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게임하는 택시 기사 때문에 아찔했던 20분

안준용 기자 2015. 8. 3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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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에 사는 회사원 유모(여·30)씨는 지난 25일 자정쯤 광화문 사무실에서 야근을 마치고 콜택시를 불렀다. 그런데 택시에 타서 집에 도착하기까지 20분 간 그는 줄곧 불안에 떨어야 했다. 정차할 때마다, 심지어 주행 중에도 택시 기사가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 때문이었다.

기사는 요즘 한창 유행인 A 모바일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때로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든 채 다른 한 손으로만 운전하기도 했다. 유씨는 “기사가 핸드폰을 보다 신호 대기 중인 앞차를 늦게 발견해 급정거하기도 했다”면서 “사고가 날까봐 무섭고 아찔했지만 괜히 험한 소리 들을까봐 아무 말 못하고 집까지 왔다”고 했다.

모바일 게임이 월 이용자 수가 20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운전 중에 게임 삼매경에 빠지는 택시 기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이 때문에 아찔한 경험을 했다는 승객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일하는 회계사 전모(31)씨는 “야근이 잦은 편이라 자정 넘어 택시를 자주 타는데, 특히 한밤 중 도로에 차가 적을 때 기사 분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고 했다.

인터넷에도 게임하는 택시 기사들에 대한 제보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운전 도중 게임을 하는 택시 기사의 사진을 올리며 “기사가 운전하는 내내 게임을 했는데, 신고할 방법이 없느냐”고 문의하기도 했다. “운전 중 전화도 위험한데 게임을 하다 사고가 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미국 뉴욕주에서는 운전 중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만 있어도 벌금을 부과한다는데 우리도 택시 기사와 승객, 모두의 안전을 위해 강력한 대응책이 나오면 좋겠다” 등의 네티즌 의견도 나왔다.

이런 경험을 한 이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택시 기사는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요즘 나오는 모바일 게임은 한 때 카카오톡 게임 열풍을 일으켰던 ‘애니팡’처럼 쉽고 가벼운 종류가 많아서다. 게임이 어렵지 않다보니 중·장년층 이용자가 급증했고, 특히 운전 중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택시 기사들이 게임에 빠지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문제는 주차해놓고 쉴 때가 아니라 정차할 때마다 또는 심지어 승객을 태우고 주행하는 중에도 게임에 빠지는 기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도로에 나온 차량이 적은 심야 시간대일수록, 남성 승객보다 항의를 덜 하는 편인 여성 승객이 탔을 때 기사들이 게임하는 빈도는 더 높아진다고 한다.

택시 기사들은 주로 내비게이션 바로 아래에 스마트폰 거치대를 설치해 게임 진행 상황을 확인하면서 수시로 이를 빼내 게임을 한다. 승객들 눈을 피해 허벅지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은 채 운전 도중 힐끔힐끔 아래를 보며 게임을 하기도 한다. 최근 인기 있는 모바일 게임 중에는 이용자가 게임 속 주인공이 돼 주어진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롤플레잉(RPG) 게임이 많은데, 단판으로 끝나지 않고 오래 붙잡고 있게 돼 특히 중독성이 높다.

그런데 운행 중 게임을 하는 행위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사항이 아니어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없다. 한 네티즌은 “직접 이용한 택시 차량 번호까지 확인해 서울시청 민원실에 신고 글을 올렸는데 ‘행정처분 대상은 아니며, 사업자에 대해 안전 수칙을 다시 한 번 알리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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