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 볼트·패러 건재, 시퍼스·디바바 등장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29·자메이카)와 '장거리 영웅' 모 패러(32·영웅)는 건재했다.
세계 육상을 이끌 새 얼굴도 나왔다.
대프네 시퍼스(23·네덜란드)는 여자 단거리, 겐제베 디바바(24·에티오피아)는 여자 중장거리를 이끌 차세대 주역으로 떠올랐다.
22일부터 30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볼트를 위한 무대였다.
대회 전까지 볼트의 올 시즌 개인 최고 기록은 100m 9초87, 200m 20초13이었다.
2013년 모스크바 대회 이후 발, 엉덩이 부상으로 재활에 긴 시간을 보낸 볼트가 올해에도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볼트의 아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마침 저스틴 게이틀린(33·미국)이 올 시즌 전성기를 다시 열며 남자 100m 1∼4위 기록(9초74, 9초75, 9초75, 9초78), 200m 시즌 1, 2위 기록(19초57, 19초68)을 작성하며 볼트를 압박했다.
그러나 '볼트 시대'는 계속됐다.
볼트는 23일 9초79로, 9초80을 기록한 게이틀린을 제치고 100m 우승을 차지했다.
200m에서는 볼트 19초55, 게이틀린 19초74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400m 계주에서마저 볼트가 승리했다. 미국이 실격처리되면서 게이틀린은 계주에서는 메달조차 얻지 못했다.
볼트는 3관왕에 오른 반면, 유일한 라이벌로 꼽히던 게이틀린은 은메달만 2개를 얻었다.
2009년 베를린, 2013년 모스크바 대회에 이어 3개 대회 3관왕에 오른 볼트는 2011년 대구에서 얻은 금메달 2개를 합해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총 11개의 금메달을 수집했다.
볼트는 "이번 대회 전에 모두가 내 몸 상태를 의심했다는 걸 알고 있다"며 "하지만 나는 나를 의심하지 않았다. 금메달 3개면 내가 여전히 최고라는 걸 증명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볼트는 베이징에서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했다.
소속팀 코치가 '약물 브로커'로 확인돼 도핑 테스트의 표적이 된 영국 장거리 영웅 모 패러(32)도 금메달로 의혹의 시선을 지워냈다.
패러는 이번 대회 5,000m와 10,000m에서 모두 우승해 2013년 모스크바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2관왕에 올랐다.
5,000m에서는 2011년 대구 대회부터 3연패에 성공했다.
여자부에서는 시퍼스와 디바바의 등장으로 기존 판도에 균열이 생겼다.
특히 시퍼스는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 스타로 자주 언급됐다.
여자 100m에서 셸리 앤 프레이저 프레이스에 0.06초 뒤진 10초81로 뒤져 은메달을 딴 시퍼스는 200m에서는 자메이카, 미국 선수를 모두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인종과 국적, 이력 모두 흥미롭다.
시퍼스는 백인 선수다. 더구나 시퍼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단거리에서 단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한 '단거리 약소국' 네덜란드 출신이다.
2013년까지는 7종경기에 주력하는 선수였다.
2014년부터 단거리를 주 종목으로 바꾼 시퍼스는 2014년 취리히 유럽육상선수권 100m, 2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더니 베이징에서는 미국과 자메이카 선수들까지 제쳤다.
겐제베 디바바는 중장거리 강국 에티오피아의 '차세대 에이스'로 지목됐다.
디바바는 1,500m에서 금메달, 5,0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올해 7월 취윈샤(중국)가 1993년 기록한 여자 1,500m 종전 세계 기록(3분50초46)을 22년 만에 0.39초 앞당긴 디바바는 한 달 만에 치른 세계육상선수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IAAF는 "아프리카에는 정말 많은 디바바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겐제베의 기록 행진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며 겐제베 디바바의 등장을 반겼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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