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ity] 제시, 트러블메이커 or 룰브레이커?

아이즈 ize 글 황효진 2015. 8. 3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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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황효진

“진짜 각오하고 있으래. 왜 그런 말을 해? 사람을 떨리게.” 제시는 투덜거렸지만, 결국은 친구들의 경고가 옳았을지도 모르겠다. MBC [일밤] ‘진짜 사나이’를 통해 수차례 예고된 것은 군대라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제시의 모습이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반말이 나오는 바람에 소대장과 갈등을 빚고, 지원서의 ‘가족관계’란에 ‘좋아요’라고 쓸 만큼 한국어에 서툰 탓에 ‘부사관 후보생’이라는 말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서 소대장에게 혼나고, 급기야는 동기들 앞에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너무 힘들다고 고백했다. 적어도 지금까지 공개된 장면들 안에서 제시는, 트러블메이커다.

Mnet [언프리티 랩스타]에서도 그의 포지션은 또 다른 의미의 트러블메이커였다. 빡센 메이크업과 걸걸한 목소리, 살짝 건들거리는 듯한 태도와 말투로 등장했던 그가 돌발적으로 디스 랩을 하는 순간, 제시의 캐릭터와 스타일은 따로 부연하지 않아도 명확하게 설명되었다. 나이를 내세우던 타이미에게는 “You’re not 내 언니 아니야”라고 선언했으며, 그럼에도 훗날 제법 괜찮은 무대를 보여준 타이미가 탈락하고 부족했던 지민과 키썸이 살아남았을 때는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분명 제시는 심사를 받고 룰에 따라야 하는 서바이벌쇼의 참가자로서 일종의 ‘문제아’였다. 사실 이것은 그가 한국식 예능의 틀에 익숙하지 않았던 덕분이기도 하다. 만나자마자 서열을 정리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룰과 결과도 그럭저럭 수긍하고 넘어가는 분위기는 외국에서 지낸 시간이 훨씬 더 길었던 제시에게는 낯설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트러블메이커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일반적인 시선에서 비껴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사람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힙합의 애티튜드를 온몸으로 보여준 참가자였기 때문이다. 윤미래 이후, 압도적인 카리스마의 무대에 삶의 스타일을 담아내는 여성 래퍼가 비로소 등장한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 불가능하며,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힙합 기반의 뛰어난 뮤지션이라는 사실에 외국 출신이라는 정체성까지 더해지자, 제시의 거침없는 솔직함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고유한 스타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는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했을 때 [언프리티 랩스타] 활동 당시의 어려움에 대해 언급하다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해 “대가X가 안 돌아가요”라고 말했고,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에서는 게임을 하던 도중 정답을 맞히지 못해 자꾸 쟁반으로 머리를 맞자 “아 씨~”라고 말했다. 다른 연예인이었다면 막말 혹은 태도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었을 일이지만, 사람들은 그를 비난하는 대신 함께 웃을 뿐이다. 의도치 않게 제시는 참견과 지적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면서도 관심과 애정을 받는, 희귀한 종류의 연예인이 되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른 이들의 기준에 맞춰 굳이 꾸며내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물론 세상은 제시에게 ‘기 센 힙합 언니’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동시에, ‘진짜 사나이’의 예고편에서 우는 모습을 공개한 것처럼 의외로 어리고 여린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부여하려 한다. 제시가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을 때 유희열은 “편하게 웃으시면서 얘기하는데 왜 이렇게 무섭죠?”라고 농담처럼 말했으며, 박진영은 “겉만 강하지 속은 완전 착하고 여리고 소녀 같다”고 평가했다. 제시가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게 될수록, 그동안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은 연예인에게 주로 덧씌워졌던 ‘엉뚱하기만 한’ 캐릭터 또는 ‘세 보이지만 실은 보드라운 여성’ 이미지의 함정을 피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대 위든 아래든 그는 찰나일지도 모르는 이 시간 속에서 자신을 전부 보여줄 준비가 됐으며, 아직까지는 누군가의 평가에 따라 흔들리거나 상처받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십 대 시절부터 미국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하고, 적지 않은 부침을 버텨낸 후 드디어 주목을 받게 된 것에 대해 제시는 말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저는 지금이 이렇게 빛나는 게 되게 행복해요.” 이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잭팟일지 빈손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제시가 그저 그런 트러블메이커로만 남지는 않을 것 같다.

글. 황효진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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