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임기내 정상회담이 불가능한 이유

2015. 8. 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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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요즘 통일준비위원회 직원들이 과로사 할 지경이다."

8·25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점치는 이야기가 나올 때 문득 지난달 한 중견 공직자로부터 들었던 이 말이 생각났다. 경복궁 경회루 건너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있는 통준위 내부 사정을 잘 안다는 그는, "몇년 안에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날 것을 전제로, 모든 방면의 시나리오를 짜다 보니 그렇다"고 설명했다. 급변사태는 흡수통일을 뜻할 것이다. 듣다 보니 그 '몇년 안'이란 표현이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로 들렸다.

통준위는 통일 준비를 위한 기본방향을 정하고, 그 제반 분야의 과제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지난해 7월 출범했다.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통준위를 발족시키면서 분단은 '한반도의 비정상'이고, 통일은 '한반도의 비정상의 정상화'로 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통준위 안에 '흡수통일준비팀'이 있다는 사실은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직접 밝힌 바 있다. 정 부위원장은 올 3월10일 한 안보 관련 단체 조찬에서 "통일 과정에는 여러 가지 로드맵이 있으며 비합의 통일이나 체제 통일에 대한 팀이 우리 조직(통준위)에 있다. 체제·흡수 통일은 하기 싫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정부의 첫 국가정보원을 이끌었던 남재준 전 원장은 2013년 12월 간부들과 함께 한 송년회에서 "2015년에는 조국 통일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는 "우리 조국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시키기 위해 다 같이 죽자"고 비장하게 말했다고 한다. 훗날 그 송년회에 참석했던 한 국정원 간부로부터 당시 상황을 들은 적이 있다. 그 간부도 당시 남 원장이 그런 식의 송년사를 한 적이 있다면서 "언제 급변사태가 날지 모른다. 이에 대해 모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전 원장의 '2015년 통일론'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1월6일,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준위 발족 구상을 밝히면서 '통일대박론'을 밝혔다. 남 전 원장의 '2015년 조국통일론'과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그리고 통준위에 설치된 '흡수통일준비팀'은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자, 박 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런 판단을 하고 있다면, 박 대통령 임기 안에 '정상회담'은 있을 수 없다. 회담은 동등한 관계를 전제로, 앞으로의 공존과 공영을 이야기하는 자리다. 그러나 상대를 '곧 무너질', '비정상'의 상태에 있는 존재라고 판단한다면, 그런 만남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말, 자신의 임기 안에 '(흡수)통일대박'을 터뜨릴 생각을 하고 있다면, 더더욱 정상회담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런 방식의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으로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유는 자명하다.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통일이 된다면 나는 북한 주민을 동등한 우리 국민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나는 그들을 차별하거나 멸시하지 않고 같은 국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가뜩이나 지역으로, 계층으로, 소득으로, 정치적 성향으로 우리 내부가 갈려 있는 지금 상황에서, 북한과 북한 주민이라는 존재까지 하루아침에 더해진다면 어떤 상황이 빚어지게 될지 잘 짐작이 가지 않는다. 진정 통일이 대박이 되려면 남북한이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정상회담이 정말 필요한 이유다.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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