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설악 케이블카 '산사태 경고' 뭉갰다

김기범 기자 2015. 8. 3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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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낙석 우려지역 피해야" 지적, 양양군·환경부가 검토 무시공원 내 위험구간 58곳..설치 예정 오색지구선 이달 사망사고도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예정지에서 산사태와 낙석 우려 지역을 피해야 한다는 산림청의 경고가 무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 양양군이 사업계획서를 내고 환경부가 심의·가결할 때 산사태나 낙석 위험성에 대한 검토는 빠진 것이다.

녹색연합은 30일 산림청이 지난 6월 환경부에 보낸 ‘설악산 오색삭도(케이블카)에 대한 국립공원계획 변경 협의 검토보고’에서 “지주 및 상부정류장은 산사태 위험지 판정기준표상의 위험요인에 따라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정된 지역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산책로) 및 지주설치 공사 시 돌 떨어짐 및 강우 시 흙탕물 발생이 예상된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친환경 소재의 목책·거적 덮기 등 작업장 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이 검토내용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의원실에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했다.

하지만 양양군과 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심의하며 작성한 문서들에는 산사태와 낙석에 대한 내용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양양군이 제출한 공원계획변경안,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사업검토 내용과 조건부 승인 심의 결과 등에 산림청이 우려한 산사태·낙석 발생 가능성에 대해 정밀조사 결과나 대책이 담겨야 하지만 누락된 것이다.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 추진’ 지시 후 일사천리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면서 탐방객과 서식 동물들의 안전은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급경사지가 많은 설악산은 현재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모두 58곳을 낙석위험구간으로 지정·관리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케이블카 예정사업지인 오색 구간도 포함돼 있다. 지난 2일 설악산에서는 케이블카 예정지와 인접한 오색지구 내 흘림골 탐방로에서 60t 규모의 낙석이 발생해 등산객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2010년 5월엔 신흥사~울산바위 구간에서 100t 규모의 낙석이 발생해 수학여행을 온 학생 450여명과 관광객 등 500여명이 고립되기도 했다.

산림청은 오색 케이블카 검토보고에서 산양 등 멸종위기 동물에 대해서는 공사 시 소음·진동 등의 물리적 악영향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동물의 활동영역이 축소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굴착기·크레인·헬기의 디젤엔진으로 인한 대기오염과 육상 장비로 인한 토양·수질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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