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느는데 신흥국 수요는 둔화.. 맥 못추는 농산물시장

신경립기자 2015. 8. 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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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값 고점대비 반토막.. 대두·밀 등도 약세 못면해ETF 등 상품 투자자 울상.. 종자 등 관련산업도 부진장기관점 수요증가 예상.. "지금이 투자적기" 견해도

신흥국 중산층의 풍성해진 식탁과 함께 랠리를 이어 왔던 글로벌 농산물 가격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중국 등의 경기 둔화로 수요는 줄어든 반면 미국 등 주요 곡물 수출국에서 생산량과 재고가 늘어난 탓이다. 엘니뇨 등 기상이변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반등할 것이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등 농산물 가격을 견인해 온 주요 신흥국의 경제 사정 악화가 기상 변수를 상쇄하면서 당분간 농산품 시장을 약세 흐름으로 이끌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한 농산물 가격은 신흥국 경기 호조에 따른 수요 증대와 늘어나는 바이오 연료 생산에 힘입어 국제원유나 금속 등 다른 원자재들과 함께 상승 랠리를 이어 왔다. 하지만 원자재 슈퍼사이클을 타고 치솟던 농산물 가격은 2012년을 정점으로 빠른 속도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곡물 가격 상승에 대응해 전 세계에서 농산물 생산량이 증가한 가운데 신흥국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탓이다.

12월 인도분 옥수수 가격은 8월 말 현재 부셸당 3.75달러 정도로, 2012년 당시 고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두와 밀 등 다른 곡물 가격도 줄줄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늘어나는 생산량과 곡물 재고가 당장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 농무부(USDA)는 세계 곡물수급 보고서를 통해 곡물 재고와 생산량 전망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달 중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15 회계연도의 대두 생산량은 39억1,600만 부셸로 전월 전망치에 비해 3,000만 부셸 증가했다. 밀의 경우 생산량 전망치가 전월대비 220만톤, 재고는 170만톤 상향조정됐다.

데이비드 콜 전 미 버지니아 공과대 농업경제학 교수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및 다른 신흥국의 성장률 둔화로 농업과 지방 경제가 "랠리 이전의 시점으로 되돌아갈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곡물가 약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슈퍼 엘니뇨'의 여파로 농산물 가격 급등을 예상한 투자자들은 이미 적잖은 손실을 입고 있다. 곡물 선물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파워세어즈 DB 애그리컬쳐 ETF의 수익률은 엘니뇨에 따른 곡물가격 상승 전망이 고조됐던 지난 6~7월 반짝 상승했다가 다시 마이너스로 추락한 상태다. 이 ETF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16%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농산물 시장 위축은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도 위축시키고 있다. 우선 농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 소득 감소는 비료와 종자, 장비 등 관련 산업을 동반 부진의 늪으로 밀어넣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미 옥수수 농가의 연간 소득은 지난 2012년 가구당 17만5,079달러(약 2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5만5,000달러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USDA에 따르면 전국 농가 총소득은 올해 전년비 32% 감소해 2009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가가 허리띠를 졸라 매자 농업 관련 기업들도 줄줄이 실적 악화에 직면했다. 농업장비업체인 디더앤드컴퍼니는 올 상반기 중 17%의 매출 감소와 30%에 달하는 이익 감소로 직격타를 입었다. 카길 등 농산품 거래 업체들도 수익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PwC의 리처드 퍼거슨 농업 어드바이저는 "지난 수십 년 간 농산물 거래업체들은 중국 성장과 함께 열린 새로운 시장에서 수익을 올려 왔지만, 이제는 많은 재고량과 중국의 성장 둔화라는 시장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식량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농산품 시장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시장이 안 좋은 지금이야말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산물에 투자를 할 적기라는 견해도 있다. 원자재 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는 최근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원자재 시장의 호황이 영영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수요가 낮거나 떨어지더라도 공급이 없으면 원자재는 다시 강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농산품 생산량이 줄어들면 결국 가격은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공급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일부 농산품에서는 공급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커먼웰스뱅크의 토빈 고레이 농업 전략가도 ABC방송에서 농산물 시장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유 등 다른 원자재에 비하면 가격 낙폭이 크지 않은 편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소득 증대에 발맞춰 좋은 품질의 농산물 소비를 늘리 국가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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