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f 카페] 니모, 뭐니? 지구온난화 좋아했던 거니?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15. 8.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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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주인공은 누구일까. 쥬라기공원 시리즈의 공룡 벨로키랍토르? 아니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로봇 T-800? 아마 정답은 몸길이 10여㎝의 작은 열대어 '니모(Nemo)'가 아닐까. 2003년작 디즈니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는 제작 과정에서부터 과학자가 참여했으며, 해마다 니모가 연기한 '흰동가리(clownfish·사진)'에 대한 논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호주 북동부 연안의 산호초에 사는 흰동가리 '말린'이 인간에게 잡혀간 아들 니모를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다. 과학자들이 니모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흰동가리가 사는 산호초가 큰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니모를 통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양 생태계 변화를 점쳐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달 초 '실험 해양 생물학과 생태학 저널'에 실린 논문은 예상 밖의 결과였다. 니모에게 온난화는 오히려 이득이라는 것.

호주 시드니공대의 제니퍼 도넬슨 박사팀은 바다에서 흰동가리들을 채집해 현재 수온, 그리고 지금보다 섭씨 1.5도, 3도 높은 수온에서 각각 키웠다. 1년 후 확인해 보니 현재 수온보다 3도 높은 조건에서 키운 흰동가리들은 다른 조건에서 키운 흰동가리들보다 8% 더 크고 무게는 29% 더 나갔다. 보통 물고기는 수온이 오르면 낮은 곳을 찾아 이주한다. 이게 여의치 않으면 멸종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니모는 오히려 수온이 올라가자 몸집이 불어나는 등 완벽한 적응력을 보인 것이다. 물론 온난화로 인한 바닷물의 산성화 등은 실험 조건에 넣지 않아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니모 영화 제작에는 당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던 어류학자 애덤 서머스 박사가 자문과학자로 참여했다. 덕분에 출연 어류들의 모양과 습성, 이동법이 과학적으로 묘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스토리 전개를 위해 생긴 과학적 오류도 있다. 영화에서는 아빠 흰동가리가 먼바다로 나가지만 실제로는 알에서 깨어난 수㎜ 크기의 치어(稚魚)가 먼바다로 떠난다. 치어는 몇 달 후 혼자 헤엄을 칠 수 있게 되면 집으로 돌아온다. 2007년 호주 연구진은 치어의 회귀율(回歸率)이 60%나 된다는 사실을 밝혀내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니모 연구는 진화 중이다. 지난해 영국 엑시터대 연구진은 '플로스 원'에 치어가 먼바다에서 잠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400㎞까지 여행을 한다고 발표했다. 회귀가 아니라 이주(移住)란 말이다. 니모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과학자들의 니모 탐구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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