒤 면죄부"총리 퇴진하라" 쿠알라룸푸르 시위 격화

"정부가 법을 어긴다면 우리는 시위를 벌여야만 한다.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를 봐라. 민중이 시위를 통해서 마르코스 정권을 전복하지 않았느냐."

말레이시아 최장수 총리로 권위주의 통치로도 유명했던 마하티르 모하마드(90) 전 총리가 30일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해, 자신의 후계자나 다름없는 나집 라작 총리의 퇴진을 주장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부패 의혹에 휩싸인 나집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베르시'(Bersih·말레이어로 청결이라는 뜻)라는 단체 주도로 29일부터 계속돼 왔다. 항의의 뜻으로 노란색 셔츠를 입은 시위대가 29일 3만5000명, 30일에도 2만5000명가량에 이르렀으며, 시위대 주장으로는 누적 참가자가 20만명에 이른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7월 국영 기업인 1말레이시아개발회사(1MDB)의 돈 7억달러가 나집 총리의 개인 계좌로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나집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가 이달 초 "나집 총리의 개인 계좌로 입금된 돈은 중동에서 기부한 돈으로 1MDB와 무관하다"며 나집 총리에 대한 면죄부를 주자,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마하티르 전 총리가 이번 시위 이전부터 나집 총리 퇴진을 주장했지만, 90살 고령인 그의 나이와 집권 시절 이력을 고려해봤을 때 시위 참가는 의외의 일이다. 외과의사 출신인 마하티르는 1981년 총리에 오른 뒤 5번 총리를 연임해 2003년까지 22년간 총리 자리에 있었던 말레이시아 사상 최장수 총리다. 총리 시절 일본과 한국을 모델로 한 경제발전을 추구하면서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을 보였다.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했던 그는 야당과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도 주저하지 않았던 인물인데, 그런 그의 입에서 '피플 파워'가 나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2003년 퇴임 뒤 압둘라 바다위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줘 후계자로 삼았으나, 2008년 총선에서 여당인 통합말레이국민기구(UMNO)가 좋지 않은 성적을 내자 압둘라 총리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나집 현 총리를 지지했다. 그러나 최근 마하티르는 나집 총리에 대해서도 "부패한 지도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명인 마하티르 전 총리까지 시위에 참가했지만, 나집 총리가 당장 사임할 듯하지는 않다. 나집 총리가 통합말레이국민기구 내에서 지지를 완전히 잃지 않은데다가, 이번 시위의 주축은 말레이시아 다수 인구인 말레이계가 아니다. 화교와 인도계가 이번 시위대의 다수이기 때문에 나집 총리 사임을 이끌어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짚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시위대의 상징이 된 노란색 셔츠 착용을 금지하고 나섰지만,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지는 않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태스매니아 대학의 아시아연구소 소장인 제임스 친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지 않는 한 나집 총리는 당분간은 무사할 것"이라며 "나집 총리는 나중에 얼마든지 체포할 수 있는 시위대를 시위 현장에서 체포하지는 않을 만큼은 똑똑한 인물이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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