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의 휴먼터치] 박재홍 "'30-30' 어려운 거 이제 다들 아셨죠?"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15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데요. 그렇게 오래된 일 같지 않은데...”
20세기 마지막 ‘30(홈런)-30(도루)’의 주인공이었던 박재홍 MBC스포츠해설위원(42)은 그의 세번째 ‘30-30’(역대 7번째)의 해였던 2000시즌을 ‘옛날’로 부르는 게 꽤 억울한 눈치다.
괴력의 외인타자 NC 테임즈(28)가 28일 마산 한화전에서 시즌 30호 도루를 채우면서 되살린 ‘30-30’의 역사. ‘괴물타자’로 불리던 시절, 1996년의 루키 박재홍이 한국 프로야구에 처음으로 열었던 대기록이다.
설마 그렇진 않았겠지만, 확실히 그는 ‘수월하게’ 30-30을 해냈던 타자다. 프로 데뷔 후 5시즌 동안 세 차례(1996년, 1998년, 2000년)나 기록했다. “공부가 제일 쉬웠다”던 얄미운 영재처럼 박 위원은 당시 거뜬하게 담장을 넘기고 거침없이 베이스를 달렸다. 그러나 그 이후의 ‘30-30’ 타자를 보기까지 리그는 15시즌을 기다렸다.
“잘 치고 잘 달리는 기술만으로 해낼 수 없고 결국 큰 부상 없이 시즌 내내 자기 관리에 성공해야하기 때문에 더 어렵죠. 체력부담이 상당한 기록입니다.”
이제 꼭 ‘자기자랑’이 아니라 테임즈를 축하하고 칭찬하는 입장이어서 마음껏 ‘30-30’의 의미를 이야기 할 수 있다. 홈런과 도루가 공격의 해결과 실마리를 담당하는 ‘영양가’ 만점의 지표라는 점이 이 기록의 가치를 높인다. “도전할 수 있는 시기가 현실적으로 마냥 길지는 않은” 불꽃같은 기록이기도 하다. ‘파워히터’가 30도루를 뛸 수 있는 기간이라면 확실히 선수 생활의 후반 레이스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제가 처음이었다는 게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1호’. 영원히 그만의 영광이다.
“세 번을 해낸 것이 잘한 일이에요. 운이 많이 따랐다거나 혹은 주변 여건이 좀 도와준 시즌이라거나... 그런 분석이 필요 없도록 ‘30-30’에 관한한 제 실력을 입증했다는 자부심이 있죠.”
현역 시절 박위원은 배터스박스의 투수 쪽 최전방에 성큼 나가서는 ‘돌격형’ 스탠스로도 유명했다. 대부분의 요즘 타자들이 심판 쪽 후면 라인을 뒷발로 꽉 차게 물고서는 모습을 보면 타자 박재홍이 남긴 기억은 특별하다.
“스윙스피드에 보통 자신이 없고서는 그렇게 설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솔직함이 매력이었던 스타, ‘빼지 않는’ 자기표현은 여전하다. 그러나 박위원의 큰소리는 당당하다. “남들이 쉴 때 이 악물고 악착같이 스윙했다”는 그만의 노력으로 얻었던 자신감이기 때문. 사람들은 타고났다고 말했지만, 스스로 흘렸던 땀의 무게를 자부하는 그는 남달랐던 스윙스피드를 자랑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러고 보면 늘 자신감이 넘쳐서 뭐든지 유난히 쉽게 해낸 듯한 느낌을 준다. 선수 때도 그랬고 이제 마이크 앞에 선 해설로도 그렇다.
“처음부터 떨었던 기억이 없는데요.”
1996년 전혀 신인 같지 않았던 홈런-타점왕은 초보 해설의 ‘우당탕탕’ 추억마저 만들지 않았다. 2013년 처음 마이크를 잡았을 때부터 경기를 보고 이야기하는 일은 편안했다.
“30-30을 해내기엔 요즘 (선수들이) 더 유리한데요. 제가 한창 때 144경기 시즌이었으면, ‘40-40’도 해볼 만 했을 듯한데...”
어라, 이것은 불특정 다수의 후배들을 향한 도발? 아니, 더 많은 대기록을 기대하는 박재홍 다운 응원이다. 144경기를 뛰면서 늘어난 체력 부담, 더 영리해져야 하는 자기 관리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조목조목 분석하는 그는 지금 2015시즌 야구판을 함께 뛰고 있는 현역 해설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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