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천만] 강혜정 대표, 비범한 류氏 가문 이끈 '내조의 여왕' (인터뷰)

조지영 입력 2015. 8. 29. 11:17 수정 2015. 8. 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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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지난 5일 개봉해 3일 만에 100만, 4일 만에 200만, 6일 만에 300만, 9일 만에 400만, 10일 만에 500만, 12일 만에 600만, 14일 만에 700만, 18일 만에 800만, 19일 만에 900만의 관객을 끌어모은 범죄 액션 영화 '베테랑'(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작). 25일 차인 오늘(29일) 역대 17번째, 한국영화로는 13번째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작품 '베테랑'은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정웅인, 정만식, 진경, 유인영 등 쟁쟁한 명배우들이 대거 포진했고 무엇보다 충무로 '액션 루키'로 손꼽히는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단연 기대를 모았다. 역시나 뚜껑을 연 '베테랑'은 여름 극장가에 걸맞은 유쾌, 상쾌, 통쾌한 액션과 스토리로 1000만 관객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다.

'암살(최동훈 감독)에 이어 연달아 1000만 쾌거를 목에 건 '베테랑'의 선전은 여름 극장가 최초 쌍천만 기록으로 충무로 최고의 전성기를 입증한 사례가 됐으며 데뷔 19년 차를 맞은 류승완 감독에게 잊지 못할 최고의 흥행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류승완 감독의 영원한 영화 동지이자 인생의 동반자 외유내강의 강혜정(45) 대표에게도 최고의 선물이 됐다.

'베테랑'의 1000만 관객 돌파가 임박했던 지난 26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자리 잡은 외유내강 사무실에서 강혜정 대표를 만났다. 확실히 '베를린'(13, 류승완 감독) 때와 차원이 다른 안색으로 필자를 마주한 그는 일단 "어리둥절하다"라는 말로 그간의 소회를 전했다.

"지금 이런 말을 하면 다들 안 믿겠지만 솔직히 류승완 감독이나 저는 1000만 관객 돌파가 실감이 안 돼요. 어리둥절 그 자체죠.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라며 체감을 못 하고 있는 상태에요(웃음). 소감이랄게 있을까요? 그저 기쁘고 행복하죠. 또 '베테랑'을 재미있게 봐주신 1000만 관객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1995년 영화 홍보사 영화방으로 처음 영화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정말 쉼 없이 달려왔는데 드디어 우리 회사도 빛을 보네요. 하하."

2005년 5월 남편 류승완 감독과 함께 차린 외유내강이 올해로 꼬박 10년째 되는 해에 생각지도 못한 1000만 흥행을 거머쥔 강혜정 대표. 그간의 우여곡절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물론 이 우여곡절 속에는 '베를린' 당시 2억원대 세금 소송에 대한 쓰라림도 한몫했다. '베를린' 때 독일 촬영 영상을 한국에 들여와 편집했고 이 과정에서 해외촬영분 반입에 대한 관세가 적용된 문제가 발생했다. 외유내강 측은 이 같은 관세 내용을 정확히 알리지 않은 서울세관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지만 결국 패소했다.

"'베를린' 소송으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영화 제작을 하면서 대표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더욱 정확히 알게 됐고요. 그땐 정말 그런 법이 있는지도 몰랐을 때니까 많이 당황했죠. 지금 돌이켜보면 돈은 크게 잃었지만 제작자로서 좋은 수업이 됐다고 생각해요."

'베를린' 관세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된 외유내강이지만 안주할 수만은 없었다. 곧바로 '베테랑' 개봉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다.

지난해 7월 크랭크 업 한 '베테랑'은 원래 그해 10월 개봉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때를 놓쳤고 다시 올해 구정을 겨냥해 개봉하려 했지만 이 또한 무산됐다. 이후 4월 스크린 문을 두드렸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조스 웨던 감독) 공세에 또 한 번 개봉일을 미뤄야 했다. 갈피를 잡지 못했던 '베테랑'은 여름 대전이 펼쳐지는 8월, 드디어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됐고 지금의 흥행 결과를 얻게 됐다.

"정말 '베테랑'은 우여곡절이 많네요. 흥행 원동력을 묻는다면 단연 개봉을 세 번 미룬 점이라고 말하고 있어요(웃음). 정말 갈피를 못 잡았던 '베테랑'이 예상에도 없던 여름 극장가를 겨냥한다고 했을 때 다들 '농담하지 마'라며 믿지 못했거든요. 지난해 '명량'(김한민 감독) 자리에 '베테랑'이 간다고 하니 누가 믿겠어요(웃음)? 거기다 '암살'이 180억원이 들었고 '협녀, 칼의 기억'(박흥식 감독)도 100억원 가까이 든 작품인데 60억으로 만든 '베테랑'이 그 중간에 끼니까 무섭기도 했죠."

강혜정 대표는 '베테랑'의 기록을 두고 제작비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됐다. 관객이 진짜 좋아하는 영화가 흥행의 비결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쉽고 재미있는, 스트레이트한 이야기가 관객을 움직인다는 걸 알게 됐어요. 관객의 에너지가 얼마나 큰 작용을 하는지 느꼈던 순간이고요. 사실 곱씹어보면 이 영화는 처음부터 느낌이 달랐던 것 같아요. 류승완 감독이 그전과 180도 달랐거든요. '베를린' 때는 '조만간 저 사람 죽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예민했는데 이번 '베테랑'은 집에 돌아오는 표정부터가 달랐어요. '진짜 끝내주는 장면을 찍고 왔어'라는 표정으로 들어오는데 제작자로서, 아내로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죠. 마치 그때 류승완 감독 눈빛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00) 찍을 때 눈빛 같아서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제가 사랑하는 감독에게 이런 영감을 받았다는 건 제작자로서 최고의 행복 아닐까요? 하하."

류승완 감독과 함께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강혜정 대표. 그는 '베테랑'의 흥행으로 얻게 될 부(富)보다 인생 공부를 하게 된 것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제작자로서, 한 남편의 아내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다시 태어났다며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웠다.

"이번에 많은 일을 겪으면서 저 스스로 흑역사를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동안 저는 내조하는 감독의 아내였지 함께 제작하는 제작자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남편에게 맞춰주는 아내였을 뿐 감독이 필요한 제작자는 아니었죠. '베테랑'을 기점으로 자신도 많이 변하게 됐어요. 그동안 가졌던 강박을 모두 버리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려고요. 외유내강에서는 제작자로, 류승완 감독에겐 아내로, 아이들에겐 엄마로 자부심을 갖고 생활하려고요. 일단 제작자로서 한국영화가 발전하는 방법,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겠죠? 하하. 다음 영화부터는 정말 달라진 외유내강 표 작품이 탄생할 거에요. 기대해 주세요."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 사진=외유내강,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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