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은, 아시아 육상 새 역사를 쓴 중국 400M 계주팀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2015. 8. 3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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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계주 대표팀의 시젠예, 쑤빙톈, 장페이멍, 모유슈에(이상 왼쪽부터)가 29일 2015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남자 400M 은메달을 딴 뒤 중국 국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멀티비츠

그야말로 위대한, 그리고 ‘역사적인’ 약진이었다.

29일 밤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4×100m) 계주가 끝난 뒤 결과가 발표되자 경기장을 가득 채운 8만여 관중들은 광적으로 환호했다.

우사인 볼트가 이끈 자메이카가 37초36을 기록하며 대회 4연패를 달성하고, 볼트가 통산 11번째 금메달을 차지하며 세계육상의 ‘살아있는 전설’임을 확인한 것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국팬들의 관심은 그보다 자국 대표팀의 성적에 쏠려 있었다. 중국은 이날 결승에서 저스틴 게이틀린, 타이슨 게이 등이 나선 미국(37초77)에 이어 38초01로 3위로 골인했다. 중국 단거리 계주팀의 세계육상선수권 도전 사상 첫 메달이자 아시아 국가 첫 메달이었다.

아시아 국가가 단거리 강국을 가늠하는 척도인 400m 릴레이에서 대형 이벤트의 메달을 딴 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남자팀이 동메달을 딴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 2001년,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4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참고로 400m 계주 한국신기록은 지난해 7월 김국영, 여호수아 등이 기록한 38초74다.

중국 팬들은 잠시 후 미국이 바통 터치 규정 위반으로 실격됐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더욱 더 열광했다. 중국 400m 계주대표팀은 2위로 올라섰고, 캐나다(38초13)가 동메달을 따는 기쁨을 누렸다.

중국대표팀은 예선에서 37초92의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하며 일찌감치 파란을 예고했다. 모유슈에, 시젠예에 이어 쑤빙톈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결승선을 통과한 장페이멍은 “우리가 역사를 만들었다”며 기뻐했다. 지난 23일 남자 100m 예선에서 9초99를 기록하며 자신의 중국 최고기록과 타이를 이룬 단신 스프린터 쑤빙톈(1m72)은 이날 29번째 생일을 세계선수권 은메달과 함께 해 더욱 큰 기쁨을 누렸다. 순수 아시아인 최초로 9초벽을 깬 주인공 쑤빙톈은 “8만 관중들이 내게 생일축하 노래를 해주었다.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며 기뻐했다.

중국의 약진에 우사인 볼트도 찬사를 보냈다. 볼트는 기자회견장에서 “웜업 때부터 중국팀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들의 바통터치는 내가 봐온 그 어느 팀보다도 유연하고 뛰어났다. 그게 바로 그들이 은메달을 딴 가장 큰 이유”라고 칭찬하며 “정말 잘 했다. 축하한다”고 인사했다.

중국 대표팀은 지난 2개월간 미국 대표팀 캠프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장페이멍은 “미국 대표선수들과 가까워지면서 그들의 거의 모든 장점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미국 캠프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강한 라이벌과 큰 이벤트를 앞두고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팀에 녹아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이번에도 바통터치 실수를 범하며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마지막 주자 마이크 로저스가 타이슨 게이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으면서 규정구간(20m)을 넘어서는 바람에 실격됐다. 최근 20년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맛본 계주팀의 8번째 좌절이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미국은 준결승에서 바통을 놓치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일본이 그 덕을 본 수혜자가 됐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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