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중환자실에 전담 의사가 없다"..열악한 한국 의료

임솔 기자 2015. 8. 2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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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병원들의 중환자실에는 전담 의사가 24시간 상주하지 않아 전 세계와 비교해 치료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나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12차 세계중환자의학회 학술대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중환자의학회는 전 세계와 한국의 중환자실의 실정을 비교하고, 한국 중환자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모색할 예정이다.

학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09년부터 중환자의학 세부 전문의 제도를 운영해 중환자실 치료를 전담할 수 있는 의사를 배출해 내고 있다. 하지만 중증 질환을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 외에는 전국 병원 중환자실에 전담 의사가 24시간 상주하는 의무 규정이 없다. 고윤석 세계중환자의학회 조직위원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은 “의료법에 ‘성인중환자실에 전담의사를 둘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다”라며 “전담 의사 자격도 중환자의학의 전문지식을 가진 전문의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담 의사가 중요한 이유는 환자 사망률 때문이다. 중환자실의 가장 흔한 사망원인은 세균이 온 몸에 퍼지는 패혈증이다. 중환자실 전담 의사는 패혈증 초기 단계부터 환자의 증상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신속하게 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훈련을 받지 않은 다른 의사나 인턴, 레지던트에 맡기는 것으로 사망률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다. 중환자실에 상주하는 의사가 없이 의사를 호출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병원의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학회 연구결과 중환자실에 전담 의사가 있는 병원의 패혈증 사망률은 18.0%에 불과했지만, 중환자 전문의가 없는 병원의 패혈증 사망률은 41.6%에 달했다.

간호사 수도 중환자 치료 수준을 떨어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과 일본의 중환자실은 병상대 간호사 비율이 중환자실 환자 1명당 간호사 2명에서, 환자 1명당 간호사 1명이 일반적이다. 반면 한국은 환자 1명당 2.5~5명으로 두고 있다.

병원들이 중환자실에 투자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가 중환자실 운영비의 절반만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 위원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중환자실 운영비는 전체 소요 비용의 절반 이하에 그친다”며 “중환자실에 전담 의사와 간호사 등의 인력과 환자 치료를 위한 장비가 많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한국은 제대로 된 중환자실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은 병원 자체적으로 비용을 들여 전담 의사를 두면서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담 의사를 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의 사망률이 차이가 크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지만, 환자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동찬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전북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한국이 세계적인 의료 수준을 갖추려면 모든 병원의 중환자실 치료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환자 생명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중환자실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정부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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