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군대] 말년 병장 87명의 반란.."대한민국 놀랐지?"

조영빈 기자 2015. 8. 29. 09: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북 대치속 전역 연기 속출..군대·젊은세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한방'에 날려 軍 "젊은세대 패기 확인 가장 큰 수확"..군 사기도 치솟아
연평부대 해병대 장병들이 26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안정밀 탐색작전을 펼치고 있다.2015.8.26/뉴스1 / (연평도=뉴스1) 민경석 기자 © News1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군대는 가기 싫은 곳이었다.

젊디 젊은 시절을 국민으로서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빼앗기고 2년여 세월동안 개인의 자유를 박탈당해야 했던 게 군복무였다. 다른 시각도 물론 있겠지만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군복무에 대한 대체적인 인식이다.

우스갯소리로 군 복무를 마친 남성들의 가장 끔찍한 악몽이 '다시 군대 가는 꿈'이라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최근에 이런 군대의 부정적 인식을 한방에 날려버린 사건이 발생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의 지뢰·포탄 도발로 남북이 일촉즉발의 대치 국면 속에서 군장병들이 스스로 전역을 연기했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진 것이다. 애국심이라는 추상적 개념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적잖이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에 예정된 전역을 스스로 포기한 장병은 육군 86명과 해병대 1명 등 87명이다.

군 관계자는 29일 "북한의 군사위협이 한창이었던 지난 22~25일 전역 연기를 신청한 인원이 87명이고, 남북간 군사적 대치가 더 이어졌다면 숫자는 훨씬 늘어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군과 공군에서는 왜 전역을 연기한 장병이 없는가라는 물음이 따른다. 그러나 기수제로 운영되는 해·공군의 경우 통상 한달 단위로 전역하기 때문에 남북간 대치상황이었던 당시는 전역 예정인 장병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이는 해병대도 비슷하다.

이런저런 상황을 따져보면 부대에 남아 북한의 위협에 맞서 싸우겠다는 군장병들의 의지는 87명이라는 두자리 숫자로 대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한다던 말년 병장들의 반란이었다.

사실 전쟁이 나면 요새 젊은이들은 다 도망갈 것이라는 기성세대들의 인식도 그간 없지 않았다. 그런 데서 87명의 장병들은 기성세대들에게 "천만의 말씀"이라며 신세대에 대한 편견을 기분좋게 깨놓았다.

전역을 연기한 육군의 한 장병은 "이등병인 동생을 두고 떠나려니 발걸음이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또다른 장병은 "북한의 위협속에서 나라를 지키는 데 이유가 없다"고 쿨한 답변을 내놓았다. 해병대의 장병은 "전우를 두고 가지 않는다는 해병의 정신을 실천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했다.

젊은 시절의 애국심이건 형으로서 동생이 눈에 밟혔건 해병의 전우애건 이들은 어쨌든 패기를 보여줬다. 우리 군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통해 얻어낸 가장 큰 수확이다.

또 이번 사태를 통해 북한이 남·남 갈등을 기대했다면 북한군 입장에서는 우리군의 사기만 올려준 꼴이 됐다.

육군의 한 영관급 장교는 "젊은 세대의 정신력이 이완돼 있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렇게 강한 애국심이 있었는지 새삼 깨달았다"고 전했다.

'전역 연기 사건'을 두고 다른 시각도 없지 않다. 젊은이들의 대북 안보관이 한쪽으로 경도되고 있는 현상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구직을 앞둔 영리한 '스펙쌓기'라는 목소리도 있다.

해석은 각자의 몫이지만, 이번 전역 연기자 속출 사태를 정치적 시각에서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번 사건을 젊은 세대의 대북관 또는 안보관으로 보지 말고 이들의 정신력과 패기를 확인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박수쳐주자는 것이다.

군 당국의 한 장교는 "방산비리에 찌든 우리 군이 젊은이들을 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장교는 "지휘관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오랜만에 군의 사기가 충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말년병장들이 보여준 패기 덕분이다.

bin198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