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 강혜정이 말하는 '유아인' ['베테랑' 천만 인터뷰②]

2015. 8.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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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최현호 기자]제작자 강혜정이 인정하는 남편 류승완 감독에 이어서…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을 극장에서 다시 봤다. 영화가 상영 중인 가운데 바로 옆자리에서 반사적으로 “저런 미친 X”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관객을 실제로 목격했다. 바로 재벌3세 조태오(유아인 분)가 골프채를 들고 사무실에서 난동을 부리는 신이다. 그야말로 성공적이지 않을 수 없다.

‘베테랑’은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이다. 유아인이 극중 신진그룹 회장의 아들 조태오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실 욕이 나올 정도의 ‘미친 X’를 연기했다는 것은 열연의 증거다. 욕을 바가지로 먹을 악역은 지난해 방송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이유리 분), 그에 앞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다크나이트’의 조커(히스 레저 분) 이후 오랜만이 아닌가 싶다.

영화 '베테랑' 제작자 강혜정 대표. 사진=외유내강

‘밀회’라는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이후 모습을 드러낸 배우 유아인이 ‘베테랑’에서 악역 중의 악역 조태오를 연기했다. 유아인은 마약은 기본, 마음에 안 들면 제 성질대로 하고 마는 성격, 어떻게 보면 사춘기 소년 같기도 한 조태오를 능글맞으면서도 ‘돌+아이’ 같고, 때로는 순진하리만치 악한 면모로 그려냈다. 그 결과 그의 연기 변신은 호평일색이었다.

‘베테랑’을 제작한 강혜정 대표 역시 유아인의 캐스팅에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인터뷰 중 류승완 감독이 서도철 역으로 애초에 황정민을 놓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이야기를 지나 자연스럽게 유아인을 언급하게 된 것.

“정말 신의 한수는 유아인 씨 캐스팅이에요. 유아인 씨가 ‘완득이’ ‘깡철이’ 때는 아직 풋풋한 아이 같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젊은 남자가 그런 악당을 했다는 거예요. 욕먹을 것도 알고요. 감독들이 시나리오를 줄 때 왜 이 악역을 하는지 설명해요. 감독님도 시나리오를 줄 때 유아인 씨가 ‘저는 그런 설명 필요 없다. 악당은 악당으로 그려주면 된다. 염려하시지 말라. 제가 이해한 게 이런 사람이 맞느냐’고 했죠. 거기서 유아인 씨와 감독님이 잘 맞은 거예요. 그런 면에서 신선한 캐스팅이었어요.”

유아인의 캐스팅은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서도 반가워했다. 황정민과 유아인의 조합은 신선했다. 유아인은 관계자들, 특히 여성들에게 대환영이었다. 당시 ‘밀회’가 방송되기 전이었는데 제작사 측은 ‘이 정도야’라는 반응을 보게 된 것. 거슬러 올라가 류승완 감독과 유아인이 본격적으로 ‘베테랑’ 이야기를 한 것은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술자리였다.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 3세 조태오 역을 맡은 유아인. 사진=외유내강

“유아인 씨가 ‘깡철이’를 하고 나서 감독님과 만난 거예요. 두 사람이 속닥거리더라고요. 제가 ‘왜 이렇게 속 얘기를 하냐’고 했죠. 류 감독님은 그때 작품 얘기를 하면서 ‘악당’이라고 하고, 유아인 씨는 ‘좋다. 하고 싶다’고 한 거에요. 저는 약간 화가 났죠. ‘뭐야. 소속사도 있고 제작사도 있는데 왜 자기들끼리 하는 거야’라고 했거든요. 근데 정말 좋더라고요. 두 사람이 그 자리에서 뭔가 결정하는데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막상 유아인을 공식적으로 캐스팅하는 과정에서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유아인은 황정민의 캐스팅이 먼저 정해져 있던 상황에서 그와의 호흡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후 유아인은 여행을 가서 강 대표 측과는 연락이 안됐다. SNS를 통해 어디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들었는데 문자메시지로는 소식을 들을 수 없었던 것.

“유아인 씨는 이미 하겠다고 결정하고 가서 의심이 없었고, 우리는 계약서도 없는데 전전긍긍했죠. 투자사는 유아인 씨는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는 상황이었고요. 그러다가 지난해 초 유아인 씨가 한국에 와서 만났는데 다짜고짜 ‘대표님 죄송해요’라고 했어요. ‘올 것이 왔구나.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죠. ‘드릴 말씀이 있어요’라고 하는데 불안했어요. 자기가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제가 ‘류승완 감독 영화 주연은 ‘가께모찌’(겹치기)로 따로 출연 안 한다’고 하니 꼭하고 싶은 작품이라면서 ‘종편’이라고 했어요. 제가 웃으면서 감독님이 누구냐고 했더니 안판석 감독님이라면서 정성주 작가님이라는 거예요. 상대역이 김희애 선배라고 하는 순간 제가 어떻게 잡아도 안 되겠구나 했죠.”

결국 스케줄 초반에 4~5회 정도가 드라마와 겹치게 됐지만, 강 대표는 유아인이 ‘밀회’도 하게하고 ‘베테랑’도 하면 더 잘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 물론 류 감독이 우려를 표했지만 ‘베테랑’의 프로듀서는 스케줄상 액션이나 어려운 장면을 뒤로 미루면 훈련 시간도 충분하고, 유아인만 앞부분에서 체력적으로 버티면 괜찮다고 파악, 류 감독을 설득했다. 그렇게 유아인의 캐스팅이 확정되고 첫 장면인 서도철과 조태오의 룸살롱 신에 돌입했다.

영화 '베테랑' 제작자 강혜정 대표. 사진=외유내강

“유아인 씨의 첫 장면이었어요. 드라마를 할 때라서 힘들 때였어요. 드라마도 밀려서 찍게 되니까 유아인 씨 역시 힘들어하긴 했어요. 저는 유아인 씨 첫 촬영에는 안 갔어요. 찍어 온 걸 봤는데 놀랍더라고요. 이 친구가 눈빛이 살아있었어요. 재밌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죠. 황정민 씨와 스파크가 튀는 장면인데 이 친구가 안 밀리더라고요. 들이댈 때는 또 들이대고, 그걸 받아치는 황정민도 살아있었어요. 둘이 붙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피부로 와 닿았죠.”

결과적으로 유아인이 ‘밀회’를 선택한 것은 ‘베테랑’에게도 득이 됐다. 앞에서 굉장히 말랑말랑한 작품을 했다가 눌러놓은 남성적인 에너지를 ‘베테랑’에서 터트리는 게 장점으로 작용했다. 강혜정 대표에 따르면 이는 유아인 본인도 공감했다.

“그 장면 찍고 유아인 씨 스스로 자기가 연기하는 조태오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감을 잡았더라고요. 돌이켜 생각하니 신의 한수였죠. 무엇보다 유아인 씨가 ‘밀회’를 하고 와서 남자가 된 느낌이었어요. ‘완득이’ ‘깡철이’는 설정이 아들이잖아요. 이번에 보니 슈트가 참 잘 어울렸어요. 현장에서 여자 스태프이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황정민 씨가 유아인 씨를 때리는 장면에서는 여자 스태프들이 감정이 실린다면서 반농담식으로 불만과 아우성이 나왔어요.(웃음)”

유아인은 황정민과 정면 대결을 할 만큼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제대로 파악했고, 악역이라 실제 이미지에도 영향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역할, 영화를 두고 물러서지 않았다. 강혜정 대표도 그런 유아인을 보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테랑’은 그렇게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만한 악역 캐스팅을 ‘신의 한수’로 완성했다.

제작자 강혜정이 생각하는 ‘베테랑’ 그 이후 ['베테랑' 천만 인터뷰③]에서 계속…

jae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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