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TV]'여왕의꽃' 이종혁 순애보, 호구와 무존재감 사이

뉴스엔 2015. 8. 3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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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혼전에 딸을 낳았고 장모가 살인자란 사실을 알고도 이토록 태연할 수 있을까. 이종혁이 '여왕의꽃' 49회에서 아내 김성령의 과거를 모두 알고도 붙잡으며 지독한 순애보를 보였다.

8월 29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 49회(극본 박현주/연출 이대영 김민식)에서 박민준(이종혁 분)은 김도신(조한철 분)을 통해 레나정(김성령 분)의 과거사를 모두 알았다.

김도신은 레나정과 몸싸움 끝에 추락한 자신을 보고도 외면한 마희라(김미숙 분)에게 복수심을 품었고, 제 보호자로 등록된 마희라의 아들이자 레나정의 남편 박민준에게 제일 먼저 마희라의 악행을 폭로했다.

김도신은 "당신 어머니가 최혜진(장영남 분)과 내내 레나정의 과거사를 캐내 이혼시키려 애썼다"고 덧붙였고, 박민준이 아내 레나정의 과거사에 대해 묻자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박민준은 레나정이 21살 때 딸을 낳았으며 본명은 이수정으로 남편과 시댁식구 둘을 죽인 모친을 숨기기 위해 이름을 바꾼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하지만 이어진 박민준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박민준은 아내 레나정이 이혼을 선언한 이유가 혼전에 낳은 딸 강이솔(이성경 분)과 제 이복동생 박재준(윤박 분)을 결혼시키기 위해서란 사실까지 헤아리고도 "꼭 그래야겠냐"고 물으며 붙잡을 뿐 언성을 높이지도 흥분하지도 않았다.

이는 아내 레나정을 너무도 사랑한 박민준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로 보이는 한편 명색이 남자주인공이나 그만한 비중을 확보하지 못한 채 주변인에 머물러 온 박민준의 위치를 고스란히 확인시켜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동안 박민준은 계모 마희라와 아내 레나정이라는 두 악녀에 치여 갖은 악행에 시달리면서도 용서만 거듭하는 평면적인 인물로 적당한 제지를 가하지 않는 유약한 모습을 보여 두 악녀의 악행이 계속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왔다.

때문에 마지막 회를 한 회 앞둔 이날 방송에서야 아내의 과거사를 모두 알게 된 박민준에게는 분노할 기회조차 없었다. 박민준이 사기결혼에 가까운 아내의 과거사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동안 레나정은 박재준과 강이솔의 결혼을 허락한 마희라의 약속이 거짓말임을 알고 마지막 반격을 준비했다. 박민준은 끝까지 레나정의 배경이었다.

한편 '여왕의 꽃'은 야망으로 가득 찬 여자(김성령)와 그가 버린 딸(이성경)이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사진=MBC 주말드라마 '여왕의꽃' 49회 이종혁 조한철 김성령 캡처)

[뉴스엔 유경상 기자]유경상 y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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