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연애, 대한민국 '평균' 이상입니까

이재윤 기자 2015. 8.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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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2030세대, 월 데이트 비용 약 49만원"..돈 때문에 사랑 포기하는 청춘들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취재여담]"2030세대, 월 데이트 비용 약 49만원"…돈 때문에 사랑 포기하는 청춘들]

20대와 30대를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꼽는 이유 중 하나는 무엇보다도 사랑일 겁니다. 가진 것 없어도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게 바로 '청춘'의 사랑인 탓에 누구나 20~30대의 추억에 고이 간직한 연애담 하나쯤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요새는 이조차 쉽지 않습니다. 물가는 치솟는데 취업은 어렵고, 어렵사리 직장을 찾더라도 '먹고 살 만한' 임금과 고용 안정을 누리는 이는 소수입니다. 많은 청춘들은 연애조차 '사치'라고 푸념합니다. 돈이 궁하다보니 연인 사이에서도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나 봅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눈에 띄는 설문조사가 있었습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 14~21일 홈페이지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이용해 전국 미혼남녀 561명(남257명·여304명)를 대상으로 질문한 결과입니다.

◇"2030세대, 월 데이트 비용 약 49만원"…최저임금 근로자 87시간 일해야

설문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20~30대 커플은 평균 일주일에 1.9회 만나 5시간 27분 동안 데이트를 합니다. 하루에 지출하는 비용은 5만5900원. 금액대별로 보면 5만원 이상~7만원 미만을 지출하는 비중이 38%로 가장 많았고, 3만원 이상~5만원 미만(32.8%), 7만원 이상~9만원 미만(19.4%) 순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청춘의 데이트 씀씀이를 계산해 봤습니다. 5만5900원(하루 비용)×주 2회(1.9회 반올림)×4.36주(30.5/7일). 연산의 결과인 48만7448원이 매월 지출하는 월 평균 데이트 비용인 셈입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이 금액에 공감할 수 있을까요.

고용노동부의 임금근로시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20대 근로자 중위값(50%에 해당하는 사람)의 연봉은 2416만원입니다. 월급으로 치면 약 201만원. 30~34세 근로자는 월 264만원(중위값 연봉 3170만원)을 법니다. 20대는 월급의 4분의 1, 30대 초반에는 5분의 1정도를 데이트에 써야 하는 겁니다.

저임금 근로자들은 더 심각합니다. 같은 조사에서 하위 25%에 해당하는 20대 근로자의 월급은 155만원, 30~34세 근로자의 월급은 196만원입니다. 벌이가 더 시원찮은 근로자도 많습니다. 최저임금 시간당 5580원을 받는다면 약 87시간을 일해야 '평균의 데이트'를 누릴 수 있습니다.

살인적 주거비와 생활비, 학자금 대출 상환 압박에 더해 미래를 위한 저축까지 감안하면 대부분의 청춘들은 데이트 비용을 대는데 힘이 부친 게 현실이죠.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사랑을 위해 다른 지출을 줄이거나, 사랑을 포기하는 수 밖에요.

◇데이트 비용도 男女 갈등…돈 때문에 이성간 '교감' 기회마저 줄어

얇은 청춘의 주머니는 남녀간 신경전으로도 이어집니다. 비슷한 나이의 커플이 버는 돈도 큰 차이가 없다고 가정하면 절반씩 내는 게 자연스럽겠죠. 그러나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졌다지만 '남성이 더 내야 한다'는 통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번 설문 결과에서도 남녀의 미묘한 시각차가 엿보입니다.

전체 응답자의 47.2%는 '남녀가 번갈아 낸다'고 답했고, '데이트 통장을 이용한다'는 커플도 13.7%였습니다. '남자가 주로 낸다'는 응답은 34.6%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여성 응답자 중에선 '번갈아 낸다'가 58.6%로 과반을 넘었던 반면 남성 응답자 중에선 '번갈아 낸다'가 33.9%로 인식의 차이가 상당했습니다. 남성들은 '남자가 주로 낸다'는 대답이 48.2%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를 두고 주요 인터넷 게시판에선 네티즌간 설전도 벌어졌습니다. "보통 남성이 2~3만원의 밥값을 내고 여성이 1만원 안팎의 커피를 사는데, 이건 번갈아 내는 게 아니다", "나이와 경제력이 비슷한데 한 쪽이 일방적으로 많이 내는 건 문제"라는 의견엔 남성들의 울분이 담겨 있습니다.

반면 "일부 몰지각한 여자들 외의 대부분 여자들은 번갈아 낸다", "남자가 소심해 보일까봐 알아서 결제하고선 왜 불만이냐", "'더치페이' 하자고 말조차 못하는 소심한 남자"라며 쏘아붙이는 짐작컨대 여성 네티즌들의 의견도 눈에 띕니다.

고릿적부터 풀리지 않는 남녀의 흔한 갈등으로 웃어 넘기기엔 개운치 않은 대목입니다. 특히 '김치녀', '맘충' 등의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가 생겨나는 등 이성간 혐오가 증폭된 최근 세태를 생각하면 더욱 씁쓸합니다. 남녀가 서로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인 연애, 데이트마저 경제적 이유로 온전히 누리지 못한 청춘들의 아우성으로 느껴져서입니다.

[이재윤 기자 트위터 계정 @mton16]

이재윤 기자 m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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