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케이블카..비경 찢고 할퀸다
강원 양양군이 추진하고 있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승인됐다. 1989년 덕유산 곤돌라 사업 허가 후 26년 만에 국립공원 케이블카의 빗장이 다시 풀리면서 백두대간의 훼손과 난개발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설악산 삭도(케이블카) 사업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국립공원위는 양양군의 사업 원안에서 7가지 부분을 보완하는 것을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계획도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28일 승인한 설악산 케이블카는 오색약수터 500m 위쪽에 있는 하부 정류장에서 끝청봉 밑에 있는 상부 정류장(해발 1480m) 사이 3.5㎞ 구간을 잇는 사업이다. 사업 예정지엔 세계적 멸종위기 동물인 산양과 아고산 식생대가 서식하고 있다. 강원 양양군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에 케이블카를 완공·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환경부는 양양군에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으로 이동하는 탐방객을 줄이고, 산양을 포함한 멸종위기 동물 추가 조사와 보호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또 강풍·낙뢰 시설의 안전대책과 사후관리를 위한 객관적 위원회 구성, 양양군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케이블카 공동 관리, 운영수익 15% 또는 매출액 5%의 설악산환경보전기금 조성, 상부 정류장 주변의 식물 보호대책도 보완토록 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남설악의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6번지와 끝청봉 부근 해발 1480m 사이 3.5㎞를 잇는 사업이다. 양양군은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제출해 협의하고, 산림청·문화재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도 거쳐야 한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1970~1980년대 대표적 수학여행지였던 설악산 관광이 제2의 호황을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공사 전후의 생태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2~2013년 생태계 파괴 문제로 두 차례 부결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지난해 8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 추진토록 지시한 뒤 일사천리로 속도를 내다 통과되자 논란도 커지고 있다. 환경부가 박 대통령 지시 후 스스로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사업이 통과된 것은 1989년 이후 처음”이라며 “비교적 잘 보전된 국립공원에서조차 난개발이 벌어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기범·최승현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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