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4'의 한국 힙합이 디스로 귀결되는 이유 [연예공감]

이기은 기자 2015. 8. 2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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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는 일견 힙합음악을 향한 찬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전역에 바이러스처럼 퍼진 '화(火)'와 화풀이 방식에 관한 일종의 사회현상일 것이다.

제작진은 산부인과 가사 논란에 휩싸인 송민호와 죽부인을 들고 나온 블랙넛의 라임(산부인과=죽부인)을 부득이 등치시켜 투계(鬪鷄) 풍경을 연출한다. 저열하지만 쾌락적일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쌓인 분노를 욕지기 서린 이들의 '디스전'을 통해 해갈하고 대리만족한다.

케이블TV Mnet '쇼미더머니4'가 베이식의 최종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해 방송된 '쇼미더머니' 시즌3에서는 우승자인 바비를 비롯해 바스코, 올티, 씨잼, 아이언 등의 참가자가 음원차트 상위권을 기록하며 힙합음악의 대중적 인기를 끌어올린 바 있다. 또한 '쇼미더머니'의 스핀 오프 프로그램인 '언프리티 랩스타' 역시 치타를 비롯한 참가자들의 노래가 음원시장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시즌4에 이르러 이름값의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이번 시즌은 그 어느때보다 대중들의 수위 높은 질타를 이끌어냈으며 제작진과 참가자들은 호된 유명세를 치러야 했다.

송민호의 임산부 비하 가사("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가 논란의 시작점이었다. 여성 혐오 정서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이어 블랙넛이 과거 자신의 곡에 쓴 살인·강간 가사 등이 대중들과 10대 팬(청소년)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타인을 향한 비방·모욕은 힙합의 본질도, 쿨(cool)한 뮤지션정신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송민호와 블랙넛의 이러한 힙합에 대한 몰이해는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 파급·계도효과를 낳은 부분이 있다.

인재(人材)로 고속성장한 한국사회의 메커니즘상 남녀불평등이나 윤리성 여부 등은 다소 민감한 사안이 됐다. 대한산부인과의사협회(이하 산부인과협회)에서는 즉시 송민호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측에 공식 사과와 시정을 요구했으며, 이에 '쇼미더머니4'를 시청하지 않았던 대다수의 사람들도 이번 사안에 집중적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즉 이 모든 일련의 사태는 한국의 고질적 병폐인 성불평등이나 지역차별 문제, 약육강식 등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 송민호도 '쇼미더머니4'도 일부러 의도하지는 않았을테지만, 참가자들의 미숙한 힙합 가사가 결과적으로 사회문제를 반추하게 하며 경종을 울린 격이다.

그래서 지금 '쇼미더머니4'가 보여주는 힙합문화는 물레 위에서 굳어지지 않은 채 돌아가는 토기와도 같다. 현재의 한국힙합에는 형체가 없다. 악전고투하는 한국래퍼들의 힙합에 대한 일부 몰이해는, 결과적으로 이 사회의 모난 구석구석을 투영할뿐이다. 송민호의 '겁', 블랙넛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등이 음원차트를 장악한 것이 과연 그리 낯선 풍경일까. 모든 것은 당연한 결과다. 분노에 차 있는 한국사회가 자발적으로 터뜨린 카타르시스의 말로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쇼미더머니4' 포스터]

베이식| 송민호| 쇼미더머니4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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