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비리 수사, 위보다 옆 보는 검찰

조원일 2015. 8. 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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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ㆍ농협 등 최고 윗선 못 잡자 "부패 찌든 구조 개선에 의미" 항변

"특수부 격에 안 맞는 방식" 지적도

검찰이 포스코그룹 비리 수사에 이어 농협과 KT&G의 비리 의혹 수사에서도 본사와 협력업체간 비위 등 '구조적 부패'적발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사팀 안팎에서는 관행으로 굳은 비위의 고리를 끊어 내는데 의의를 두고 있지만,'윗선을 잡지 못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30일 한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본격화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의 KT&G 수사와 관련해 "내사 중에 있던 민영진(57) KT&G 사장이 지난달 자진 사퇴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실익이 크지 않으니 수사를 중단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KT&G와 협력업체들 간의 범죄 혐의 단서가 확보된 마당에 수사 중단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1부가 진행중인 농협중앙회 수사 역시 NH농협은행의 리솜리조트 특혜 대출 의혹으로 시작해,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농협물류'의 협력업체 일감몰아주기 의혹까지 수사 대상이 됐다. 법조계에서는 일찌감치 "결국 최원병(69) 농협중앙회장이 목표" 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검찰은 수사 범위를 계속 확장하는 모양새다. 지난 3월 가시화한 특수2부의 포스코그룹 비위 수사는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비자금 의혹, 협력업체 코스틸의 비자금 의혹, 성진지오텍 부실인수 의혹, 동양종합건설 특혜 의혹 등으로 범위를 넓혀 왔다. 포스코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장 등 금품을 주고 받은 전ㆍ현직 임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 구속된 인원만 17명에 달한다.

정작 전ㆍ현직 총수들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 하자 '실패한 수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지나친 폄하'라는 불만이 많다.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한 부장검사는 "포스코나 KT&G, 농협처럼 월급쟁이 임기제 총수를 수사의 최종목표로 한정 짓는 게 옳다고만 볼 수는 없다"며 "협력업체와의 부적절한 고리 전반에 대한 수사가 기업의 부패 근절에 더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 대한 수사 방식이 권력형 비리 수사를 담당하는 '특수부의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 총수나 정관계 인사 등 거악(巨惡)에 대한 처벌로 귀결되지 않는다면 포스코나 농협, KT&G의 지역 중소 협력업체까지 중앙지검 특수부가 직접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검찰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도 냉랭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 검사장은 "상대가 기업일 경우 수사 중에 정상적인 활동에 제약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문제가 있어 보이더라도 혐의 입증이 어려우면 빠르게 정리를 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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