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신흥국이다①]글로벌 경제 위기 때마다 벼랑끝 내몰리는 신흥국

이근홍 2015. 8. 3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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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미국撥 경제 위기에 브릭스·아시아 신흥국 경제 내리막길원자재 수출·외국 자본 의존 등으로 외부 악재에 취약한 게 현실전문가들 "중국경기 둔화와 미 금리 인상 맞물리면 상황 더 악화"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위기는 존재의 본질을 들추어 낸다고 했던가.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 각국의 기초체력은 여지 없이 드러난다.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 매지만 위기에 따른 피해 정도와 이를 해결해 나가는 속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신흥국들은 벼랑 끝에 내몰린다. 선진국들에 비해 산업 구조와 나라살림 형편이 취약한 탓에 글로벌 경제가 단순히 기침만 해도 신흥국들은 그야말로 몸져 눕는 실정이다.

최근 중국과 미국발 쇼크에 '9월 세계 경제 위기설'이 퍼지고 있다. 물론 요 며칠 사이 중국 증시가 다소 안정을 찾고 있지만, 언제 다시 널뛰기 장세가 재연될지 알수 없고, 9월 미금리 인상설이 다소 미뤄지는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확실한 건 없는 '안개 상황'이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위기국면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 형국이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G2로 부상한 중국은 지난 30여년간 10% 안팎의 성장을 지속해온 '고속성장' 국가에서 최근 7%대 안팍의 '중고속성장' 국가로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시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고, 내수와 수출 경기도 동시에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연착륙을 시도 중이지만 경기가 둔화할 수 있고, 확률은 적지만 성장률이 4~5%대로 급강하하는 경착륙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달러화가 글로벌 경제의 최대 기축통화인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곧 글로벌 금융시장의 판도 변화를 야기하기 때문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세계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의 경기둔화와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라는 G2의 악재가 맞물리면서 촉발된 글로벌 경제의 난기류 속에서 예외 없이 신흥국이 추락하는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문제의 진원지인 중국과 미국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세계 경제의 걱정거리로 떠오른 중국만 해도 그렇다. 경기 둔화 조짐으로 지난 6월부터 증시가 폭락하는 장세가 연이어 연출됐지만,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와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입 등을 통해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섰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3000선을 회복하며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금융 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되찾아가는 양상이다.

사실 지난 7월 기준 3조6500억 달러(약 4296조원) 수준으로 세계 최대인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어떤 외환 위기에도 견딜 수 있는 든든한 방패막이다. 때문에 신흥국이지만 경제대국인 중국은 글로벌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휘청거리는 신흥국과는 차원이 다른 나라다.

에오스 펀드의 존 칸즈는 "중국 정부는 시장 안정화와 경제 지원을 위한 충분한 실탄을 갖고 있다"며 "중국이나 미국과 같은 경제 대국의 경우 돈을 거의 무한정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지금까지는 버블을 재부양하는 데 실패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제솝은 "추가 부양책 덕분에 중국 증시의 안정세가 세계의 심리를 바꾸고 있다"며 "다행히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일(중국 경제 회복)이 일어날 것 같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사실상 외부 보단 내부의 문제가 더 중요한데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7일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간 기준 3.7%로 수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각종 대외 악재 속에서도 개인 소비지출, 수출, 정부 지출, 고정자산 투자 등이 모두 증가하며 전문가들의 예상 성장률이었던 3.2% 크게 웃돌았다. 미국의 경기 회복이 안정권에 접어들었단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신흥국이다. 중국을 제외한 브라질·러시아·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와 아시아 신흥국들은 글로벌 경제 위기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브라질은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를 -0.24%로 낮춘 반면 인플레이션 예상치는 계속 높이고 있다. 지난달까지 50만명 이상이 직장을 잃었고 2분기 실업률은 2012년 이후 최고인 8.3%. 소비심리지수는 80.6까지 하락했다.

최대 무역파트너인 중국이 원자재 수입을 줄이며 브라질의 경기 비관론이 확대되고 있다.블룸버그는 "브라질의 7월 재정적자가 예상치인 68억헤알을 크게 상회하는 72억헤알로 집계됐다"며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려는 정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올해 3.3%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내년에도 1∼2%의 추가 후퇴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500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됐고, 올 상반기에 520억 달러가 더 빠져나갔다.

자원강국으로 일컫어지는 남아공도 경제가 좋지 않고, 석유의존도가 절대적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의 상황은 심각하다.아시아 지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원재재가 많은 나라인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상황도 나빠지고 있다.

신흥국들이 세계경제 위기 때마다 맥을 못추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1차 산업인 원자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신흥국들의 고통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자재 19개의 선물 가격 평균을 나타내는 지표인 CRB(Commodity Research Bureau) 지수는 지난 29일 기준 197.10포인트로 전년 말과 비교해 14.3%나 하락했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5.22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말 대비 15.1% 떨어진 수준이다.

이밖에 구리(-19.3%), 니켈(-34.3%), 소맥(-19.1%), 아연(-17.7%), 주석(-26.5%) 등 주요 원자재 가격들도 전년 말 대비 10~30% 이상씩 하락했다.

신흥국에서는 뭉칫돈도 빠져나가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대되며 글로벌 자금이 펀더멘탈이 취약한 신흥국에서 선진국 쪽으로 대거 이동 중이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8월12일까지) 선진국 주식시장에는 각각 1452억달러, 705억달러가 순유입됐다.

반면 신흥국에서는 지난해 231억달러, 올해 323억달러가 빠져나갔다. 특히 최근 4주 동안에만 130억달러가 순유출 됐다.

원자재 수출·외화 자본 의존도를 낮추지 않는 이상 글로벌 경제위기 때마다 찾아오는 고난은 신흥국들의 숙명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제금융센터 최호상 연구원은 "최근 신흥국의 경제 위기는 중국의 성장세 약화와 수입수요 감소 등으로 자원수출국과 주변국 경기의 부진에서 기인한다"며 "인도를 제외하면 향후 주요 신흥국인 브릭스 등의 경기하강 국면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저유가와 금융완화 기조 등으로 선진국 경제는 완만하게 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대로 하반기 중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인상은 신흥국의 자본유출과 함께 통화가치 하락, 물가상승, 금리상승 등으로 이어져 경제 하방리스크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 강봉주 연구원은 "원자재가격이 하락하면서 원자재 수출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불안여지가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달러 강세가 재개될 경우 원자재가격은 한층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하나대투증권 이미선 연구원은 "신흥국 주식은 중국 경기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세로 인해 7주 연속 자금이 유출됐다"며 "중국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이에 따른 리스크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과 맞물릴 경우 펀더멘털이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 이탈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kh20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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