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용의 부활'.. 빅 이벤트

입력 2015. 8. 29. 03:20 수정 2015. 10. 2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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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집중, 中열병식이 뭐길래

[동아일보]
“깨어나면 위험하다. 잠자는 사자 중국을 흔들어 깨우지 말라!”(19세기 초 프랑스 나폴레옹 1세)

“중국이라는 사자는 이미 깨어났다.”(2014년 3월 프랑스를 방문한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다음 달 3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중심 톈안먼(天安門)과 창안제(長安街)에서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다. 중국 정부는 2009년 건국 60주년 열병식에 이어 6년 만에 개최하는 이번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으로 부상했음을 세계로부터 인정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일 폭락하는 중국 증시와 경기 침체가 세계 경제를 놀라게 하고 있다면 미국 전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MB)인 둥펑(東風)-41과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젠(殲)-20 등 열병식을 장식할 중국군 첨단 무기의 위용은 중국의 군사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할 것이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15번째이자 시 주석 집권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열병식은 시 주석의 탄탄한 집권 기반을 대내외에 알리는 것이자 중국의 높아진 위상과 국방 역량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열병식에 참석하는 49개국 가운데 주요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톈안먼 망루의 중앙 자리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는 북한 김일성이 1954년 10월 1일 건국 5주년 기념식에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나란히 섰던 자리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 49개국 대표단 불러 모은 힘… 시진핑의 ‘외교 굴기’▼ ‘긴장 속 축제 분위기 고조’

요즘 베이징의 하늘은 ‘열병식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맑고 푸른 하늘이 연출되고 있다. 20일부터 홀짝제 차량 운행이 시행된 것이 큰 요인이다. 시내 건축 현장과 정부 기반시설 공사도 중단됐다. 베이징 시, 톈진(天津) 시, 허베이(河北) 산시(山西) 산둥(山東) 허난(河南) 성과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등 7개 지역은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오염물 배출을 작년보다 30% 이상 줄이도록 했다.

23일 열병식 ‘예행연습’이 베이징 중심에서 열리는 등 베이징에선 ‘전승절 70주년’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고 있다. 톈안먼 광장에는 3000m²의 면적에 만리장성 축소판이 설치되고 각종 꽃으로 장식됐으며 ‘1945’ ‘2015’라고 쓴 대형 숫자 표지가 세워졌다. 전국 각 지역의 위성TV 방송사는 다음 달 1일부터 5일까지 오락 프로그램의 방송을 중단하고 역사의식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역사 및 교양물 등을 대거 편성할 계획이다.

테러 방지 등 안전을 위한 조치도 엄격히 시행되고 있다. 행사 당일인 3일 오전 9시 30분에서 낮 12시 30분까지 베이징의 서우두(首都) 공항과 난위안(南苑) 공항에선 모든 비행기의 이착륙이 금지된다. 이에 앞서 20일부터 체육, 오락, 광고 등을 목적으로 비행기구를 띄우는 행위가 일절 금지됐으며 22일부터 9월 4일까지 헬리콥터, 패러글라이딩, 열기구 등의 운행이 전면 금지됐다.

‘명실상부한 첫 국제 열병식’

중국은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1959년까지 매년 10월 1일 건국기념일(국경절)에 열병식을 열었다. 1950년대 냉전 시기에는 소련 북한 몽골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공산권 국가의 정상급 인사들이 주로 중국의 열병식에 참석했다. 북한 김일성 전 주석, 니키타 흐루쇼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도 중국을 방문해 열병식을 지켜봤다.

하지만 대약진 운동(1958∼1960년)과 문화대혁명(1966∼1976년)의 광풍 속에서 중단됐다가 건국 35주년을 맞은 1984년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부활했다. 이어 건국 50년과 60년인 1999년과 2009년 국경절에 각각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주재로 열렸다. 군 통수권자인 공산당 중앙군사위 주석을 지낸 역대 최고지도자는 모두 열병식 사열대에 올랐다.

올해 열병식은 국경절이 아닌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전승절)에 개최된다는 점에서 역대 열병식과 차별화된다. 중국은 과거 관계가 밀접했던 국가의 외빈들을 열병식에 초대했으나 이번처럼 51개국에 초대장을 보내 49개국의 국가원수와 정부 대표 등이 참석하는 ‘국제 행사’로 치르기는 처음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 10명도 참석한다.

타국 군대도 참가하는 ‘국제 행사’로 치르는 것 역시 과거 열병식과는 다른 점이다. 러시아 쿠바 카자흐스탄 몽골 등 11개국은 각각 75명 안팎의 의장대를 파견해 ‘사각형의 방진(方陣·네모꼴 형태의 진형)’을 이뤄 열병 행진을 벌인다. 아프가니스탄 라오스 베네수엘라 등 6개국은 방진 행렬은 하지 않지만 열병 행진에는 참여한다. 한국 프랑스 이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14개국은 참관단 몇 명을 파견해 열병식을 지켜보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정경두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공군 중장), 박철균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육군 준장), 최석윤 합참 군사협력과장(해군 대령) 등 3명을 파견한다고 26일 발표했다.

그런데 중국의 전승일은 왜 9월 3일일까. 한국은 일왕의 항복 발표일인 8월 15일을 광복절로, 러시아는 독일 나치 정권이 항복 문서에 서명한 5월 9일을 전승일로 각각 기념하고 있다. 중국의 전승일이 9월 3일이 된 까닭은 1945년 9월 2일 일본이 도쿄 만에 정박한 미주리함상에서 일본 대표가 항복 문서에 서명한 다음 날을 기념일로 삼았기 때문이다. 장제스(蔣介石) 당시 중국 국민당 총통은 9월 3일을 경축일로 선포하고 사흘간 국기를 게양하도록 했다. 일본은 연합군에 9월 2일 항복 문서에 서명한 것과는 별개로 중국과는 일주일 후인 9월 9일 장쑤(江蘇) 성 난징(南京)에서 항복 문서 서명식을 열었다.

‘동북아에 지정적학 리더십 과시’

올해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은 준비와 개최 과정을 둘러싸고 ‘전승절 외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목받았다. 특히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중국이 부상하는 등 ‘지구촌 권력구도’가 변화하는 시점에서 열려 어느 국가가 참가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무언의 압력’을 받은 서방 국가들이 참석 발표를 미루거나 잇달아 참석자의 격을 낮추면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아시아에서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Pivot to Asia)’과 일본의 재무장 군사대국화가 동반된 미일동맹 강화에 중국이 맞서는 형국이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 병합 이후 서방과 러시아 간에 신냉전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중국은 동중국해에서는 일본과, 남중국해에서는 베트남 필리핀 등과 각각 해양 영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참가국과 중국의 양국 관계를 가늠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재설정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규모 전승절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강한 중국’을 바라는 인민들의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민족주의적 목적과 공산당의 지도력을 공고화하는 것도 있지만 미국의 아시아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이 지리경제학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전승절 행사 개최는 지정학적 리더십의 과시를 위한 것이라고 김 교수는 풀이했다.

중국은 미국이 일본과의 동맹 강화를 통해 자국을 견제하는 것에 맞서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러시아 등 전략적 우방들과의 연계를 본격적으로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 학자들은 이 같은 견해에 좀처럼 동의하지 않는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주펑(朱鋒) 교수는 “열병식은 국내적인 대사”라며 “너무 대외적인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신임 최고지도자가 임기 내에 열병식을 갖는 것은 덩샤오핑 이후 관례화된 것으로, 특히 전승 70주년은 큰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열병식은 시진핑 주석의 권력기반이 공고해졌음을 보여주는 성격도 띠고 있다. 비록 ‘전승 70주년’이라는 계기도 있지만 과거 지도자와 달리 집권 3년 만에 이처럼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충분히 권력기반을 다졌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 장쩌민 주석은 집권 10년, 후진타오 주석은 집권 7년이 지나서야 각각 건국 50년과 60년 국경절에 맞춰 열병식을 개최했다.

열병식에 즈음해 시 주석 정부가 40년 만에 특별사면을 단행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24일 ‘일부 복역 범죄인에 대한 특사 관련 결정’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특사는 1975년 이후 40년 만에 단행되는 것이자 역대 8번째다. 이는 전승절을 앞두고 사회 통합과 화합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시 주석의 리더십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美 MD뚫을 둥펑-41, 스텔스 젠-20 앞세운 ‘군사 굴기’ ▼

‘육지와 공중에서 펼쳐질 입체 열병식’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23일 열린 첨단 무기 공식 리허설에서 ‘둥펑’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운반차량이 광장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출처 환추시보
9월 3일 오전 9시경 시작될 기념대회는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생존 노병들에 대한 훈장 수여 등으로 진행된다. 이어 궈진룽(郭金龍) 베이징 시 서기의 개회 선포와 함께 열병식이 시작된다. 중국의 56개 민족이 항일 승전 70주년을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56문의 대포가 70발의 예포를 발사한다. 이어 중국 국가와 행진곡이 연주된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들과 함께 톈안먼 성루 위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시 주석의 연설에 이어 열병식이 전개된다.

열병식 동원병력은 총 1만2000여 명. 육해공군과 전략 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 무장경찰부대, 4대 총부 직속 단위 부대들이 참가한다. 열병부대는 ‘방진’ 형태의 11개 행진부대, 2개 항전노병 부대(차량으로 이동), 27개 장비부대, 10개 공중제대(비행편대) 등 총 50개 부대로 구성된다. 또 40여 종의 무기·장비 500개와 20여 종의 각종 군용기 200대 정도가 동원된다. 동원되는 무기·장비는 100% 중국산으로 그중 84%가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열병식은 ‘진입’ ‘행진’ ‘열병’ ‘분열’ ‘해산’ 등 5단계로 진행되며 모두 70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군악대 2400여 명이 ‘항일군정대학교가’ ‘보위황하’ ‘태행산 위에서’ ‘인민군대(중국군)의 당에 대한 충성’ 등 항일전쟁 시기에 불렀던 노래 30여 곡을 연주한다.

‘항일’ 주제에 맞게 일본군과 싸웠던 팔로군, 신사군, 동북항일연군, 화남유격대 등 ‘항일부대’도 열병부대 편대로 조직됐다. 여기에는 90세 이상 노병들이 참가한다.

베이징 상공에서는 주력 전투기들이 열을 지어 비행하며 오색 연기를 내뿜는 에어쇼를 펼친다. 헬리콥터 20대는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상징하는 ‘70’이란 숫자를 하늘에 새기며 비행한다.

올해 열병식에는 처음으로 여군 의장대가 참가한다. 육해공 남녀 혼성 의장대 방진 행진에 참가하는 여군 51명의 평균 키는 178cm, 평균 연령은 20세다. 88%가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이고 관영 중국중앙(CC)TV 선발대회에서 뽑힌 전국 10대 모델도 있다. 여군 의장대는 인민해방군 창설 이후 62년 만인 지난해 2월 처음 만들어졌다.

열병식 이후에는 인민대회당에서의 오찬 ‘초대회’(리셉션)와 ‘문예연회’(무대 공연 등이 어우러진 연회) 등이 이어진다. ‘승리와 평화’를 주제로 인민대회당에서 90분간 펼쳐질 문예연회에는 중국 지도자와 외국 정상, 항일노병, 베이징 각계 대표 인사 등 6000여 명이 참석한다. 합창, 중창, 교향악, 민족음악, 뮤지컬, 춤, 시낭송 등이 무대에 올려지며 중국의 항일 역사와 중국의 부흥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열병식의 꽃은 첨단 무기’

전승 기념식의 하이라이트가 열병식이라면 열병식의 하이라이트는 무기와 장비들이다. 올해 열병식에서는 원거리·중거리·근거리, 핵·일반(재래식)·신형 미사일 등 7종의 미사일이 총동원될 예정이다. 역대 열병식 가운데 최대 규모다. 2009년에는 미사일 5종을 선보인 바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DF)-31B’와 차세대 ICBM ‘둥펑-41’이 공개될지도 주목된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둥펑-31B는 러시아제 RT-2PM 토폴(Topol)의 중국 모델로 지난해 9월 첫 시험발사에 성공한 다탄두(MIRV) ICBM이다. 사거리는 1만1200km로 웬만한 미국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사거리 1만4000∼1만5000km의 둥펑-41은 목표물 명중 오차가 120m 이하로 둥펑-31(300m)보다 정교하고 핵탄두를 10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핵미사일로도 꼽힌다.

전략 폭격기를 운용하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외에 중국뿐이다. 중국은 핵폭탄 탑재형인 H-6A, 정찰기인 H-6B, 재래식 폭탄을 탑재하는 H-6C, 공중급유기 H-6U, 순항미사일 탑재기 H-6H 등 130대가량의 H-6 기종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판 스텔스 전투기’인 젠-20(J-20)과 젠-31(J-31) 그리고 함재기 젠-15(J-15)도 관심을 끈다. 2011년과 2012년에 자체 개발된 J-20과 J-31은 아직 본격적으로 실전 배치되지 않았다. 러시아 SU-33을 모델로 제작된 J-15는 2010년 시험비행 과정에서 처음 모습을 보인 작전반경 1000km의 함재기로,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에 탑재된 것 외에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2009년 10월 1일 건국기념일에 처음 소개된 조기경보기 쿵징(空警)-2000은 470km 떨어진 표적 60∼100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고 중국은 주장한다.

올해 행사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항일’

올해 행사의 두 가지 키워드는 ‘항일’과 ‘반파시스트’다. ‘항일 전승절’은 지난해 초부터 본격화한 시진핑 정부 ‘항일 공정’의 결정판이다.

중국은 지난해 역대 어느 정권보다 많은 ‘항일 역사’를 되새기는 활동을 했다.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1937년 7·7사변(루거우차오·蘆溝橋 사변) 기념식에 시 주석이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했다. 9월 3일을 처음으로 국가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로 지정하고 12월 13일도 처음으로 ‘난징대도살 희생자 국가 애도일’로 지정됐다. 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창춘(長春) 선양(瀋陽) 문서 보관소(당안관)의 위안부 관련 자료들을 공개하는가 하면 일본 전범들의 일기를 시리즈로 공개했다.

올해도 계속됐다. 일왕이 제2차 세계대전 후 무조건 항복을 발표한 8월 15일에 맞춰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哈爾濱)에 ‘중국 침략 일본군 731부대 죄증(罪證) 진열관’이 문을 열었다. 1930, 40년대 일본 관동군이 자행한 생체 세균전 실험 관련 자료 1만여 점이 전시돼 있다.

9월 3일 전승절 기념식을 전후해 전국 각지에서는 ‘항일 역사’ 등을 주제로 한 전시회, 좌담회, 항일 노병들에 대한 위문, 항일 유적지 보수활동, 문예작품 창작활동 등도 동시 다발적으로 열린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번 열병식이 현재의 일본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열병식 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인 취루이(曲叡)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작전부 부부장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열병식은 그 어떤 국가도 겨냥하고 있지 않다. 일본 군국주의는 중국 인민뿐만 아니라 일본 인민에게도 심중한 재난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취 부부장은 “열병식은 현재의 일본 국민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과거사 때문에 현재와 미래의 중일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전문가들도 중일 간 관계 개선을 향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방중 포기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각 부처의 실무급 회담, 심지어 군사 분야 협의체까지 가동하고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대치하고 있지만 관계가 개선되는 양상으로 언제든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의 리보(李波) 연구원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일관계는 중국으로서는 매우 중요해서 어떻게 양국 관계를 잘 처리하는지가 양국 모두에 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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