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쇼핑 더 싸고 더 편하게.. 한·일 면세대전

남상욱 2015. 8. 3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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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전 면세 물품 늘리고 면세기준 상한선도 대폭 낮추기로

한국, 메르스 타격 유커 수 급감… 미용성형 부가세 한시 면제 추진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를 끌어들이기 위한 한국-일본 간 면세 (免稅) 대전이 시작됐다. 일본이 엔저(低)에 더해 적극적 면세 정책으로 유커 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주춤하고 있던 한국이 사전면세 제도 등 갖가지 카드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 면세 대폭 확대… 달리는 말에 채찍질

일본은 지정된 물품을 면세점에서 구입했을 경우, 즉석에서 8%의 소비세 면세를 받도록 하는 '사전 면세제도'가 활성화된 곳이다. 유럽 등 대부분 국가를 여행할 때 세금환급을 받으려면 '물품 구입→판매확인서 발급→공항에서 사후 환급'의 과정을 거치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이런 불편함을 겪을 필요가 없다.

여기에 더해 일본이 면세전쟁에 본격적인 불을 댕긴 것은 작년 10월이었다. 식품이나 화장품과 같은 소모품에도 소비세(8%) 면세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 가전과 의류 등 일반물품에만 적용이 되던 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사실상 거의 모든 물품에 면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화장품과 과자류가 추가된 것이 이목을 끌었다. 물품을 살 수 있는 면세점 수도 대폭 늘렸다. 작년 5,777곳이던 면세점이 올 상반기 1만8,779곳으로, 1년도 채 안 돼 3배 이상 늘어났다.

효과는 폭발적이었다. 올 상반기 일본을 찾은 관광객은 총 913만9,9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6%가 늘었다. 중국인은 217만8,600명으로 지난해보다 2.2배 늘었다. 일본 국토교통성 조사 결과, 작년 4분기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평균 물품 구매액은 10만1,000엔으로 전 분기(7만5,000엔)에 비해 2만6,000엔 증가했다. 엔저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일본 정부의 적극적 면세 정책이 관광객들에게 통했다는 게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일본은 여기에 또 한 번 면세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그 동안 일반물품은 1만엔 이상 구입해야 면세를 받을 수 있었는데, 기준을 5,000엔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소모품 역시 50만엔의 면세 상한선을 없앨 계획이다. 이 제도는 내년부터 바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임용목 한국관광공사 일본팀장은 "일본이 꾸준히 면세 제도를 개선하면서 상당부분 성과를 얻고 있다"며 "앞으로의 일본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로 주춤했던 한국, 맞불 공세

30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 관광객 수는 667만5,608명이었다. 일본을 다녀간 전체 관광객 수와 비교하면 약 250만명이 적다. 중국인 관광객은 300만1,050명으로 일본보다 83만여명이 많았지만, 메르스 여파가 있었던 6월부터 급감세라는 점을 관광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실제 6, 7월 동안 중국인 관광객(57만여명)을 합쳐도 5월(61만여명) 한 달보다 적은 숫자였다.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 이 추세라면 일본에 역전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사전면세제도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런 위기감의 발로다. 사후면세점을 통해 구입한 물품(3만원 이상)의 부가가치세(10%)와 개별소비세(5~20%)를 공항에서 환급 받던 번거로운 절차를 없애주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 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명동 등에 상점을 지정해 일정 한도 내에서 물품을 구입할 경우 세금을 뺀 금액을 바로 결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상점 당 20만원 한도 물품에 대해 사전면세를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또 정부는 사후 환급을 받는 관광객에게 환급 세액 5만원(구매가 75만원 정도) 이하일 경우 세관반출 확인을 전수검사에서 선별검사로 바꾸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검사와 환급을 받느라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한다는 불편을 해소해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국내에서 미용 성형수술을 받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부가가치세(10%)를 환급해주기로 한 것도 새롭게 내놓은 당근이다. 정부는 가격 변동에 민감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특히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동안 성형 관광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도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정부로부터 신규 면허를 받은 면세점도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12월 여의도 63빌딩에, HDC신라면세점은 내년 1월 용산역 아이파크몰에 대형 면세점을 열게 되는데, 그 동안 대부분 서울 4대문 안에서만 가능했던 유커들의 면세 쇼핑 영역이 서울 전역으로 확장된다. 중소ㆍ중견기업 몫으로 면허를 받은 SM면세점(인사동), 제주 몫의 제주관광공사(중문단지)도 조만간 영업을 시작하고 유커 몰이에 나선다.

기재부 관계자는 "결국 일본과 한국 모두 큰 손인 유커를 끌어 모으기 위한 면세 정책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앞으로도 일본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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