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진보주의자들에게도 계획은 필요하다 / 딘 베이커

[한겨레] 언론 보도를 보면, 영국 노동당의 좌파 당 대표 후보인 제러미 코빈이 다음 총선의 총리 후보가 될 것 같다. 노동자들보다 런던 은행가들을 돕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이는 듯 보였던 이전 노동당 정권 지도부에 불편함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분명히 좋은 뉴스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코빈의 공약 내용 중 일부는 고무적이지 않다. 공약에는 일부 주요 산업 국유화 계획이 포함되어 있는데, 국유산업이 민간영역 안에 있을 때보다 더 잘 운영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는 진보주의자들이 권력은 획득했지만 진보적 공약을 진전시키는 데는 실패한 사례들을 목격해왔다. 라틴 아메리카의 일부 포퓰리스트 정부들의 상황이 두드러진다. 아무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의 최근 경제 상황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스의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부는 1월에 긴축정책을 끝장내겠다고 약속하며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시리자의 유일한 전략은 독일과 다른 유럽 정권 지도자들의 관용을 호소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플랜 비(B)는 없었다.

미국에서는 정부와 지방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움직임에 큰 진전이 있었다. 이는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정책이다. 그러나 일부 도시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압력이 지나치게 멀리 나가는 위험도 있다. 지나치게 높은 최저임금은 일거리가 몹시 필요한 인구의 일자리 상당수를 빼앗을 수도 있다.

세계 많은 곳에서 진보적 정책들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상당했을 때도, 지도자들이 자신들이 권력을 잡도록 투표를 해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하지 못했을 때가 종종 있다. 심각한 문제다. 진보 정치의 목표는 물론 민중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을 때,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보장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진보주의자도 사적 소유보다 공적 소유가 어떻게 더 나은지에 대해 분명히 사고하지 않은 채 산업을 국유화하는 것을 변호해서는 안 된다. 국유화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또한 단지 보수주의 사상가들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방안들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런던 시장으로 8년간 재직하는 동안 켄 리빙스턴이 실행한 가장 혁신적인 정책 중 하나는 혼잡 통행료 체계였다. 평일 런던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지역을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은 상당한 요금을 내야 했다. 이 정책으로 런던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혼잡과 오염이 크게 줄어들었다. 혼잡 통행료는 보수 경제학의 수호 성인인 밀턴 프리드먼이 제안했다. 그러나 아무도 리빙스턴의 헌신적인 진보주의자로서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1990년대 노동당 중도파 지도부는 실제 리빙스턴이 지나치게 좌파라는 이유로 당에서 쫓아내버렸으며, 리빙스턴은 런던 시장 후보에 무소속 후보로 나서서 두번 당선됐다.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왔지만 적절할 수 있는 다른 유용한 정책들이 많이 있다. 탄소세 같은 형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미국에서 공공주택에 반대되는 임대료 보조금은 저소득이나 중간 소득 가구들이 괜찮은 주택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거의 최선의 방법이다. 진보주의자들은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에 의존하는 정책들을 고려해야 한다.

거시적 수준에서는 우리는 기존 제약을 부정하기보다는 제약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는 정책들을 만들어야 한다. 유로존(유로를 쓰는 유럽 19개국) 내 각국 정부들은 독일이나 독일의 재정 보수 동맹들이 경로를 변경하기 전까지는 예산에 심각한 제약이 가해진 채로 살아가야만 한다. 이는 많은 나라들에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며 그리스에는 분명히 그렇다. 하지만 약속을 지킬 현실적 방법도 없이 약속을 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데 일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도그마들에 집착하거나 현실에 직면하기를 거부해서 생기는 실수들은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진보주의자들이 최근 이런 부분에서 너무 많은 실수들을 저지르는 것을 보아왔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한겨레 인기기사>■ 권노갑 물고문, 김옥두 통닭구이…"정말 미칠 것 같았어요"■ 싸우지도 못하는 게 '야당'인가■ [포토] 강남역 스크린도어 안전사고…20대 직원 사망■ [만평 몰아보기] "지지율 올랐다며?"■ [포토] 남북 '일촉즉발' 당시 평양에선…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