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기억이 점점 사라져 갑니다"

2015. 8. 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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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세월호참사 500일 국민대회, 유족들 "진실 밝혀질 날까지 함께 해달라"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이게 우리가 길거리에 나오는 이유에요. 더 알리려고. 특별법이 특별법이 아니고, 이제야 세월호가 인양이 되는데. 1년 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는데 언론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사람들은 다 끝났다고 생각해요."

단원고 2학년 9반 고 임세희 양의 아버지 임종호씨의 말이다. 8월 29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01일 째, 명동, 대학로, 홍대입구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가족-시민행동이 열렸다. 세월호 500일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임씨는 서교동 홍익대학교 인근 '걷고싶은 거리'에서 한 시간 반 동안 피켓을 들었다. 피켓엔 "제발 인양부터 하자구요. 내 가족이 너무 보고싶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단원고 2학년 9반 학부모 8명과 자원봉사자 30여 명이 홍대 인근 곳곳에서 세월호를 기억해달라고 함께 노란 리본을 나눠주고 피켓을 들었다.

▲ 단원고 2학년 9반 고 임세희 양의 어머니 배미선씨와 아버지 임종호씨.

임씨는 "가장 힘든 건 잊혀진다는 거"라며 "작년에는 간담회나 행사가 많았는데 점점 사라져 더 이상 세월호를 알릴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임씨는 평일에 일을 나가면서도 시간이 나는 틈틈이 4.16가족협의회의 활동에 참여한다. 유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이 직접 피켓을 드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서다.

임세희 양의 어머니 배미선 씨는 "무엇보다 인양"이라며 실종자 유가족을 위해서라도 더 피켓을 들러 나올 것이라 말했다. 아이의 시신을 수습한 부모들은 진상규명을 외치지만 실종자 유가족은 선체를 인양하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은 한 목소리로 "세월호가 잊혀져 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시민들이 유가족의 말을 외면하지 않았다.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앞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나눠주던 리본 100여 개는 20분 만에 동이 났다. 피켓을 든 유가족에게 먼저 다가와 추모 리본을 가져가는 시민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홍대입구에 놀러 온 김유빈(16)양은 "일단은 가라 앉는 배를 끌어올려서 육골이라도 찾아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가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정란(43)씨도 "일반 시민들은 다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 안이하게 대응하는게 문제"라며 진상규명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세월호 참사 500일 국민대회가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임씨와 배미선씨도 캠페인을 마친 후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곧장 서울역으로 향했다. 유가족 100여명과 대구, 전주, 전남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 2000여 명이 국민대회를 메웠다.

국민대회는 "6번의 계절이 지났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유가족들을 대표해 나온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그때는 앞으로 1년 더 있으면 서로서로 수고했다고 위안의 눈물을 흘릴 줄 알았고 억울함도 밝혀질 줄 알았다"며 "오년이 걸리건 십년이 걸리건 대를 이어서든 세월호 진상을 규명할 때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날 국민추모대회엔 광주시민상조회, 강원도원주세월호대책위원회, 세월호를기억하는한국외대학생모임, 광화문서명지기 자원활동가 등 다양한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발언했다. 무대에 오른 모두가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고 선체인양과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볍씨학교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만큼 좋은세상'을 합창하기도 했다.

2학년 3반 유가족 부모들이 무대에 올라 카드섹션 공연을 한 후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오늘 저희 공연의 주제는 감사함입니다. 지난 500일 동안 저희와 함께 울어주시고 행동해주시고 같이 싸워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세월호가 인양되고 진실이 규명되는 그날까지 함께 해달라는 부탁의 인사를 유가족들을 대표해서 저희 2학년 3반 엄마 아빠들이 드리겠습니다." 3반을 대표해서 고 최윤민 양의 어머니가 말했다.

▲ 유가족들은 한 목소리로 "세월호가 잊혀져 간다"고 말했다.

뜨거운 햇빛에도 불구하고 국민추모대회에 참가한 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지켰다. 세월호를기억하는고대생모임을 이끄는 박세훈(21) 씨는 "많이 잊혀진다고 하지만 올해 5월에 학교에서 작은 간담회를 열었는데 50명이 넘게 왔다"며 적지 않은 사람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명히 말을 한 것을 지켰으면 좋겠다"며 "그때 그때 여론만 돌리고 피하면 된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오후 4시 30분, 국민추모대회가 마친 후 거리행진 '노랗게 물들이다'가 이어졌다. 행진은 남대문, 을지로입구, 국가인권위를 거쳐 광화문광장에서 멈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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