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자던 이천수의 본능을 깨운 '간절함'

입력 2015. 8. 30. 06:34 수정 2015. 8. 30.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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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균재 기자] 이천수(34, 인천 유나이티드)가 공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기도했다. 그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골문 상단을 관통했다. 소속팀의 4연승을 이끄는 천금 프리킥 결승골이었다.

인천은 지난 29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라운드 28라운드 대전과 홈경기서 전반 9분 한의권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2분 뒤 케빈의 동점골과 전반 35분 이천수의 결승골에 힘입어 2-1 역전승했다. 인천은 승점 42를 기록하며 상위 스플릿 진출 마지노선인 6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했다.

역전 드라마의 주역은 '베테랑 공격수' 이천수였다. 1-1로 팽팽하던 전반 35분 아크 서클 정면 25m 지점에서 그림 같은 프리킥 골을 뽑아냈다. 전매특허인 오른발이 번뜩이자 마법처럼 대전의 골네트를 갈랐다.

이천수는 골을 넣은 직후 사이드라인으로 다가와 선수단과 얼싸 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지난 5월 17일 부산전 골 이후 약 100일 만의 골맛이었다. 부진을 말끔히 털어냈다. 그는 올 시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이날 경기 전까지 17경기, 1골 2도움에 그쳤다. 유일한 1골도 페널티킥 골이었다. 이천수라는 이름 석자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였다.

간절함이 이천수의 본능을 깨웠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온 그는 "오랜만에 득점을 했다. 골은 항상 기분이 좋지만 넣으면 넣을수록 언제 넣어도 좋은 것 같다. 오늘은 특히 더 좋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천수의 간절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 있었다. 프리킥을 차기 전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골을 기원했다. 잘 됐을 때를 떠올린 까닭이다. 그만큼 간절했다는 뜻이다. 이천수는 "공을 세워놓을 때부터 집중하려고 했다. 예전에 프리킥 골을 넣을 때도 신중함을 갖곤 했다. 지금 내 마음이 급한 것 같아 차분하게 하기 위해 예전의 습관을 다시 꺼내봤다. 발 디디는 것도 잘됐을 때를 생각하면서 세 번 디뎠다. 과거를 생각하면서 좋았을 때 기분을 살려서 찼고,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천수는 울산 현대 시절 '사기 캐릭'으로 통했다. 찼다 하면 프리킥이 들어갔다. '이천수존'도 이 때 생겨났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 동안 매년 7골 이상을 넣었다. 태극마크를 달고도 프리킥은 따라올 자가 없었다. '아시아의 베컴'으로 통했다. 2006 독일 월드컵 토고전 프리킥 골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운이 좋아 좋은 자리서 프리킥 찬스가 났다"고 겸손의 미덕을 보인 이천수는 "오늘 하루 종일 기분도 좋고 마음도 편했다. 그동안 기회가 있었는데 훈련 때 열심히 했음에도 잘 안 맞았다. (프리킥을) 잘 찬다 해주시니깐 더 부담이 됐다"면서 "오늘은 마음 편하게 넣는다는 생각으로 훈련 때처럼 편하게 찬 게 골이 들어갔다. 이 골로 인해 팀이 4연승을 했고, 베테랑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간절함을 장착한 이천수가 부활의 날개를 펼쳤다./dolyng@osen.co.kr

<사진> 연맹 제공.

[2015 프로야구 스카우팅리포트]

[요지경세상 펀&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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