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카타르, 알자지라 기자 실형 선고 싸고 불화 증폭

입력 2015. 8. 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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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인신구속 판결에..무슬림 형제단 둘러싼 양국 갈등 축소판

의외의 인신구속 판결에…무슬림 형제단 둘러싼 양국 갈등 축소판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알자지라 기자들에 대한 재판에서 이집트 법원이 29일(현지시간) 실형을 선고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편한 이집트 정권과 이 방송국을 사실상 소유한 카타르의 관계가 더 꼬여버렸다.

지난해 말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로 양국의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지만 이날 판결로 화해하기 어려운 양측의 본심이 드러났다.

이번 재판은 중형을 내린 1심을 상급심이 파기환송한 데다 2월 피고인 중 1명을 본국 추방하고 나머지 2명을 석방한 뒤 속개된 터라 집행유예 같은 인신을 구속하지 않는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압델 파타 엘시시 이라크 현 정권이 의지해야 할 서방과 유엔에서 언론의 자유를 명분으로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기대와 전망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집트 법원은 또다시 실형을 선고했다.

이집트에서 알자지라 방송이 당한 '수난'은 2011년 아랍의 봄과 함께 본격화됐다.

2011년 1월 당시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정부는 알자지라 이집트 지국의 기자 6명을 체포하고 취재허가를 취소했다. 반정부 시위를 부각하는 보도를 했다는 이유였다.

알자지라는 2013년 7월 쿠데타로 집권한 엘시시 정부가 반정부 시위를 유혈진압하는 상황을 적극 보도하다 그해 9월 외국인 기자 3명이 영국으로 쫓겨났다. 동시에 이집트 법원은 알자지라 카이로 지국을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이번에 실형을 받은 알자지라 기자 3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혐의로 체포된 것도 석달 뒤다.

알자지라도 이에 굴하지 않고 이집트 정부에 지국 폐쇄와 기자 체포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지난해 4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ICSID)에 1억5천만달러의 투자자 소송을 냈다.

양측의 '구원'과 쿠데타 뒤 삼권 분립의 원칙이 무너진 이집트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판결은 법률과 법관의 양심에 따른 독립된 사법부의 판단이라기 보다는 엘시시 정권의 정치적 의지가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알자지라 방송에 대한 엘시시 정권의 지속적인 탄압은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권위주의 정권의 전형적인 통치술로 보이지만 좀 더 시야를 넓혀보면 카타르 정부와의 대립과 연결지어 해석할 수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카타르 투자사 알자지라 미디어네트워크가 대주주다. 민간 투자사라고는 하지만 현 카타르 군주의 당숙인 셰이크 하마드 알타니가 소유주로, 사실상 카타르 정부 소유의 회사다.

카타르 정부가 알자지라의 보도·편집에 간섭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 정부와 알자지라의 갈등의 중심엔 중동의 '뜨거운 감자'인 무슬림형제단이 자리잡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무바라크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모하마드 무르시 정부를 세운 중심세력이있지만 1년만에 엘시시의 쿠데타에 밀려 테러단체로 지정됐다.

현재 이집트에서 암약하는 반정부세력의 상당수가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됐다.

중동 수니파 국가 대부분은 정권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무슬림형제단을 배척하지만 유독 카타르만은 이들을 지지한다. 지난해 추방하긴 했지만, 2013년 이집트에서 도피한 무슬림형제단 지도부를 받아들인 곳도 카타르다.

무슬림형제단의 분파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에 카타르가 영향력이 가장 큰 이유를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자 지난해 3월 사우디,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자국 대사를 철수하는 등 갈등이 첨예해지기도 했다.

비단 이집트 뿐 아니라 아랍의 봄 국면에서 카타르는 튀니지, 리비아에서 활동하는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면서 사우디, UAE, 이집트 등 이른바 '주류' 수니파 국가와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집트는 카타르가 공식 입장과 달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리비아 정부가 아닌 반군의 편이라고 의심한다.

언론의 자유라는 명제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집트 정권과 중동 최대 뉴스채널 알자지라의 충돌 이면엔 역내 '파워게임'도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알자지라 역시 권력을 비판·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했다고 하기엔 정치적 공정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카타르와 가까운 무슬림형제단을 기반으로 2012년 6월 무르시가 대통령에 취임하자 비판보다는 옹호하는 보도에 지나치게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편향성에 항의해 2013년 7월 알자지라 카이로 지국 직원 22명이 집단 퇴사했다.

당시 퇴사한 한 직원이 "알자지라는 언론의 입장이 아니라 카타르 외무부의 대변인"이라고 비판했을 정도였다.

앵커였다 그만 둔 카렘 마흐무드도 "카타르 도하 본사에서 무슬림형제단에 유리하게 보도하라고 지시한다"며 "본사는 이집트 국민의 난동을 부추기고 다른 아랍 국가와 대립하는 의제를 설정한다"고 비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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