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신경숙 의도적 표절 아냐" 옹호 입장에.. 찬반 엇갈리는 문단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입력 2015. 8. 31. 03:04 수정 2015. 8. 3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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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 "창비에 대한 신뢰 잃었다" 옹호 - "마녀사냥식 논의 자제해야"

계간 '창작과 비평' 편집인을 맡고있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문단에서 벌어지고 있다. 백 교수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의혹에 대해 "의도적 베껴 쓰기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표절 논란이 된 신씨의 소설 '전설'이 실린 창작집 '감자 먹는 사람들'을 낸 창비 출판사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그는 신씨의 소설에 대해 "표절 혐의를 받을 만한 유사성을 지닌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 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단에서는 백 교수와 '창비'를 향한 비판과 옹호가 교차했다. '창비'를 문학권력이라고 공격해온 평론가 권성우씨는 페북을 통해 "앞으로 창비가 (무슨 말을 하건) 내게는 어떤 울림도 감동도 설렘도 깨달음도 없을 것 같다"며 "언제 다시 창비에 대한 나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까"라고 반발했다. 그는 '창비' 대신 다른 진보적 문학 계간지 '실천문학'을 구독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평론가 정홍수씨는 "백낙청 선생의 해명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신경숙 작가의 의도적이지 않은 부분적 표절을 근거로 그의 문학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 지나치다"라며 "지금 같은 여론 재판과 마녀사냥식 논의는 진정되고 자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문학권력이란 이름 붙이기 역시 과장되고 실상에는 맞지 않는 비판"이라며 "그렇게 비판하는 이들이 상정하는 문학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평론가 장은수씨는 제3의 입장을 취했다. 그는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실린 평론가 윤지관씨의 글 '신경숙을 위한 변론'도 언급했다. 윤씨는 "신경숙을 상습적 표절 작가로 단정 지은 여론 재판의 결과가 부당하다"며 "부분 표절을 인정하더라도 그 책임 추궁은 부주의에 대한 지적 정도로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은수씨는 "윤지관 선생, 나아가서 창비와 백낙청 선생의 주장은 '무의도적 표절이 있는 작품은 훌륭한 작품일 수 있다. 또는 훌륭한 작품인데 표절이 있더라도, 그것이 무의도적이면, 과하게 따지지 말라' 정도일까"라며 꼬집었다. 그는 "게다가 그 표절의 의도성을 우리는 알고 너희는 모른다는 시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동시에 장은수씨는 "문학권력 논쟁이 다소 허구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표절 논란을 '반(反)문학권력' 운동으로 키우려는 입장에 반대했다. 그는 "창비, 문학과지성, 문학동네 등은 가능한 한 좋은 작품을 출판하면서 사적 이익도 최대한 보위하려고 애쓰는 좋은 기업일 뿐"이라며 "문학권력이라는 말은 듣는 쪽에서는 기분이 좋지 않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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