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김태희,마침내 날아오르다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2015. 8. 2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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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사진=SBS 제공
김태희. 사진=SBS 제공.
김태희, 사진=SBS
김태희. 사진=SBS

[스포츠한국 장서윤기자]지난 10여년간 김태희만큼 연기력 논란에 자주 시달렸던 배우가 또 있을까?

만 스무 살 CF 모델로 혜성처럼 데뷔해 불과 몇 작품을 거치며 스타로 급부상한 그에게는 '연기력'이 배우 데뷔 이래 줄곧 연관 검색어로 따라다닐 만큼 가장 큰 숙제이자 발목을 잡는 요소였다. 때로는 억울할 만큼 부당하게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까지 말이다. 그러나 데뷔 15년차에 만난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극본 장혁린, 연출 오진석)와 함께, 이제 그녀를 따라다닌 지긋지긋한 연기력 논란도 조용히 사그라질 태세다.

데뷔 초 김태희의 존재는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 성형한 흔적 없이 완벽에 가까운 이목구비는 전설적인 미모의 할리우드 여배우 올리비아 핫세와 종종 비교됐고,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서울대 출신의 여배우라는 점도 김태희의 스타성을 드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

미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높아진 유명세에는 곧 후폭풍이 일었다. SBS 드라마 '스크린'(2003) '천국의 계단'(2003)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
등에서 연이어 주요배역을 꿰차며 단숨에 주연급 연기자로 올라섰지만, 주인공을 소화하기에는 부족했던 연기력은 본격적인 인터넷 언론 시대의 도래와 함께 종종 언론과 대중의 먹잇감이 됐다.

첫 대작 주연 영화인 '중천'이 대규모 제작비와 호화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작품성과 흥행 면에서 모두 쓴맛을 보자 본격적으로 김태희의 연기력을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다음 영화 '싸움' 개봉 당시에도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평가에도 김태희의 연기 논란은 계속됐다.

전세를 역전한 것은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2009)였다. 극중 엘리트 국정원 요원 최승희 역으로 분한 그는 냉철함과 여성스러움이 가미된 캐릭터로 남자주인공 이병헌과 꼭 맞춘 듯한 멜로 호흡을 보여주었다. 그해 KBS 연기대상 중편드라마 부문 우수연기상을 거머쥐며 김태희는 그간의 한풀이를 하는 듯 했다. 이어 평타 이상을 친 MBC '마이 프린세스'(2010)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은 영화 '그랑프리'(2010)를 거쳐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2013)는 김태희의 첫 사극 도전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다시금 그는 연기력으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악평을 딛고 2년만에 다시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용팔이'는 올해 주중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승승장구중이다. 물론 김태희를 둘러싼 연기력 논란도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사실 배우 입장에서 보자면 부당하기 이를 데 없는 부분도 존재한다. '김태희'라는 이름만으로도 화제성이 담보되기에 '김태희 연기력 논란'은 수년간 언론의 주요 이슈를 장식해왔다. 심지어 '용팔이'의 경우 1~4부까지 김태희가 분한 여주인공 한여진이 대부분의 장면에서 잠든 상태로 누워있는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보여주지도 않은 연기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하는 기사가 나왔을 정도다.

이에 대해 상대 배우 주원은 "왜 그럴까, 뭐가 잘못됐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 마음이 아프다"라며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주연급임에도 채 무르익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 톱스타들은 종종 존재해왔다. 그럼에도 늘 '연기력 논란'의 중심에 김태희가 서 있었던 이유는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데다 스타성도 높은 흔치 않은 연기자라는 프리미엄에서 오는 반작용이 컸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듯, 스타는 늘 대중의 선망과 질시를 한몸에 받는 위치이기에 높아진 화제성만큼 혹독할 정도로 쏟아지는 비난도 피할 수 없었던 것.

그러나 '용팔이'는 김태희의 연기 인생을 반전시켜줄 만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고급스러운 미모와 이지적인 느낌을 두루 갖춘 재벌가 상속녀 한여진을 소화해내는 역할에 김태희는 가장 적합한 이미지를 지녔다.

때로는 냉철하고, 어느 순간엔 처연하면서도 감정 진폭이 큰 역할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다. '용팔이' 8화에서 붕대로 얼굴을 칭칭 감은 채 병원 침상에 누워 목소리만으로 "권력이란 정의가 아니야"라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읊는 그의 모습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성숙함이 배어 있다. 교통 사고로 연인을 잃는 극성이 강한 장면도 무리수를 두지 않으면서도 진심어린 표정 연기로 몰입을 이끌어낸다.

'용팔이' 제작발표회에서 김태희에게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한 질문은 '그간의 연기력 논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는 부분이었다. 그는 "데뷔하면서 많은 준비없이 연기에 접근해 여러 비판이 있었는데 결국 내가 노력으로 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김태희는 실제로 성실성 면에서는 그간 모든 제작진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는 한결같은 평가를 받아왔다. 10여년간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노력의 결실이, 이제는 '반짝'하고 사라지는 행운이 아닌 내공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듯하다.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ciel@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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