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같던 페더러가 이젠 반갑다고 인사"

뉴욕(미국)/최인준 기자 입력 2015. 8. 3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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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정현, 내달 2일 US오픈서 메이저 첫승 사냥] 한국 선수론 7년만의 출전 1년새 랭킹 178위 끌어올려.. 첫판 져도 상금 4600만원 "메이저 무대 계속 도전.. 깨지더라도 살아남겠다"

"하이, 정(Chung)!"

US오픈(총상금 4230만달러) 개막을 하루 앞둔 30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국립테니스센터 내 아서 애시 스타디움. 니시코리 게이(일본), 로저 페더러(스위스)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선수 라운지에서 한국의 정현(19)을 발견하자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주니어 유망주였던 정현이 어느새 세계적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흐뭇한 장면이었다. 정현은 "TV에서 보던 스타들과 한 대회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2일 정현은 시즌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US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 출격해 '메이저 첫 승'에 도전한다. 지난 6월 윔블던(1회전 탈락)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 본선 출전이다. 2회전에 진출하면 올해 프랑스오픈 챔피언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5위·스위스)와 만날 가능성이 있다.

정현은 이형택(39)이 2000년 한국 남자 선수로 처음 16강에 오르는 걸 보며 자란 '이형택 키즈'다. 2008년 이형택 이후 7년 만에 US오픈 본선에 오른 정현은 주니어와 성인 선수로 모두 US오픈에서 처음 메이저 대회를 경험했다. 정현은 "컨디션이 100%로 올라와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현은 지난 1년간 랭킹을 끌어올리며 '신분 상승'을 했다. 지난해 8월 말 세계 랭킹이 249위였던 정현은 네 차례 챌린저(투어 아래 등급 대회) 우승, 투어 7승을 거두며 현재 71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서양 선수를 상대로 힘에서 밀리지 않을 만큼 몸(186㎝·83㎏)도 키웠다. 정현은 이번 US오픈까지 3개 메이저 대회 연속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투어에서 받는 대접도 달라졌다. 챌린저 대회에선 선수들에게 샌드위치 같은 가벼운 식사를 주지만 US오픈에선 미슐랭 가이드 셰프가 마련한 뷔페 요리와 5성급 호텔이 제공된다. 정현은 대회 기간 조직위가 제공한 1억원 상당의 벤츠 SUV를 타는 혜택도 누리고 있다. 1회전에서 탈락해도 챌린저 우승 상금보다 2배 많은 3만9500달러(약 4600만원)를 받는다. 그는 "그랜드슬램에선 선수가 오로지 경기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더 의욕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현이 테니스 선수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가족의 힘이 컸다. 정현은 아버지 정석진(50)씨가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 형 정홍(22)이 건국대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는 '테니스 삼(三)부자'로 유명하다. 6세 때 정현을 테니스의 길로 인도한 아버지 정씨는 세계 투어에서 뛰는 선수로 키우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정현에게 영어 공부를 시켰다. 정현은 왼손잡이 선수인 정홍과 함께 테니스 경기를 하며 또래보다 출중한 백핸드 실력을 갖게 됐다. 형제는 집에서 파리채를 라켓처럼 휘두르며 연습을 할 정도로 테니스에 빠져 살았다.

정현은 "형이 늘 '죽기 살기로 하지 말고 죽을 각오로 해서 최고가 되라'고 말한 게 자극이 됐다"고 했다.

정현의 1회전 상대는 호주의 제임스 덕워스(23·세계 92위)다. 정현보다 메이저 본선 경험이 많은 덕워스는 '서브 앤 발리(서브 후 네트로 달려와 발리 공격을 하는 방식)'에 강하다. 공 속도가 빠른 하드코트에서 유리한 경기 방식이다. 윤용일 코치는 "패싱샷(네트 근처에 있는 상대가 닿지 않는 곳으로 보내는 샷)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은 윔블던 1회전에서는 5세트 접전 끝에 역전패하며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정현은 "깨지고 상처받더라도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내 경쟁력과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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