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나노블록 조립·컬러링북 색칠·실팔찌 만들기.. 단순·반복 '혼자 놀이'에 빠진 현대인

심희정 기자 2015. 8. 31.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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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다 보면 잡생각 사라져" 관계에 지치고 경쟁에 치이고 여가 부족 직장인 자기 위로

학원 강사로 일하는 김모(25·여)씨는 주말 대부분을 집에서 보낸다. 지난 4월부터 모으고 있는 ‘나노 블록’을 맞추기 위해서다. 집에는 벌써 20개가 넘는 블록 완성품이 쌓여있다. 손톱만한 크기의 블록을 맞춰 캐릭터를 완성하는 나노 블록은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취미생활로 떠오르고 있다. 그림으로 그려진 조립 매뉴얼을 그대로 따라하다 보면 30∼40분 만에 완성품을 만들 수 있다. 김씨는 “블록을 조립하다 보면 온갖 잡생각이 사라진다. 사람들 붐비는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블록을 맞추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 더 좋다”고 말했다.

1년차 직장인 김모(28)씨도 ‘혼자 놀기’에 빠져 있다. ‘칼퇴근’하는 날이면 다른 약속을 잡지 않고 귀가해 컬러링북을 펼친다. 컬러링북은 유아용 ‘색칠공부’의 성인판이다. 색연필까지 새로 구입했다는 김씨는 “초등학교 이후 색칠놀이를 하는 건 처음”이라며 “직장에서 사람에 시달리다 보면 혼자 있고 싶은 생각이 들어 새 취미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나노 블록, 컬러링북 외에도 실을 꼬아 모양을 내 실팔찌를 만드는 ‘미산가’, 같은 모양의 그림을 맞추는 스마트폰 게임도 직장인들의 ‘홀로 취미생활’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반복의 ‘어른놀이’로 인간관계와 경쟁으로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것이다.

홀로 취미생활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하루 2시간 정도에 불과한 짧은 여가시간이다.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주5일 근무를 하는 직장인은 평일 기준으로 하루에 평균 6시간 54분을 일하는 반면 여가시간은 2시간14분에 그쳤다. 평소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대답은 20대가 71.3%, 30대는 77.0%에 이르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20대의 71%는 혼자서 여가 활동을 즐긴다. 20대의 대부분은 여가 활동의 목적으로 개인의 즐거움(51.6%)을 꼽았다. 대인관계를 위해서라는 응답은 6.4%에 불과했다.

혼자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취미활동에 빠져드는 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30일 “일시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직장이 아닌 곳에서도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거나 맺지 않는 현상은 정서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혼자서 여가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족이나 친구 등을 통해 푸는 것이 장기적으로 행복감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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