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이 참치, 자연산이에요 양식이에요?"

2015. 8. 3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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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따뜻해진 남해, '참다랑어 양식' 성공 눈앞

자연산 참다랑어 세계 생산량 감소세지중해 연안국 등 앞다퉈 '양식' 경쟁현재 완전 양식 성공은 일본이 유일한국, 2012년 태풍으로 5년 노력 무산2011년 금오도서 잡은 98마리 키워올해 평균 65㎏까지 키우는데 성공8월 산란·수정 거쳐 29만마리 태어나"기후변화로 겨울 수온 올라 양식 가능"다시 산란·부화하면 '완전양식' 성공

세계가 참다랑어 양식 경쟁 중이다. 최근 참다랑어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어 세계 주요 어업국들이 부족해지는 참다랑어 공급을 메우기 위해 앞다퉈 양식에 나서고 있다.

세계 다랑어류 전체 생산량은 1970년대 124만t, 2000년 441만t에서 2013년 572만t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다랑어류 가운데 참다랑어의 생산량은 1970년 7만6천t에서 2000년 8만2천t으로 조금 늘었다가 2013년 3만5천t으로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특히 2000년엔 8만2천t 가운데 양식이 3500t에 불과했으나, 2013년엔 3만5천t 가운데 2만3천t이 양식이었다. 자연산 참다랑어의 어획량이 13년 만에 7만8천t에서 1만2천t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제 어업국들에 참다랑어 양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참다랑어 자원이 줄어듦에 따라 참다랑어잡이에 대한 국제기구의 규제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한국이 포함된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는 참다랑어 자원의 보호를 위해 2002~2004년을 기준으로 30㎏ 미만의 태평양참다랑어의 어획량은 50% 이하로 하고, 30㎏ 이상은 더 늘릴 수 없게 했다. 이에 따라 2015년 한국은 718t, 일본은 4008t으로 어획량이 묶였다. 대서양, 지중해, (태평양) 남방 등지에서도 참다랑어 자원 회복 계획을 시행해 어획 할당량 축소, 새끼잡이 금지, 어획 노력 증가 금지 등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자원 감소 외에 맛과 경제성, 안전성 등도 참다랑어 양식 증가의 이유 중 하나다. 양식 참다랑어는 주로 오징어와 고등어 등 고단백 수산물을 먹기 때문에 살이 빨리 붙고 지방이 많아 특히 회로 먹을 때 특유의 고소한 맛이 강해진다. 이는 지중해 국가나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어린 참다랑어를 잡아 잠시 양식한 뒤 판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산보다 양식산이 더 맛이 좋은 것이다. 또 양식산은 먹이의 영양이 높아 60㎏ 이상의 어른 참다랑어로 키우는 데 3~4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자연 상태에서는 5년가량 걸린다. 이 밖에 자연산은 사람에게 해로운 수은 축적량이 많은데, 양식산은 이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상으로도 유리하다.

세계에서 참다랑어의 완전 양식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는 세계 1위의 참다랑어 소비국인 일본이다. 전세계의 횟감 참다랑어 가운데 70~80%가 일본에서 소비된다. 일본은 1970년부터 참다랑어 양식 연구를 시작해 1979년 세계 처음으로 자연산 '태평양참다랑어' 새끼를 어미로 키워 수정란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한국보다 무려 36년이나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일본도 이 수정란을 어미로 키워서 다시 수정란을 얻는 '완전 양식'에 이르는 데는 23년이 더 걸려 2002년에야 성공했다.

일본의 2013년 양식 참다랑어 생산량은 1만396t으로 세계 1위이며, 세계 양식 생산량의 44%를 넘었다. 특히 2014년에 51만9천마리의 참다랑어 새끼를 생산했는데, 양식산에서 29만8천마리(57.4%)를 얻어 자연산 22만1천마리(42.6%)보다 더 많았다. 이것은 양식 참다랑어 새끼를 대부분 자연산에서 얻는 다른 국가들보다 일본이 크게 앞선 대목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지승철 박사는 "일본은 이미 1970년에 참다랑어 자원의 고갈을 우려해 양식 연구를 시작했고, 수많은 실패 끝에 완전 양식에 성공했다. 일본인들이 워낙 참다랑어 요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정부도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결국 참다랑어 양식에서 월등하게 앞선 나라가 됐다"고 평가했다.

일본에 이어 참다랑어 양식에 도전한 나라는 몰타, 크로아티아, 튀니지,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이다. 지중해에선 1979년부터 모로코 북부에서 '대서양참다랑어' 양식이 시도됐으며, 1985년부터는 본격 양식을 하고 있다. 지중해 국가들은 새끼부터 어미까지 다양한 크기의 참다랑어를 잡아 일정 기간 양식한 뒤 내다 판다. 이렇게 하면 참다랑어에 살이 붙고 지방이 늘어나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중해 국가들의 양식 방법은 참다랑어 새끼를 잡아 어미로 키운 뒤 여기서 수정란을 얻어 다시 키우는 한국, 일본의 양식 방법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과 일본은 '완전 양식' 방법이고, 지중해 국가들은 '불완전 양식' 방법이다. 불완전 양식 방법은 자연산 참다랑어를 얼마나 잡는지에 따라 양식 생산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생산량이 고르지 못하다. 2013년 지중해 국가들은 모두 합해 3천t 정도의 참다랑어 양식 생산량을 기록했다.

1991년부터 양식을 시작한 호주도 지중해 국가들과 같은 '불완전 양식'을 하고 있다. 호주는 10~30㎏ 정도 되는 어린 '남방참다랑어'를 잡아서 대표적 양식장인 포트링컨으로 옮겨 양식을 하고 있다. 호주의 2013년 양식 생산량은 3482t으로 세계 3위이다. 멕시코는 1996년부터 '태평양참다랑어' 양식을 시작했는데, 2013년 생산량은 6228t으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다.

이 쟁쟁한 참다랑어 양식 국가들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 한국이다. 한국에서의 참다랑어 양식은 2006년 수산과학원에서 발표한 '참다랑어 양식 기술 개발 로드맵'에서 시작됐다. 2007년부터 수산업체에서 본격적으로 자연산 참다랑어 새끼를 키우기 시작했고, 경남 통영 욕지도에서 참다랑어 150여마리를 80~100㎏까지 키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2012년 8월 산란과 수정을 바로 앞둔 상황에서 태풍 볼라벤을 맞아 5년 넘게 키운 참다랑어 150마리를 모두 잃어버렸다. 황형규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관은 "당시 참다랑어가 모두 사라진 텅 빈 가두리를 보고 절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2011년 전남 여수 금오도에서 잡은 어린 참다랑어 98마리가 당시 태풍에도 여수 거문도에서 살아남아 이번에 부분 양식에 성공할 수 있었다. 2011년 3㎏에 불과했던 2년생 참다랑어들은 올해 평균 65㎏ 이상으로 자랐다. 8월에 네 차례 걸쳐 30만4천개의 알을 산란·수정했고, 이 가운데 29만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 이들 새끼가 3~4년 뒤 어미로 자라 다시 산란, 수정, 부화하면 한국은 세계 2번째의 참다랑어 완전 양식 국가가 된다.

한국 바다에서 참다랑어의 양식이 가능한지는 의문거리였다. 겨울 바다가 너무 추워 참다랑어가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전남 여수 거문도, 제주도 등은 참다랑어 양식이 가능한 것으로 증명됐다. 김응오 국립수산과학원 전략양식연구소장은 "제주도는 최저 수온이 13도, 거문도는 10도 이상 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참다랑어를 키울 수 있다. 이렇게 한국 연근해에서 참다랑어가 잡히고 양식이 가능해진 것은 아무래도 기후 변화의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3~4년 뒤 완전 양식 참다랑어가 나온다면 소비자들은 최고급 참다랑어 회를 저렴한 값으로 먹을 수 있을까? 현재도 횟집에서 진짜 참다랑어 회를 맛보려면 1인분에 최소 5만~10만원 정도를 치러야 한다. 수산과학원의 강준석 원장은 "초기 단계에서는 가격이 자연산보다 비쌀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참다랑어가 대량 양식되면 지금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진짜 참다랑어 회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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