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보 감독' 조동현 "부담갖지 말란 얘기 열 받더라"

김희선 2015. 8. 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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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김희선]
"너무 부담 갖지 말라. 처음이니까 괜찮다."조동현(39) 감독이 지난 4월 부산kt의 지휘봉을 잡은 후 가장 많이 들은 얘기다. 매년 새로 등장하는 초보 감독들이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면서 감독이라는 '극한 직업'의 괴로움을 깨닫는 과정을 지켜본 주변인들의 애정 어린 격려이자 위로였다. 하지만 조 감독은 "첫 시즌이잖아, 초보니까 부담 없이 하라"는 얘기를 들으면 '열이 올랐다'고 한다."(그들의)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는 초보니까 어차피 안 될거라고 생각하고 대충 하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그렇게 조 감독의 마음은 단호했다. 지난 27일 중국 광둥성 둥관의 한 호텔에서 전지훈련차 '2015 삼성 갤럭시배 한중 농구대항전' 참가를 위해 머무르고 있던 조 감독을 만났다. 취임 5개월차지만 아직 감독이라는 호칭이 낯설다는 조 감독과 시즌을 앞두고 솔직한 얘기를 나눴다.

◇ FM 스타일, 성격 나쁜 감독님

- 훈련 내내 선수들이 조 감독 눈치를 보더라.

내가 kt에 처음 왔을 때 분위기가 무척 어수선했다. 코칭스태프가 바뀌면서 선수단 부상 문제도 전혀 체크가 안됐고, 한달 쉬는 사이에 치료도 못 받은 선수들이 태반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조직을 끌고 가기 위해 첫번째로 일단 규율을 만들었다. 지키지 않으면 무조건 페널티를 줬다. 반발은 없었다. 나는 FM 스타일이다.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걸 선수들도 다 안다. 앞으로 더 힘들어질 거라고 미리 얘기도 했다. 내가 지금 세게 밀어붙이고 있는데 언젠가 부러질지도 모르지만, 팀을 만들어가는 입장에서는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타협하고 그런 것 없다. 다들 안다, 내가 성격이 그렇게 좋지 않다, 하하.

- 베스트5는 정해졌나?

우리 팀에는 지금 베스트5가 없다. 상대팀에 맞게 변화를 줄 계획이다. 지금 베스트5가 꾸려질 만큼 선수단 내의 기량 차이가 크지 않다. 공격에서 차이가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팀으로서 커버 가능한 수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단 수비를 소홀히 하는 선수는 안 내보낸다.

- 어린 선수들이 많다. 기대되는 선수가 있나?

이재도(24)나 김현수(25) 정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딱히 누굴 키워보겠다기 보다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을 다 살려주고 싶다. 특히 실력은 있는데 멘탈이 약한 선수는 더 강하게 키우고 싶다. 박철호(23)가 그렇다. 철호는 처음 왔을 때 선수도 아니었다. 하루 100번 이상 철호 이름을 부른 것 같다. 짐싸서 내보낸 적도 있다. 요즘은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다.

◇ 넘고 싶은 '평생스승' 유재학

- 처음 감독직 제의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감독 맡기엔 좀 이르지 않나 싶었죠. 그런데 유재학(52·모비스)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 "할 때 됐어, 나는 너보다 더 어릴 때 했다"고. (유 감독은 35세이던 1998년 대우증권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감독님 밑에서 더 배워야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더니 "하면서 배워, 실패도 해보고 져보기도 하고 해야 더 많이 배운다. 나한테 배우긴 뭘 배워, 그러면 나한테 배운 것 밖에 뭘 더 알겠어? 지고 이기면서 배워야지."하고 등을 떠밀어주셨다, 하하.

- 그래도 쉽지 않은 도전인데.

최강전에서 유 감독님 만났을 때 그런 얘기를 했다. "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쫓아오지를 못한다"고. 그랬더니 유 감독님이 "야, 니가 신이냐? 3개월 만에 무슨 팀을 만든다고 그래.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해"라고 하시더라. 그 말이 맞다. 잘 안될 수도 있을 거다. 올해 1년만 하고 말거면 좋은 선수를 데려와서 뛰게 하면 되지만, kt가 앞으로 5년이든 6년이든 이어나갈 기본 토대를 만들어가야한다. 어린 선수들 키우는 것도 재미있다.

- 역시 롤모델은 유 감독인지?

롤모델이라기보다 넘어보고 싶은 존재다. 나는 솔직히 최강전 때도 이기고 싶었다. 그날 경기 2쿼터에 외국인 선수 두명 써도 되는데 한명만 쓰시더라고. 두명 내보내서 이길까 했는데 그건 아니다 싶었다. 우리 팀에 (조)성민이 아파서 안뛰니까 (양)동근이 안넣으셨잖아, 하하.

◇ 초보 감독의 6강 도전기

- 조성민이 못 뛰니 아무래도 시즌 초반이 고비일 것 같다.

3라운드까지 고비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높이에서 워낙 약하다보니.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뛸 때는 골밑이 커버가 되고, 외곽이야 조성민까지 돌아오면 그리 나쁘지 않다. 문제는 외국인 선수 한 명만 뛰어야하는 시즌 초반이다.

- 냉정하게 올 시즌을 전망해본다면?

6강은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규리그 우승은 어려울 것 같다. 왜냐고? 백업이 약하니까. 그래도 내가 2년 동안 모비스에 있으면서 단기전을 치러봤잖나. 단기전은 어떻게 될 지 정말 모르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계속 5할 승률을 유지하면서 6강 주변을 유지하고 있으면 3라운드부터는 모르는 일이다. 문제는 3라운드 전까지 어느 정도 버티느냐지. 작년 삼성처럼 1라운드 12연패 이렇게 되어버리면 힘들다. 1라운드 5승, 괜찮으면 15승까지만 해두면 그 후부터는 외국인 선수 두명이 뛰니까 해볼 만하지. 최고 고비는 역시 조성민 없는 1라운드고, 하하.

- 초보 감독답지 않은 자신감이다. 숨겨둔 비결이라도 있는가.

우린 숨겨둘 것도 없다. 선수들 훈련량이 우리 자신감이다. 훈련량이 많으면 남들보다 많이 뛴다는 이야기고, 그러면 당연히 성적이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우리가 올해 6강에 못 갈 수도 있다. 그럼 내년에 운동량을 더 늘릴 것이다. 올해는 선수들이 내가 생각한 운동량의 한 60% 정도 밖에 소화를 못했다. 그런데 선수들 인터뷰를 보니 운동량이 많아서 6강은 충분히 갈 수 있다고 하더라. 잘못된 얘기다. '운동량이 많아서 우승할 수도 있다'고 했어야 한다. 겨우 6강이냐.

- 올 시즌 각오를 말해달라

물론 재미있는 농구를 하고 싶다. 하지만 가급적, 최대한으로 이기는 농구를 해볼 생각이다. 신바람 나는 농구를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시즌 모드로 바꿔가겠다.

둥관(중국)=김희선 기자 kim.heeseo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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