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이집트 새 운하는 '현대판 피라미드'가 될 수 있을까?
◆ ‘현대판 피라미드’ 제2 수에즈 운하
지난 6일 이집트 시나이반도 인근 이스마일리아에서는 획기적인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2년 전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한 군부 출신 현 대통령 엘시시가 '제 2 수에즈 운하' 개통식을 연 겁니다.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첫 수에즈 운하가 만들어진 지 146년 만이었는데요. 새 운하 덕분에 대형 화물선들이 이전과 달리 양방향으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새 운하는 총 길이 192km의 기존 수에즈 운하 구간 가운데 35km는 새로 뱃길을 내고 37km는 기존 구간의 폭을 넓혀 만들어졌습니다.
첫 삽을 뜬 지 1년 만에 완공된 제2 수에즈 운하 건설에는 80억 달러, 9조 3천억 원 가량이 투입됐습니다.
엘시시 대통령이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화려하게 치러진 개통식엔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전 세계 지도자와 외교관 등 5천여 명이 초청됐습니다.
새 운하 건설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현대판 피라미드' 대역사로 비유되고 있는데요.
수에즈 운하는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무장 세력들의 근거지가 된 시나이 반도와 접해있어 특수부대 병력과 경찰 등 병력 25만 명이 행사장 주변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계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 제2의 건국 영웅 나세르를 꿈꾸는 엘시시
제2 수에즈 운하 개통식 행사의 중심엔 엘 시시 대통령이 있었는데요.
엘 시시는 개통 축하 행사로 전투기들이 수에즈 운하 상공을 나는 가운데 배를 타고 손을 흔들며 새 운하 개통을 축하했습니다.
개통식 전부터 이집트 수도 카이로 거리 곳곳엔 엘 시시 대통령 사진과 함께 "새 운하는 이집트가 전 세계인들에게 주는 선물"이란 축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습니다.
엘 시시가 이렇게 새 운하 건설로 이미지를 따라 잡으려는 사람이 바로 이집트의 건국 영웅 가말 압델 나세르인데요. 나세르는 1952년 7월 23일 영국 지배 하의 이집트 왕조를 무너뜨리는 무
혈 쿠데타를 지휘한 군 장교입니다. 비밀 혁명조직인 '자유 장교단'을 이끌어 당시 이집트 왕인 파루크 1세를 망명시킨 뒤 모하마드 나기브 소장을 명목상 국가원수로 내세웠죠.
나세르는 2년 뒤 정치적 음모에 휩싸여 나기브가 해임된 뒤 총리로 전면에 나타납니다.
1956년 나세르는 이집트 헌법을 공포한 뒤 대통령에 당선됐고, 영국 소유였던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해 되찾으면서 이집트 국민으로부터 건국 영웅으로 칭송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나세르 따라잡기에 나선 엘시시 대통령은 운하 건설에 애국심을 십분 활용해 첫 수에즈 운하와 달리 외국 자본의 투자 제안을 거부하고 국민 펀드를 발행해 학생들까지 구매하게 만들었습니다.
◆ ‘제2 수에즈 운하’ 성공할까?
제2 수에즈 운하 개통을 계기로 이집트는 큰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이집트 당국은 침체된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선박들의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새 운하 건설로 우선 선박들의 운하 통과 시간이 11시간으로 7시간 가량 줄어들게 됩니다. 새 운하는 기존 운하 폭 200m에 비해 300m로 훨씬 넓어, 더 큰 화물선들도 지날 수 있습니다.
수에즈 운하청은 하루 통과 선박이 현재 49척에서 2023년까지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현재 수에즈 운하 통과 비용은 한 척에 25만 달러, 3억 원 정도입니다.
수에즈운하청은 새 운하 개통으로 운하 통관 수익이 한해 50억 달러에서 2023년까지 15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엘 시시는 이집트 중심부와 시나이 반도를 잇는 터널 6개도 뚫어 운하 일대를 선박 제조와 수리 그리고 물류 허브로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운하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겁니다.
현재 이집트의 공식 실업률은 13%.
대규모 토목공사로 일자리를 창출해 실업률을 해소한다는 이른바 '파라오식 프로젝트'인 셈입니다.
하지만 새 운하 사업이 이집트 정부의 기대에 부응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이집트 당국이 추산한 이익은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수가 두 배 늘어난다는 전제인데 수입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세계 경제난 속에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수에즈 운하 물류의 상당 부분인 유럽행 원유 이동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집트 ‘치안 안정화’가 급선무
이집트 정부가 새 운하 프로젝트로 신 이집트 건설과 경제 도약을 이뤄내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게 바로 치안 안정화입니다.
이집트 군 당국의 계속된 작전에도 수에즈 운하와 인접한 시나이 반도의 불안은 여전합니다.
2년 전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르스 이집트 전 대통령이 군부에 축출된 이후 시나이 반도에서는 무장세력의 공격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새 운하 개통식 한 달 전에도 IS 연계 테러 조직이 시나이 반도의 군 기지를 공격해 백여 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치안 불안은 수도 카이로도 마찬가지여서 지난 20일 국가보안부 건물 앞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일어나 경찰관 등 30명이 다쳤습니다.
이집트 군경 뿐아니라 이탈리아 영사관 등 해외 공관들도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다급해진 이집트 당국은 최근 군경의 공권력 사용 범위를 확대하는 반 테러법안을 통과시키며 테러 방지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데요.
하지만 리비아와 수단, 팔레스타인 등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국가들의 정정 불안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무장 단체들이 무기 등을 이집트로 밀반입해서 테러를 일삼고 있는 거죠.
치안 불안은 이집트의 주 수입원인 관광 산업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집트의 관광 수입은 75억 달러, 대규모 시위가 열렸던 지난 2013년 59억 달러에 비해 회복됐지만 2011년 혁명 전 125억 달러에 비해서는 여전히 침체된 상황입니다.
새 운하 프로젝트와 관련해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수에즈 운하 지구를 경제자유무역 지대로 설정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집트의 건국 영웅, 나세르 따라잡기에 나선 엘 시시 대통령의 첫 사업인 '제 2 수에즈 운하'.
치안 확보를 통한 성공적인 운하 경영에다 주변 산업단지도 조성해 신 이집트 건설과 경제 도약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지금 세계는] 146년 만에 ‘수에즈 운하’ 확장 개통…경제 효과는?
복창현기자 (changhy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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