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유리집 발언' 통해 본 부친(父親)의 가르침

김용일 2015. 8. 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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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적 과정에 대해 쓴소리한 옛 동료 하칸 찰하노글루(레버쿠젠)를 비난한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 캡처 | 토트넘, 레버쿠젠 페이스북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유리집에 사는 사람은 돌을 함부로 던져서는 안 된다.”

예상치 못한 따끔한 일침에 국내는 물론, 독일 현지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적을 옮긴 손흥민(23)은 자신의 이적 과정에 대해 “올바른 행동이 아니었다”고 비판한 옛 동료 하칸 찰하노글루(레버쿠젠)에게 이 같은 현지 속담으로 받아쳤다. 국내 속담으로 표현하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과 같다.

찰하노글루는 지난 27일 라치오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홈경기를 앞두고 팀 훈련에 불참한 손흥민과 관련해 “무단으로 불참했고,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냈으나 답장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윗사람에게 잘못된 조언을 듣고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런던으로 이동한 손흥민은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고, 토트넘 측과 세부 계약 협상에 나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생일대의 중대한 문제라도 해도 구단의 허락 없이 이적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지는 ‘레버쿠젠 구단은 손흥민이 토트넘과 협상하도록 48시간의 시간을 부여했기에 그가 라치오전에 나서지 않았다’고 알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토트넘으로부터 거액의 이적료를 품에 안은 레버쿠젠은 보안을 강화하고, 중대한 일전을 앞둔 선수단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지 않기 위해 손흥민 측이 이적 협상을 비밀리에 추진하도록 했다. 손흥민과 코치진, 동료 사이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그럼에도 손흥민이 평소 절친한 사이였던 찰하노글루에게 ‘유리집’ 발언과 함께 “그가 경솔한 발언을 했다”고 비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찰하노글루는 함부르크와 2018년까지 계약 연장에 합의하고도 레버쿠젠으로 이적했다. 함부르크 팬은 찰하노글루를 ‘배신자’로 몰아붙였다. 손흥민으로서는 속담 풀이대로 자신을 비난하기 전 스스로 돌아보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눈여겨볼 건 손흥민의 한 마디는 이전까지 유럽리그에서 뛴 한국 선수에게 보기 어려운 당돌한 대응이란 점이다. 유럽에서 한국 선수를 바라볼 때마다 성실하고 팀 플레이에 강하다는 장점과 함께 외부와 소통에 대해서는 수줍음이 많고, 개성을 표출하는 데 약하다는 단점을 지적한다. 이런 면에서 손흥민의 대응 방식은 잘잘못을 떠나 돋보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12년 7월 함부르크 시절 손흥민의 프레시즌 훈련 중 팀 동료 슬로보단 라이코비치와 주먹다짐하는 모습. 캡처 | ESPN 보도
이 같은 행동도 축구 스승이자 아버지인 손웅정 씨에게 배웠다. 손 씨는 아들이 10대 후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프로로 데뷔했을 때부터 기본기와 슈팅 등 축구 기술적인 요건 못지않게 심리적인 싸움에서도 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선 팀 훈련에서도 동료끼리 경쟁이 치열해 거친 태클과 욕설이 오가는 게 빈번하다. 일종의 기싸움으로 주전 경쟁의 시발점이다. 선, 후배간의 서열이 갖춰져 있고 표현에 약한 국내 축구 문화와 대비된다. 손흥민은 함부르크 시절 훈련 중 수비수 슬로보단 라이코비치가 신경질적인 행동을 보이자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지난 시즌 레버쿠젠에서도 프레시즌 상대 발차기에 당한 뒤 멱살을 잡으며 맞섰다. 포칼 32강에선 상대 수비 거친 플레이에 보복성 행위를 하다 퇴장당했는데, 심판에게 똑바로 판정하라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손 씨는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뛴 박찬호가 경기 중 이단옆차기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빅리그에서 동양인을 얕보는 게 비일비재하다. 큰선수가 되려면 위축하지 않고 맞서는 기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이적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점이 있었으나 손흥민의 대응 방식은 남다른 ‘유럽 생존 DNA’를 지녔음을 느끼게 한다.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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