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에 7%대 예산증액, '안보 마케팅' 성과였나

CBS노컷뉴스 장관순 기자 2015. 8. 3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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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강경기조, 수뇌부 부적절 행보, 잇따른 방산 비리 불구 '포상'
국방부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정부와 여당이 국방예산 7%대 증액이라는 '포상'을 군 당국에 내리기로 했다. 남북대치 과정에서의 대통령 지지도 신장에 따른 선심성 예산이 아니냐는 정치적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과연 군 당국의 그동안 행보가 포상받을만 했느냐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국방예산은 37조 4,560억원으로, 정부·여당 의도대로 증액된다면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넘긴다. 그런데 국방예산의 일대 전기가 된 이번 남북대치 상황에서 우리 군은 과도한 '안보 장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진행 중이던 지난 23일 국방부가 "평소보다 10배 많은 북한군 잠수함 50여척이 전개했다. 거의 전면전 수준"이라고 취재진에 알렸고, 이는 그대로 보도됐다. 그런데 합참 정보책임자는 사흘 뒤 국회에 출석해 "추측성 보도로, 내가 알고 있는 것하고 틀렸다"고 진술했다.

국방부가 북한군 잠수함의 수를 부풀려 안보위협을 조장했을 가능성이 생기는 대목이다. '추측성 보도'는 '워치콘 격상'이나'북한 미사일 발사징후' 등을 지목한 것이었다는 게 군 당국의 해명이지만, 의혹이 말끔히 씻기지 않고 있다.

군사대치가 끝난 뒤에도 군 당국은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인상을 남겼다. 지난 27일 국방부 구조개혁추진관 조모 준장은 한 세미나 발제문에 "군은 핵억제 전력과 관련해 전략폭격 등 기존 3개 축에 참수작전을 추가했다"고 적었다.

(자료사진)
참수(斬首) 작전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기 전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제거한다는 의미다. 남북합의 도출로부터 고작 이틀 지난 시점에 이른바 '최고존엄'의 안위를 거론해, 북한이 향후 대화거부의 핑계로 삼을 소지를 남겼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우리의 전략기조를 노출시켜 북한의 대비 기회를 제공한 게 된다.

북한은 대남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공동보도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상대방의 수뇌부를 노린 전쟁 각본을 버젓이 언론에 공개한 것은 북남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배신이며, 겨레의 통일 열망을 짓밟는 참을 수 없는 모독 행위"라고 반발했다.

사태 초기 군 당국의 초동대응도 '포상'의 타당성에 의문을 더한다. 최윤희 합참의장은 지뢰도발 다음날 음주회식을 해 논란을 샀다. 지뢰도발 피해 장병들이 목숨을 걸고 전우를 무사히 후송하는 모범을 보인 것과 대조된다. 다른 부대 일선 장병들은 자발적으로 전역을 연기했다.

뿐만 아니라 육해공군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불거져 있는 방산비리 와중에 예산만 늘려주는 게 맞는지도 짚어볼 문제다. 국민 혈세로 증액될 국방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 증액의 방점이 대북 전력 강화에만 찍힌 점도 문제다. 정부·여당은 '비무장지대 열상감시장비(TOD) 설치, 주둔지 철책·울타리 보강 등'을 증액 대상으로 열거했다. 미래 안보상황을 감안해 중국·일본 등 주변 강대국과 어깨를 견주려면 해군·공군 전력 증강이 필수적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29일 CBS와의 통화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이 끝나자마자 정부가 후속회담에 속도조절을 한다고 하고, 국방부는 참수작전을 한다느니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한다느니 한다. 모두 남북관계 진전을 바라지 않는다는 속내를 보인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도 "안보에 대한 국민 불안이 현존하고 비대칭전력 보강이 절실하기 때문에 예산 증액의 필요성은 분명하다"면서 "다만 고질적인 방산비리 문제나, 예산의 육군 편중현상 등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 장관순 기자] ksj081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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