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형들은 쉴 수가 없다

2015. 8. 3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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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지난 28일 수원 kt전. KIA가 0-4로 뒤진 7회초 2아웃 주자 1루. 1루 주자 이범호가 2루 도루를 시도했다. 결과는 태그 아웃. 발이 느린 이범호가 왜 뛰었을까.

29일 광주 넥센전. KIA가 3-1로 앞선 3회말 무사 주자 1,2루. 2루 주자였던 이범호가 박준태 타석에서 무리한 3루 진루를 시도했다. 결과는 태그 아웃. 이범호는 정말 왜 뛰었을까.

◆KIA를 끄는 베테랑들 

리빌딩. 정확히 어떤 수치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팀을 다시 형성하는 과정으로 '리빌딩'의 뜻을 해석한다면 KIA는 올 시즌 리빌딩 중이다. 과정은 꽤 이상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베테랑들이 앞에서 끌고, 신인급 새 얼굴들이 뒤에서 민다. 최영필, 김민우, 이범호, 김주찬, 김원섭, 김광수 등이 주축 선수로서 힘을 싣고, 이홍구와 백용환, 김호령, 박찬호 등 새 얼굴들이 자리 잡았다.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임준혁 같은 케이스도 KIA의 후반기 상승세에 단단히 한 몫 했다. 

29일 경기까지 기준으로 KIA의 팀 평균 자책점은 4.68. 팀 방어율이나 팀 타율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지만(KIA는 2009년 팀 타율 최하위로도 통합 우승을 차지했었다), 적어도 마운드의 9이닝당 실점이 10개 구단 가운데 4위에 해당한다는 것은 리그 평균 이상의 투수진을 가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베테랑 투수들의 활약이 있었다. 

현재 타이트한 리드 상황에서 KIA 벤치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믿음직한 투수는 최영필, 김광수, 윤석민에 좌완 심동섭 정도다. 홍건희와 한승혁은 위기에는 아직 안정감이 떨어진다. 때문에 동점, 1점 차 상황에서는 베테랑 투수들이 먼저 마운드에 오른다.

공격, 타격으로 시선을 돌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주찬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현 시점에서 결국은 중심에 있는 '형들' 필, 이범호, 나지완이 해줘야 한다. '테이블 세터' 신종길, 김민우가 밥상을 차리면 중심 타선에서 점수가 나길 기대하는게 현재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들이 있지만, 가끔 터지는 '한 방'만 기대하기에는 복권에 가깝다. 타율과 홈런 갯수를 제외하고도 출루율, 볼넷 대비 삼진율 등 세부 지표가 무색한 수준이다.

◆형들이 쉴 수 없는 이유 

김원섭은 최근 십이지궤양 때문에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병원 진료도 받았고, 약을 먹고 있지만 주의해야 할 음식이 많은 탓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허리띠 한 칸을 새로 만들었다"고 할만큼 체중도 조금 줄었다. 그럼에도 김원섭은 계속해서 대타로, 대수비로, 선발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다. 팀내 자신의 역할과 위치, 그리고 시즌 후반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팀이 얼마나 중요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버티기를 선택했다.

김원섭 뿐만 아니라 여러 베테랑 선수들이 크고 작은 통증을 참고 뛴다. 코칭스태프도 "'좀 쉬어라. 빼줄께'라고 권유하는데 고개를 젓는 고참 선수들이 고맙다"고 말한다. 물론 경기 출장에 대한 의욕은 대부분의 팀, 대부분의 선수들이 비슷하다. 그러나 KIA는 가장 선수층이 얉은 팀 중 하나다. 더더욱 경험 많은 선수 하나하나의 힘이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범호의 도루가 주는 메시지

앞서 언급한대로 이범호의 도루 시도와 본헤드 주루 플레이는 분명히 팀 후배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이범호는 시즌 도루 5개를 넘기기 어려운 선수다. 햄스트링 부상 이후 스피드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런 이범호가 발을 이용한 진루에 욕심을 부린 까닭은 단순하다. 팀 타율 최하위에 최근 평균 득점 2~4점을 오가는 사정을 생각했을 때, 어떻게든, 무엇이든 해야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실패로 끝났을지언정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하는지 예시를 들어준 셈이다.

물론 KIA는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다. 설령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채 올 시즌을 마감한다고 해도, 이미 성공에 가까운 시즌을 보냈다. 새로운 얼굴의 발견, 기량이 급성장한 선수들의 등장만으로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줬다. 여기에 패배 의식을 걷어낸 선수단 분위기도 고무적일만큼 좋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룡점정'을 찍기 위해서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은 어린 선수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스스로 성숙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결국 '할 수 있다'의 기반은 더 발전한 미래에 대한 암묵적인 약속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29일 넥센전을 앞두고 광주 구장 그라운드는 훈련 시간 내내 북적북적 했다. 마침 퓨처스리그 경기가 없는 날이라 김기태 감독은 차일목, 이성우, 김주형, 최용규 등 2군에 있는 선수 열댓명을 불러 훈련을 소화하게끔 했다. 정회열 2군 감독도 함께 훈련을 지켜봤다. 9월 확장 엔트리 최종 확정까지 이틀 남겨둔 시점이기도 했지만, 연패 상황에다 후반기 위기를 맞은 팀 분위기를 고려하면 더 깊은 해석도 가능하다. 김기태 감독은 이렇게 덧붙였다. "1군으로 올라오고 싶은 선수가 있을테고, 2군에 내려가고 싶지 않은 선수도 있겠지요."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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