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신곡보 철거하면..여름엔 강수욕, 겨울엔 썰매?

입력 2015. 8. 29. 10:30 수정 2015. 8. 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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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커버스토리

서울 한강의 신곡 수중보(신곡보)를 철거하면 어떻게 될까? 신곡 수중보를 철거한 뒤의 결과에 대해서는 지난 2월 대한하천학회의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팀이 완성한 <신곡 수중보 영향 분석> 보고서에 자세하다. 이 보고서는 신곡보 철거 이후의 한강 상황에 대한 첫 시뮬레이션 결과다.

신곡보를 철거했을 때 가장 명확하게 나타날 결과는 신곡보에서 잠실보 사이 32㎞의 한강 수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높이 4m 고정보, 5m 가동보로 이뤄진 신곡보를 없애면 상류는 수위가 내려가고 하류는 수위가 올라간다. 이 보고서는 저수기(물이 적은 시기)에 신곡보 상류의 평균 수위가 0.93~1.06m가량 내려가고, 하류 장항습지는 0.14m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갈수기(물이 아주 적은 시기)엔 신곡보 상류의 수위가 1.7~1.9m가량 낮아지고, 하류 장항습지에서는 0.45~0.6m가량 높아진다. 이에 따라 수위의 최대 변동 폭도 1.3m에서 2.8m로 2배 이상 커진다.

이렇게 수위가 낮아지면 물길은 좁아지고 백사장은 넓어진다. 이것은 수면(물길)의 너비에서 잘 나타난다. 이 보고서는 서강대교 부근의 물길 너비가 현재의 888m(최소)~1159m(최대)에서 789~944m로 99~215m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류의 장항습지도 물길 너비가 119~194m 줄어든다. 그러나 행주대교, 한강대교, 영동대교 등 나머지 예측 지점들은 1~56m 사이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수위가 저수기에 1m나 내려가는데, 서강대교를 제외한 한강의 다른 지점에서 물길 너비가 최대 56m만 줄어든다는 것은 예상보다 상당히 작은 변동이다. 왜냐하면 1960년대 박정희의 1차 한강 개발, 1980년대 전두환의 2차 한강 개발 전 서울 한강의 물길 너비는 지금보다 훨씬 좁았기 때문이다. 1960년대만 해도 평상시 서울 한강의 물길 너비는 200~300m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500~1000m는 온통 백사장이었다.

예를 들어 현재 밤섬은 남북으로 모두 물이 흐르지만, 한강 개발 이전에는 밤섬~서강 사이에만 물이 흘렀다. 이곳 한강의 물길 너비는 200~300m 정도였다. 지금 500m 너비의 물이 흐르는 밤섬~여의도 사이는 거대한 백사장이었다. 마찬가지로 한강대교 부근 노들섬~이촌동 사이는 그 유명한 '한강 백사장'이었고, 물은 노들섬~노량진 사이에만 흘렀다. 여기도 너비가 300m 정도였다.

그런데 왜 신곡보를 철거하는데도 물길 너비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이 연구의 책임자인 박창근 교수는 "당장에 백사장들이 다 살아나지는 못할 것이다. 한강 개발 이후 서울시가 매년 물길을 준설해왔고, 상류의 모래도 팔당댐과 잠실보에 막혀 하류로 많이 흘러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결국 백사장의 상당 부분이 복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근 교수팀이 완성한'신곡수중보 영향 분석'에 따르면한강 수위 낮아지고 물길 좁아져새로 생겨날 백사장 면적 162만㎡1960년대처럼 수영을 할 정도로수질이 좋아질지는 조사 필요겨울에 얼음판 두꺼워지겠지만기후변화의 영향이 변수일 듯

국토교통부는 백사장 복원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상철 하천계획과장은 "신곡보를 철거해도 백사장이 복원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밀물의 속도가 썰물보다 빨라서 모래가 아니라 뻘흙이 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서울의 4개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물로 인해 한강변에 모래가 아니라, 오니(더러운 진흙)가 쌓일 수도 있다. 60년대 한강으로 돌아가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백사장은 현재보다 꽤 넓어진다. 이 보고서는 신곡보 철거로 새로 생겨나는 백사장의 넓이를 162만㎡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한강의 섬들은 모두 커진다. 밤섬은 둘레에 79.5~170m 정도의 간조대가 생겨나 썰물 때 기존보다 58%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밤섬의 넓이는 27만9531㎡였는데, 신곡보가 철거되면 44만2324㎡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간조대란 밀물 때 잠기고, 썰물 때 드러나는 육지를 말하는데, 통상 습지가 형성돼 다양한 생물들이 산다.

또 과거 백사장이었던 노들섬 주변, 선유도 주변에도 모래가 쌓이고 탄천과 중랑천, 안양천 합류부에도 역시 모래가 쌓일 가능성이 크다고 이 보고서는 내다봤다. 과거 탄천 합류부에는 잠실섬과 부리도, 중랑천 합류부에는 저자도라는 모래섬이 있었다. 잠실섬과 부리도는 성토를 거쳐 육지가 됐고, 저자도는 모두 골재로 사용돼 사라졌다. 신곡보 철거가 과거 서울 한강의 섬들을 되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신곡보가 철거된 한강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일은 여름에 헤엄치고, 겨울에 얼음판에서 썰매를 타는 일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이것은 서울 시민들의 일상이었으나, 한강 개발로 인해 이런 즐거움은 사라졌다. 신곡보를 철거하면 이런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일단 수질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김포 전류리, 일산, 행주, 노량진, 성수 등지 한강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0.9~4.2%가량 개선되고, 녹조 등 조류는 4.9~19.1%까지 개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이렇게 수질이 개선돼도 행주대교와 그 하류에서는 2등급을 충족하지 못해 물놀이에는 여전히 적합하지 않다.

더욱이 물놀이할 때는 수질뿐 아니라, 물속에 들어 있는 세균의 수도 매우 중요하다. 수질 전문가인 구본경 하이드로코어 대표는 "강에서 물놀이를 하려면 대장균군 수를 일정한 수준 이하로 통제해야 하는데, 현재 서울의 하수처리장에서는 대장균 등 세균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신곡보를 철거해도 이 문제가 그냥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염 원천을 제거하는 별도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겨울에 한강에서 썰매 타는 것은 어떨까? 일단 한강의 수위가 내려가고 수심이 얕아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물은 열 전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겨울에 수심이 깊을수록 덜 차갑고, 수심이 얕을수록 더 차갑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곡보를 철거해 수심이 얕아지면 얼음판이 더 넓고 더 두껍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서울 한강은 한겨울에도 두께 10㎝ 이하로 군데군데 얼지만, 신곡보를 철거하면 1960년대 이전처럼 두께 30㎝ 이상으로 물길 전체가 얼어붙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1년 중 한강이 얼어붙는 기간은 1900년대 80일이었다가 1960년대 42일, 1970년대 29일, 1980년대 21일, 1990년대 17일, 2000년대 15일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한강이 잘 얼지 않는 것을 한강 개발과 신곡보만의 영향이라고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신곡보 하나를 철거한다고 한강의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지 않는다. 신곡보 철거는 헤엄치고 썰매 탈 수 있는 건강한 한강으로 가는 첫걸음일 뿐이다. 신곡보를 철거하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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