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대부분 실업·빈곤 탓"

김경학 기자 2015. 8. 3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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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163건 발생..'현실불만'이 39건이나대부분 2~3가지 복합 원인

지난 6월13일 새벽 충남 보령에서 한 택시기사가 남성 승객 ㄱ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택시기사가 저항해 범행은 살인미수에 그쳤다.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씨는 범행 직전 “오늘 살인을 저지르고, 내일 신문에 나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수년 전 사고로 ㄱ씨가 왼팔을 잃은 점, 지난해 ㄱ씨 동생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하고 최근 형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점 등으로 미뤄 신병을 비관한 현실불만형 ‘묻지마 범죄’로 봤다.

현실불만 등을 이유로 불특정 개인이나 다수를 대상으로 저지르는 범죄를 흔히 ‘묻지마 범죄’라 부른다. 이 같은 범죄의 주된 원인으로는 정신질환이나 개인의 일탈이 꼽힌다.

그러나 경제난이나 불안정한 고용, 학업 스트레스 등 사회구조적 요인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개인 탓으로만 돌려서는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발생한 묻지마 범죄는 163건이었다. 범행 원인으로는 정신질환이 59건(3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알코올 등 약물남용 58건(35%), 현실불만 39건(24%), 기타 7건(4%) 순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범죄들은 2~3가지 원인이 혼재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이들 피의자의 직업을 보면 무직 101명(62%), 일용노동직 31명(19%)으로 대다수가 안정된 직장이 없었다.

대검 관계자는 “범행 원인이 정신질환이나 알코올·약물 중독뿐이라면 그 원인만 제거하면 되겠지만 현실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실불만의 원인도 학업 스트레스·경제적 원인 등 다양해 검찰이나 사법부가 대책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 사용도 문제다. 정신질환은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정신질환자=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줘 스스로 병원을 찾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난 28일 대검에서 열린 묻지마 범죄 관련 학계·시민단체 세미나에서는 경미한 범죄의 경우 벌금형 등의 처벌보다는 치료를 우선하는 치료보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대검 관계자는 “‘묻지마 범죄’는 더 이상 묻지마 범죄가 아니다”라며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보호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여러 정부 부처와 학계, 사회단체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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