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보장된 교수도 밉보이면 한순간 신분 추락"

박주연 기자 2015. 8. 2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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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의 악순환

경기 안성의 ㄱ전문대학은 2011년부터 일부 정년트랙 부교수를 비정년트랙 강의전담 교수로 강등시켰다.

이 대학은 앞서 디자인과 교수를 기계설계과나 세무회계과로, 전자과 교수를 아동복지과로 이동시키는 등 학생 수가 줄어든 학과의 교수에게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강의를 맡겼다. 1년 후 대학은 이들 중 일부에게 업적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비정년트랙 강의전담 교수 자리를 제안했다. 4명은 사직했고 4명은 학교 측 요구를 수용했다. 7000만원대 연봉은 3000만원대로 깎였다.

이 대학 박준호 교수(가명)는 “지난 5년간 재단 측은 정년트랙 교수는 한 명도 뽑지 않고 비정년트랙 교수만 75명 채용했다”며 “한 사람의 정년트랙 교수 연봉으로 두 명의 비정년트랙 교수를 채용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학교에 밉보인 정년트랙 교수는 언제든 비정년트랙 교수로 강등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은 업적평가 결과가 나쁘거나, 학생 수 감소 또는 폐과된 학과의 교수를 비정년트랙 강의전담으로 신분 전환할 수 있도록 2010년 학칙을 개정했다.

정년트랙 교수의 신분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비정년트랙 계약이 만연하면서 ㄱ전문대학처럼 정년트랙 교수가 비정년트랙 교수로 강등되는 사례도 나온다.

비정년트랙 교수가 시간강사로 돌아오는 경우는 훨씬 많다. ‘비정규직보호법’은 한 사업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가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해당 분야 종사자, 연구기관 연구자 등은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다. 무엇보다 사립학교법이 정한 임용기간이 우선이어서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하면 다시 ‘보따리 강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비정년트랙 교수의 확산은 시간강사들의 생계도 위협하고 있다. 교육부 대학평가에서 전임교수 강의 담당 비율이 중시되면서 비정년트랙의 노동강도는 더 세지고 시간강사의 일자리는 더 좁아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시간강사 노조인 한국비정규노조의 임순광 위원장은 “정년트랙 교수 자리가 줄면서 비정년트랙 교수라도 되기 위해 시간강사들이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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